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맛있는 북조선의 고기와 남새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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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_vegi-305.jpg 북한 농민들이 평양시 강서군 청산협동농장에서 봄 채소 수확을 높이기 위해 김매기와 시약처리 등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며칠 뒤면 개들이 제일 두려워 한다는 삼복이 시작되네요.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뜨겁고 매운 개장을 삼복더위를 물리치는 좋은 보양식으로 삼았습니다. 이를 표현하는 말이 ‘이열치열’이라는 사자성구인데요. 이는 뜨거운 것으로 뜨거움을 몰아낸다는 뜻입니다.

저도 북에 있을 때 개장을 많이 먹었는데, 남쪽에 오니 삼복 때에는 삼계탕을 많이 먹더군요. 저는 북에 있을 때 삼계탕이란 말을 몰랐습니다. 삼계탕이란 북한에서 말하는 닭곰과 비슷한데 닭 속에 찹쌀과 대추, 인삼, 당귀와 같은 한약재를 넣는 것도 똑같습니다. 다른 점은 닭곰은 증기로 찌지만 삼계탕은 물에 넣고 삶습니다. 또 닭이 클수록 좋다고 하는 닭곰과는 달리 삼계탕은 대체로 병아리를 갓 벗어난 중닭을 많이 씁니다. 이런 삼계탕을 보통 초복 중복 말복에 세 번 먹는 것이 여기 남쪽 풍습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개장은 삼계탕만큼 먹지 않습니다. 개고기가 비싼 것도 한 이유입니다.

남한에 처음 와서 닭고기가 너무 눅어서 놀랐는데 닭 한 마리가 보통 점심 한 끼 가격과 비슷한 5딸라 정도 입니다. 개고기 한 키로면 닭을 네댓 마리나 삽니다. 고기가 열키로 정도 나오는 개 한 마리면 닭을 40~50마리 산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북에 있을 때는 닭 두 마리 가격이면 겨우 개 한 마리를 샀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북에선 개는 거의 모든 집에서 많이 키우지만 닭은 사람도 없어서 못 먹는 곡식을 먹어야 할 뿐 아니라 너무 도둑질을 많이 당해서 키우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이죠.

반대로 남쪽에선 가축농가 한 세대가 완전 자동화 시설로 닭을 수만 마리씩 키우니 닭고기가 눅을 수밖에 없습니다. 북에 있을 때는 닭고기가 비싸서 그런지 제가 닭고기를 정말 잘 먹었는데 한국에 오니까 이상하게 닭고기가 맛이 없어지면서 잘 먹게 되지 않더라고요. 저는 너무 흔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한 실향민 할아버지와 함께 밥을 먹게 됐는데 반찬 중에 닭고기가 나오니까 그분이 “북쪽 닭고기가 맛있었지 여기는 아니야” 이러시더라고요. 북에서는 집에서 직접 정성껏 길러서 고기 맛도 참 좋았는데, 여기는 하도 대량생산을 하다 보니 고기가 맛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말씀을 듣고 보니 일리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닭고기만 그런 것도 아니고 돼지고기도 그렇습니다. 북에선 수입산 돼지고기를 보고 화학약품을 많이 먹여 속성으로 비육시킨 돼지라는 의미에서 ‘화학돼지’라고 불렀죠. 그때도 확실히 화학돼지는 맛이 없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최대한 빨리 키워 빨리 팔아야 돈을 벌기 때문에 사료에 온갖 첨가물들이 다 들어가고 병에 걸려 죽지 말라고 항생제도 사료에 섞여서 먹입니다. 확실히 그러니깐 빨리 크긴 합니다. 북에선 돼지를 100키로 정도 키우려면 1년은 걸리는데 여기는 몇 달이면 됩니다. 북에선 150키로 넘어가는 돼지는 정말 보기 드문데다 그렇게 키우려면 거의 2년씩 키워야 하지만 여기선 돼지가 200키로는 쉽게 넘어갑니다. 그러니 수익은 많이 나겠지만 대신 고기가 맛은 없어 보입니다.

어디 고기만 그렇습니까. 여기선 남새도 북한보단 맛이 없습니다. 여기 상점에 가보면 사시장철 온갖 신선한 남새가 항상 있습니다. 아무 남새나 전부 계절에 상관없이 나오는데 이를테면 가을 김장배추가 봄이나 여름에도 있고 풋고추가 12월에도 나오고 쑥갓이 가을에도 있는 식입니다. 남새들을 보면 정말 크고 싱싱하고 먹음직합니다. 배추도 북에서 보기 드문 엄청 무겁고 통이 잘 진 배추들이 나오고, 무우만 해도 전부 팔뚝 같은 미끈한 무우만 넘칩니다. 상추니 쑥갓이니 오이니 모든 것이 벌레하나 먹지 않고 쭉쭉 늘씬하고 싱싱합니다. 그런데 눈에는 정말 먹음직한데 정작 먹으면 이상하게 북에서 먹던 그 맛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무리 화학비료를 듬뿍 주고 농약을 팍팍 뿌려서 벌레를 다 잡아도 북에서 인분을 퍼주고 벌레가 파먹고 구불구불 못생긴 그런 남새보다 맛이 못하니 이상한 일입니다. 이건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많은 탈북자들이 그렇게 말합니다. 이상하게 모든 것이 풍족하지만 맛은 북쪽에서 먹던 남새 맛이 나오지 않는다고요. 특히 가루가 폭폭 나는 양강도 감자 맛은 남쪽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남쪽은 풍족한 대신 맛이 희생됐습니다. 북쪽에선 맛은 있는데 대신 양이 충족되지 않습니다. 어느 것이 더 나을까요. 저는 그래도 풍족함이 훨씬 낫다고 봅니다. 뭐가 많아야 맛을 따지든 말든 하는 것이지 모자라는 곳에선 맛을 따지는 것이 너무나 큰 사치입니다. 저도 남쪽에 와서 배가 부르니 북쪽에서 먹던 맛은 이 맛이 아닌데 하면서 따지는 것이지 먹을 게 없으면 언제 맛을 따지고 있겠습니까.

남쪽에서도 몇 년 전부터 ‘웰빙’이라고 하는, 건강을 가장 먼저 추구하는 바람이 불면서 이제는 화학비료나 농약을 안주고 자연 그대로 키운 남새가 매우 비싸게 팔립니다. 닭고기도 좁은 닭장 안이 아닌 자연 방목시켜 키운 닭이 훨씬 비싸고, 이런 닭이 낳은 계란도 다른 계란보다 몇 배로 비싸게 팔립니다. 여러분, 앞으로 식탁에 올라있는 남새를 보면서 “이런 남새가 남쪽에선 정말 귀하고 비싸게 팔리는 것이야” 하고 생각하면서 먹으면 훨씬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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