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지켜보는 소감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0-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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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종합병원 부지에 굴착기 여러 대가 늘어서 있다.
평양종합병원 부지에 굴착기 여러 대가 늘어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북한은 모든 역량을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쏟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직접 와서 첫 삽을 뜨고 10월 10일까지 완공하라고 했으니 원산 해안관광지구 공사보다 당연히 이게 더 급하겠죠.

9일 노동신문 1면에도 평양종합병원 기초굴착 작업이 기한 전에 완성됐다고 자랑하더군요 3월 18일에 착공식을 했는데 벌써 기초굴착이 다 끝났으면 정말 빨리 진행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아마 평양 사람들이 “장군님의 말씀 관철에 나서자”며 몽땅 동원됐을 듯 합니다. 대북제재 와중에 자재가 부족하겠지만, 수도인 평양이 나섰으니 그 정도야 걷을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보나마나 인민반마다 또 돈 얼마, 장갑 몇 컬레 이런 식으로 걷어가겠죠.

그뿐입니까. 야간작업에 돌격대로 나가면 승진도 빨리 되고 입당도 되니 숱한 사람이 나가겠죠. 아마 2010년경 창광거리, 역포거리 건설 때처럼 10만 달러 내면 화선입당도 시켜주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동원하면 건설이야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공사 사진을 보니 주차장이 부족해 보입니다. 북한에서 지금 지하주차장이 있는 건물이 해당화관 정도밖에 없고, 차도 없는데 지하주차장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북한이라고 언제까지 그 모양 그 꼴로 살겠습니까. 나중에 잘 살게 되면 주차 문제가 정말 중요합니다.

한국은 종합병원 하나를 지으면 지하 2~3개 층이 모두 주차장입니다. 각 가구당 차가 한 대 이상씩 있고, 또 아픈 사람이면 차를 타고 오다보니 병원 환자 수용능력만큼 차를 세울 데가 필요한 것입니다. 나중에 북한도 차가 많아지면 지하주차장이 없는 것이 꼭 후회가 될 겁니다. 병원 건물을 하나 지으면 최소 30년 이상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30년 뒤의 북한을 그려보면, 그때도 지금처럼 산다고 하면 암울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잘못 봤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공사현장 사진을 보고 왜 지하주차장이 없을까 의아했습니다. 이 방송을 통전부에서도 듣고 남조선 동향이란 보고서도 작성하겠는데 할 수 있으면 꼭 반영해 주십시오.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란 사람이 우리 평양종합병원 짓는 것을 보고 꼭 주차장 지하에 많이 만들라 하더라 라고 말입니다. 이건 제가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저는 김정은 정권 무너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지은 건물은 나중에라도 써야 하니 지금 누가 짓던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생각해서 지으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저는 김정은이 왜 갑자기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지시했는지 이해는 됩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고, 선진국이라는 미국, 프랑스, 영국 등에서도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만 하루에 1000~2000 명씩 죽고 있는 판입니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코로나라는 병이 세상에 알려진 뒤 이달 8일이면 100일째를 맞습니다.

그동안 전 세계 코로나 환자가 벌써 150만 명이 넘었고 사망자 숫자는 9만 명을 넘었습니다. 걸리면 열에 한 명 정도 사망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감염자가 만 명이 살짝 넘었고, 사망자는 200명 정도 됩니다. 한국은 50명 중에 한 명이 사망했으니 감염자 대비 사망률이 상당히 낮습니다. 이건 한국의 의학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의료는 사실 사회주의적 측면이 강합니다. 돈이 없어 병원에 못가는 사람은 없거든요.

미국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이런 나라들도 선진국인데 한꺼번에 확 퍼지니까 병원의 병상이 모자라서 환자가 미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코로나가 없다고 자랑하는데, 진단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으니 진짜인지는 저도 믿기 어렵습니다.

이상하게 지금 전 세계에서 코로나 환자가 없는 나라가 딱 다섯 개 뿐입니다. 강력한 독재를 자랑하는 북한,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과 내전으로 서로 총 쏘고 죽이고 하느라 코로나에 신경 쓸 새도 없는 예멘, 그리고 인구 220만 명의 소국 레소토입니다. 이런 나라들과 북한이 같은 반열이니, 코로나 없다고 자랑할 것이 못됩니다. 그만큼 독재가 강하거나 세계에서 격리돼 산다는 뜻이거나 후진국이란 뜻이죠.

아무튼 김정은은 요즘 코로나 확산세를 보고 걱정이 돼서 병원을 지으라고 긴급 명령을 내렸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그런데 북한 의료는 지금 건물이 있고 없고가 문제가 아닙니다. 멀쩡하게 있는 병원도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새 병원을 짓는다고 뭐가 크게 달라질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는 평양종합병원보다 더 좋은 대형병원이 서울에만 열 개 이상쯤 됩니다. 병원 하나 차리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듭니다. 왜냐면 진단 장비들이 엄청 고가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인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MRI라는 장비는 대당 200만 달러짜리 고가입니다. 한국에는 이 장비가 웬만한 병원에는 다 있는데, 북한에는 봉화진료소와 적십자병원 딱 두 곳에만 있습니다. CT라는 장비도 한 대밖에 없고요.

이렇게 비싼 장비를 사서 설치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즉 나라가 잘 살아야 하는 겁니다.

김정은이 즉흥적으로 병원을 세우라고 해도, 고가의 장비를 중국에서 사오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할 겁니다. 설사 사와도 평양종합병원에 있는 장비 몇 대로 어떻게 북한의 2,000만 명 수요를 충당합니까. 결국 간부들이나 좀 더 나은 환경이 만들어지겠죠.

그렇더라고 하더라도 있는 게 없는 것보다 나으니 저는 병원 건설은 찬성합니다. 그나마 병원다운 병원은 김 씨 일가와 고위 극소수 간부들만 치료를 받는 봉화진료소와 남산진료소 뿐이었는데, 이왕 종합병원을 건설한다니 세계적 수준에서 멋있게 건설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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