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빼닮은 베네수엘라의 망국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8-08-10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베네수엘라 남성과 아들이 일자리를 찾기위해 페루까지 도보로 이동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남성과 아들이 일자리를 찾기위해 페루까지 도보로 이동하고 있다.
AP Photo/Fernando Vergara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 남미에 북한의 고난의 행군 때를 떠올리게 하는 나라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베네수엘라인데요. 이곳에 가면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는 꽃제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아직 대량 아사가 발생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각종 전염병이 돌고, 동물원 동물까지 잡아먹는 꼴이 북한을 연상케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베네수엘라가 사우디나 이란을 제치고 세계에서 석유 매장량이 제일 많은 국가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살까요?

베네수엘라 하면 사람들은 제일 먼저 인플레를 떠올립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플레 사태가 두 번 있었는데, 한번은 1차 세계대전에서 망했던 1920년대 독일이고, 다른 하나는 2000년대 짐바브웨입니다. 독일은 땔감을 사려 수레에 돈뭉치를 싣고 갔다가 못 사서 다시 돌아와 그 돈을 땠다 이런 이야기를 저는 북에서부터 들었습니다. 짐바브웨는 2009년에 ‘100조 짐바브웨 달러’로 고작 계란 세 개를 살 수 있었습니다. 결국 자국 화폐를 버리고 미국 달러와 남아공 돈을 써서 가까스로 경제를 회복시키는 중이죠.

그런데 지금 베네수엘라가 그 꼴입니다. 쌀 1㎏가 22만 볼리바르인데, 500볼리바르 지폐를 440장 내야 합니다. 대통령 월급이 300만 볼리바르인데 이 돈으로는 통조림 한 캔도 살 수 없습니다. 살 물건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 돈을 차로 갔다 줘도 못사는 물건이 많습니다. 심지어 돈이 휴지인지라, 이 돈을 접어서 가방이나 혁띠를 만들어 파니 더 비쌉니다. 올해 베네수엘라 물가 상승률은 100만%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한때 남미에서 가장 잘살던 ‘원유 부국’ 베네수엘라의 처참한 경제 실상입니다.

결국 베네수엘라는 20일부터 볼리바르화에서 0을 다섯 개 뺀다고 발표했습니다. 즉 10만 볼리바르를 앞으로 1볼리바르로 하겠다 이 말인데 당초 0을 세 개만 빼려 했는데 안 되겠다 싶어서 0을 다섯 개나 빼는 것입니다. 2009년 북한의 화폐개혁 때엔 100원을 새 돈 1원으로 바꿔줬는데, 베네수엘라는 10만 원을 1원으로 바꿔주니 북한보다 더 심각한 거죠.

베네수엘라는 왜 이렇게 됐을까요? 그 많은 석유를 깔고 앉아 왜 저렇게 거지로 사는 걸까요. 바로 정치를 잘못했기 때문입니다. 베네수엘라는 1998년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불행이 시작됐습니다. 그는 무상교육·무상의료·무상주택 정책을 내걸고 당선됐는데, 이건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정책이죠. 그때는 세계에서 사회주의가 다 망했을 때인데, 차베스라는 사람이 돈키호테처럼 나타나서 다시 사회주의를 한다는 겁니다.

차베스 집권 시절에는 석유 가격이 괜찮았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수출액의 80%를 석유에서 벌어들였는데, 이 돈을 빈민들에게 마구 퍼주었습니다. 공짜로 치료해주고, 집도 공짜로 주고, 교육도 공짜로 해주고, 그 덕택에 빈곤율은 49%에서 25%로 떨어졌습니다. 차베스는 영웅으로 떠받들렸고, 공짜로 퍼주니 사람들이 차베스 만세를 부르면서 선거 때마다 그를 찍어줬습니다. 그냥 쉽게 말하면 베네수엘라의 김일성이었습니다. 그가 2013년 암으로 죽지만 않았다면 지금까지 베네수엘라를 통치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나라 사람들은 몰랐죠. 불과 몇 년 만에 천국이 지옥이 될 줄을 말입니다. 2015년부터 국제 석유가격이 대폭락한 것이 결정타였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심해에서 석유를 캐기 때문에 톤당 생산 비용이 높습니다. 그냥 땅에서 솟아나는 석유를 정제해 파는 사우디 이런 나라에 비해 생산가격이 4배나 비쌉니다. 석유 가격이 폭락하니 생산단가가 비싼 베네수엘라는 석유를 캐서 팔수록 손해 보게 됩니다. 국가 재정 90%를 석유에 의존하던 나라가 석유를 못 파니 순식간에 알거지가 된 거죠. 석유 팔아서 돈 좀 벌 때 경제의 다른 분야에 투자해서 이런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데, 돈 들어오는 족족 나눠주다 보니 남은 게 없는 겁니다.

차베스는 또 잘 나갈 때 눈에 뵈는 게 없다보니 자신을 남미의 반미 민족주의 전사로 내세웠습니다. 미국과 맞서는 위대한 영웅 이런 식으로 자기를 포장했는데, 이것도 김일성 따라 배운 것 같습니다. 미국과 맞서지, 돈 잘 나눠주지 하니 영웅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지금 차베스 후임자가 정권을 잡았는데, 아직도 경제 파국이 몽땅 미국 때문이라고 몰아갑니다. 이것도 북한과 닮은 점입니다.

지금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뼈저리게 반성합니다. 우리가 눈이 멀어서 저 차베스를 민족의 영웅이니 은인이니, 어버이니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완전 대중영합주의자로 대책 없는 인간이었구나 하고 말입니다. 나중에 북한 사람들도 역시 깨달을 겁니다. 김일성, 김정일이 결국 우리를 속여먹고 자기들 장기 집권하느라 나라를 이렇게 거지로 만들었구나 하고 말입니다. 하긴 나중이 아니라 지금 그걸 깨달은 사람들도 많지요.

먹고 살기 어려우면 어떻습니까. 자기 나라를 떠나는 겁니다. 벌써 베네수엘라 인구의 10%가 외국으로 갔다고 합니다. 그래도 여긴 북한보다 훨씬 나은 게, 외국으로 갔다고 잡아서 감옥이나 수용소에 보내진 않습니다.

한때 한국에도 차베스를 따라 배워야 한다는 좌파 지식인들이 많았습니다. 그때 동아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들은 좌파 대중영합주의가 결국 베네수엘라를 망가뜨려 수렁에 빠지게 할 것이라는 경고를 했는데, 얼치기 좌파들은 차베스 찬양 일색이었습니다. 그렇게 떠들던 인간들 중에 지금 반성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무튼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사회주의로 가면 무조건 나라 망한다는 역사의 진리를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북한도 하루빨리 사회주의라는 허울뿐인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시장경제로 나가는 길만이 유일한 살길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