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거제도와 제주도를 다녀와서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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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ek_rock-305.jpg 제주도 범섬 앞 갯바위에 고기잡이하는 낚싯꾼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 저는 남해의 섬 거제도를 가게 된 기회가 있었습니다. 거제도 하면 제일 먼저 포로수용소를 떠올리게 되실 겁니다. 정탐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에서도 거제도 포로수용소가 그려진 장면이 나오죠.

거제도와 또 남해의 제주도를 갔던 일은 진작부터 여러분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습니다. 한국에 온 탈북자들에게 어디에 가보고 싶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제일 먼저 꼽습니다. 그만큼 제주도는 북쪽 사람들에게 가고 싶은 꿈의 섬입니다.

남해 기슭도 마찬가지입니다. 북조선에 “동백꽃 피어나는 남해의 기슭에 수령님과 장군님 모시고 싶다”는 내용의 노래가 있죠. 정말로 동백꽃이 활짝 핀 거제도 섬 기슭에 섰을 때 그 노래가 생각나면서 피식 웃음이 나오더군요. 결국 남해의 기슭에는 탈북해 온 제가 먼저 섰으니깐 말입니다.

거제도는 경상남도 통영 앞바다에 있는 섬인데 이제는 2개의 다리로 육지와 연결돼 있습니다. 승용차로 거제도를 다 돌면 반나절 정도 걸립니다. 하지만 군데군데 내려서 볼 수 있는 경치 좋은 곳들이 많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섬멸했던 옥포 해전의 격전지를 내려다보면서 거북선이 불을 뿜던 옛 해전을 상상하기도 했고 포로수용소 자리에 들어선 기념관을 보면서 옛 인민군 포로들의 당시 삶을 각종 유품과 사진을 통해 보기도 했습니다.

거제도는 지금 배를 만드는 조선소가 유명한 섬으로 변신했습니다. 한국의 조선공업은 세계 1위입니다. 거제도 곳곳에 세계적인 조선소가 들어서서 몇 십만 톤급 배도 척척 만들어냅니다. 불과 반세기전 포로들의 슬픔이 가득 찼던 곳, 나무조차 얼마 없던 황량했던 섬이 지금은 한국의 경제를 견인하는 섬이 됐습니다.

거제도의 남쪽 기슭은 경치가 정말 좋은데 제가 보건대는 제주도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맑은 남해의 물속에 발을 담그고 해금강이라고 불리는 경치가 아름다운 섬을 바라보니 “사람의 일생이란 참 모르겠구나. 북쪽에서 살 때 내게 이런 날이 올 줄 상상이나 해봤던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생각은 제주도에 갔을 때도 자주 떠올랐습니다. 제주도는 이미 몇 번 갔었는데 갈 때마다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도를 차를 타고 돌아보면 하루는 족히 걸립니다. 제주도에도 정말 구경거리가 많습니다. 이미 국제적인 관광지로 널리 알려지다 보니 명승지는 물론 수십 개의 각종 박물관을 포함해 볼거리와 놀거리들이 잘 꾸려져 있습니다. 한라산도 중턱까지 자동차 길이 뚫려 있기 때문에 실제로 백록담 정상에 올라가는 데는 2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제주도 하면 해녀와 귤이 유명하죠. 지금은 제주도에 가면 해녀가 많지 않습니다. 거의 다가 60대 이상 할머니들입니다. 물질을 해서 수입이 많지 않으니 젊은 사람들이 힘든 해녀를 하려 하지 않는 것이죠. 좀 있으면 대가 끊길 위기이긴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제주도에서 휘파람을 쉬익 불면서 물속에 사라지는 해녀를 어디서든 볼 수 있습니다.

제주도 귤 농장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90년대에 제가 대학 기숙사 생활을 할 때 한번은 태양절인 4월15일이라고 귤을 하나씩 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귤을 처음 봐서 껍질을 어떻게 벗기는 지도 몰랐었습니다. 줄 때는 그게 어떻게 주는 귤인지 아무 설명이 없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제주도에서 보내준 귤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주도 사람들은 10년 넘게 북에 5만 톤 가까운 귤을 지원했다고 합니다. 평양 간부들 위주로 그 귤을 먹어본 사람들도 많겠지만 지난해부터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귤 보내주는 사업도 중단됐습니다.

제주도에는 일본과 중국 사람들이 참 많이 옵니다. 예전에는 일본 사람들이 많이 왔지만 이제는 중국 사람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중국의 경제력이 급성장하다 보니 부자도 엄청 많아졌는데 몇 십만 달러 정도 갖고 있는 사람만 수천 만 명에 이릅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관광을 다니면서 돈을 뿌립니다. 제주도도 중국의 발전과 함께 이들 관광객들을 유치해 외화를 버는 최대 수혜지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를 가보면 역시 관광지는 아름다운 풍경만 갖고 있어서는 되지 않고 세계적인 감각을 갖고 잘 꾸리는 일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외국에서 쉽게 올 수 있게 교통도 좋아야 하구요. 제주도는 중국이나 일본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면 한 시간 좀 넘게 걸리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를 보면서 북에도 금강산이나 묘향산, 칠보산과 같은 명승지들이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중국 관광객들을 정말 많이 끌어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의 현실에선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겠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중국인들이 금강산에 한번 가려면 기차타고 가기엔 너무 먼데다 가격도 비싸고, 가서는 며칠 씩 머물면서 볼만한 곳도 변변히 없고 게다가 안전까지 장담할 수 없다면 관광객들이 구경을 오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북조선이 자꾸 나라 문을 닫지만 말고 문을 열어서 세계적 흐름도 공부하고 나라도 발전시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래서 풍부한 명승지들을 제주도와 거제도처럼 잘 개발해서 북조선 사람들도 마음껏 찾아가고 외국인들도 몰려오는 그런 곳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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