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회담에 발맞춘 북한의 인권 개선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8-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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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북송 되었다 이례적으로 풀려난 탈북여성과 그 아들에 대한 국제앰네스티의 언론 보도자료.
강제 북송 되었다 이례적으로 풀려난 탈북여성과 그 아들에 대한 국제앰네스티의 언론 보도자료.
사진제공-국제앰네스티 웹사이트 캡쳐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새 정세가 정말 빠르게 변화되고 있고, 북한도 이번 주 정치국 회의를 열어 이달 27일 남북정상회담과 내달 북미회담에 대한 논의도 했습니다. 이 회담들의 결과에 따라 조선반도에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슬슬 듣기 솔깃한 소리도 들려옵니다. 지난해 11월 중국 심양에서 탈북자 10명이 한꺼번에 체포됐습니다. 이중 한 여인은 네 살짜리 아들과 함께 북한으로 송환돼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제가 중국에서 체포된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 갔었는데, 정말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저도 그게 어떤 고통인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자들에 대한 처벌도 워낙 가혹해져서 그냥 중국만 가도 8년형을 선고받고, 한국행을 시도했다면 정치범수용소에 보냈습니다.

4살 아들과 함께 체포된 그 여인은 남편이 한국에 있기 때문에 북송되면 무조건 수용소에 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회령 보위부에 갇혀 있던 여인이 지난달에 풀려났다는 것입니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인데, 남편이 그렇게 확인했다고 하니 맞는 이야기인거 같습니다. 원래 저는 누가 풀려났다고 해도 피해가 갈까봐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 경우는 이미 언론에 다 공개된 이야기니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북한은 왜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할까요. 아마 급변하는 정세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 속에 끝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과의 협상탁에 올려놓았습니다. 그걸 갖고 있어야 몇 년 더 버틸 수 없다는 것을 그나마 눈치 있게 알아채고, 결국 힘들게 만든 핵을 들고 미국과 흥정하려 나온 것입니다. 5월말 또는 6월 초에 열리는 김정은과 트럼프의 담판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지, 아니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고 더 핵을 쥐고 버틸지 결판이 날 것입니다.

미국의 입장에선 북한을 압박할 카드가 많이 필요한데, 이미 하고 있는 대북제제에 이어 제일 좋은 카드는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너네는 아직도 정치범수용소를 운영해 숱한 사람을 죽음에 내몰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인권유린 국가를 가만 놔둘 수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렇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압박하면 북한이 매우 당혹스럽습니다. 북한이 바라는 것은 북미 외교관계 수립,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경제지원을 받아내는 것입니다. 이걸 핵과 미사일하고만 바꿔 먹어야 하는데, 여기에 미국이 이런 인권유린 국가에 국제지원을 줄 수 없다고 하면 인권문제까지 개선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미묘한 와중에 탈북자 가족이 북송돼서 죽었다거나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갔다는 보도가 나와 국제사회를 분노하게 만들지 않을 필요가 있다고 본 것 같습니다.

목적이 어찌됐든 어린아이와 여인이 풀려난 것이 사실이라면 참 이런 시기에 북송된 것이 천운인 것 같습니다. 아마 몇 달만 먼저 체포돼 북한에 끌려 나갔다면 정치범수용소에 갔을 것입니다. 이들이 풀려났다는 말을 믿을 수 있는 추가 소식도 전해졌는데, 북한이 올해 1월부터 일부 탈북자 가족에 대한 처벌과 감시를 완화했다고 합니다. 중앙에서 탈북자 가족에 대한 처벌과 감시를 완화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하네요.

계기는 작년 12월에 혜산에서 탈북자 조사를 대대적으로 벌였는데, 구실은 비사회주의를 뿌리 뽑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탈북자 가족 중에서 추방대상자를 선별하는 작업이었다고 합니다. 한두 번 이런 짓 한 게 아니니 탈북자 가족들도 눈치를 빠르게 챘지요. 조사 후 추방이 유력한 가족들이 산골 가서 묻힐 바엔 차라리 도망쳐 한국 가족과 함께 살자 이러면서 갑자기 우르르 탈북했다고 합니다. 그게 중앙에 보고 되자 새해부터 추방조치를 보류하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탈북 바람이 그제야 잦아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미국의 눈에 맞추려 했던 어쨌든 탈북자에 대한 처벌이 완화됐다면 좋은 소식입니다. 그리고 김정은도 판단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이번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나 분명히 인권문제를 제기할 것입니다. 그러면 김정은이 할 대답이 뻔하죠. “그건 사실이 아니고 과장된 보도다” 이렇게 발뺌을 할 거란 말입니다.

이런 와중에 탈북자가 고문 받다가 죽었더라 이런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면 김정은이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힘들게 핵미사일 보따리를 싸들고 회담장에 나왔다가 무슨 망신을 하게 되겠습니까. 그러니 북미 관계가 개선되는 동안 탈북자나 그 가족에 대한 가혹한 인권 탄압을 하면 분명히 소탐대실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트럼프 역시 이걸 아주 잘 활용할 것입니다. 미국이 김정은이 이뻐서 회담하겠습니까. 다 원하는 것을 얻자고 하는 것이고, 트럼프도 북한을 상대로 세계에 자기 힘을 보여주고 싶어 할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회담에서 딴 소리를 하거나 회담 와중에 국제사회를 분노하게 하는 어떤 인권 유린을 저질렀다고 하면 트럼프는 또 어떻게 돌변할지 모릅니다. 미국의 힘을 다른 쪽으로 쓸 수도 있는데, 김정은을 제거해 정의의 사도로 나서겠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 전략가들은 이런 걸 김정은에게 조언해야 합니다. 지금 상황은 얇은 얼음장을 걷는 것과 같은 때이니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며, 인권 유린으로 구실 잡히지 않도록 파격적으로 인덕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어쨌든 오늘은 김정은이 살 길을 조언했는데, 아마 큰 언론에서 기자 16년을 한 제 견해가 북한 간부들에 비해 절대 뒤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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