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중동, 초조한 북한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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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에서 슈퍼 호넷 전투기(F/A-18E)가 이륙하는 모습.
미국의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에서 슈퍼 호넷 전투기(F/A-18E)가 이륙하는 모습.
US Navy via AP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갈 길이 바쁜, 그래서 초조한 김정은에게 요즘 또 하나의 악재가 생겼습니다. 바로 미국의 관심이 요즘 북한이 아니라 이란에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지금 중동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벌인다는 흉흉한 분위기가 조성돼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달 12일 중동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피습사건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이면 이란 바로 앞인데, 12일에 이곳을 지나던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유조선 2척, 노르웨이 선박 1척, 아랍에미레이트 선박 1척, 합쳐서 4척이 한꺼번에 공격당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뭔가 폭발해서 유조선 홀수선 바로 밑에 1.5~3m 크기 구멍이 났습니다. 미국은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 단체가 했다고 이렇게 찍었습니다. 아닌 밤중의 홍두깨는 아니고, 최근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전면적인 석유 수출 금지 등 제재를 강화한 데 맞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한 상황에서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이란은 우리 짓이 아니라고 펄쩍 뛰면서 유엔에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를 계속 압박하고 있습니다. 흡사 재작년에 북한이 매달 미사일 도발을 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경고를 계속 날린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을 ‘최악의 테러 선동가’로 지칭하면서 “엄청난 힘을 보여주겠다. 이란이 싸우길 원한다면, 그것은 이란의 공식적 종말이다” 이렇게 위협했습니다. 미군 병력도 중동에 급파되고 있습니다. 미국 해군이 17일과 18일 아라비아해에서 항공모함인 에이브러햄링컨함과 강습상륙함, 제22해병원정대가 참가한 기동훈련을 벌였고,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를 동원해 지하 목표물을 벙커버스터로 타격하는 훈련도 했습니다.

이란도 가만있지 않습니다.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은 알렉산더 대왕과 칭기즈칸 등 과거의 침략자들이 이루지 못한 이란 정복에 나서려 한다”며 “침략자들은 모두 스러졌지만 이란은 수천년 동안 굳건히 서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미국과 맺었던 핵합의 이행 중단을 선언하고 저농축우라늄 생산량을 4배로 늘렸고 핵폭탄 재료인 고농축우라늄도 상부의 명령만 있으면 즉각 생산하겠다 이랬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니 지금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전 상황과 유사하다 이런 분석도 나옵니다. 게다가 2003년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으로 이라크 침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존 볼턴이 지금은 더 출세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대이란 강경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느낌이 별로 안 좋죠.

하지만 이란과 이라크는 다르기 때문에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관측이 물론 훨씬 더 우세합니다. 이란이 이라크보다 인구가 많고 면적이 넓어 더 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리적 위치가 다르죠. 사실상 내륙국가에 가까운 이라크와 달리 이란은 북쪽과 남쪽으로 바다를 접해 해양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유라시아 중심에 있어 교역상으로 중요한 위치해 있습니다. 또 전쟁이 일어나면 이란이 세계 유조선의 3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텐데, 이러면 전 세계에 유가 대란이 일어납니다. 한국도 이쪽에서 대다수 원유를 실어오는데 당연히 큰 일이 나옵니다.

이란 병력도 정규군 52만 명과 혁명수비대 12만 5000명이나 되는데, 이 정도 병력과 전쟁을 치르려면 2003년 이라크 전쟁에 투입했던 28만 명 이상의 병력이 필요합니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 대미 비정규전을 대신해 줄 무장 세력도 있습니다. 만만치 않은 존재입니다.

미국도 절대 혼자 전쟁하지 않죠. 한다면 이라크 전쟁처럼 영국이나 프랑스 등 동맹국들도 동원할 겁니다. 하지만 이라크전쟁의 수렁에 빠졌던 경험을 갖고 있는 동맹국들이 이번엔 잘 응하지 않으려 합니다.

미국에선 전쟁을 수행하려면 의회를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는데, 미국 의회도 승인해줄 것 같지 않습니다. 과거 걸프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전 모두 의회에서 별도의 전쟁 승인 법안이 통과된 뒤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이란은 전쟁 명분이 약하니까, 분명 수천 명의 희생이 따른 전쟁을 굳이 하려 안하겠죠.

거기에 미국은 아시아에선 북한과 중국 남중국해, 남아메리카의 베네수엘라 등을 계속 주시해야 합니다. 최소한 북한과 중국이 가만히 있어야 이란에 집중할 수 있는데, 요즘 김정은이 단거리 미사일을 쏘면서 슬슬 다시 도발을 시작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고, 중국은 미국이 중동에 몰입한 사이 남중국해 영유화 조치에 전격 나설 수 있습니다. 러시아라고 가만있겠습니까? 이란 편을 들어주면서 양쪽이 지치길 기다렸다 어부지리 얻으려 하겠죠. 이런 상황이라 전쟁은 나지 않고, 지루한 대치가 오래갈 것이라는 관측이 큽니다.

문제는 미국이 이렇게 이란과 신경전을 벌이고, 전쟁한다 만다 이러고 시간을 끌면 북한에 돌릴 관심이 중동에 간다는 겁니다. 김정은 입장에선 하루빨리 트럼프와 담판을 하고 싶은데, 눈길도 안 주니 얼마나 속이 타겠습니까. 트럼프가 북한을 재선을 위한 카드로 써먹어야 북한도 떨어지는 떡고물이 있을텐데, 지금 보니 이란을 이용하려 하는 겁니다. 화도 나겠죠.

그러니 김정은이 미국의 눈길을 다시 북한으로 끌어오기 위해 점점 군사적 도발 카드의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 이런 관측도 있지만, 그렇다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핵실험 같은 큰 도발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랬다가는 앞으로 흥정이고 뭐고 없을 테니 말입니다.

유엔의 대북제재로 지금 내부 사정도 안 좋고, 고립되고 지쳐가는 북한으로선 이란 사태 때문에 악재를 만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김정은은 또 어떻게 타개하려 할지 그게 향후의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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