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가난해졌을까.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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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간부들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 압록강 부근 마을의 북한 주민들 모습.
연합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내일이면 해방된 지 76년째 되는 날인데, 다른 의미로 분단 76년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분단 76년 동안 한국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자랑스러운 나라가 됐고, 북한은 온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거지처럼 사는 나라가 됐습니다. 왜 이렇게 격차가 벌어졌는지에 대해선 북한은 지도자를 잘못 만났고, 노선을 잘못 걸었고, 정권을 타도하는 민중시위도 없고 등등 이유는 많을 겁니다.

오늘은 제가 보는 각도에서 북한이 거지가 된 이유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한마디로 가난하고 천한 계층의 사람들이 권력을 잡아 천민의 세상으로 돌아간 겁니다.

저는 사람의 근본을 따질 때 출신성분을 따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어디 있고, 귀한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출신성분 제일 많이 따지는 나라가 어디냐. 바로 북한입니다. 공산주의 한다는 자들이 계급은 잔뜩 만들어놓고, 출신성분은 왜 그리 따집니까.

저는 북한에서 농민의 자녀로 태어나 금수저들만 간다는 김일성대를 갔습니다. 신분의 벽을 정말 어렵게 넘고 갔지만, 대학에 가니 피눈물이 나더군요. 온통 간부집 자식들인데, 아버지의 직위에 따라 점수도 결정되고, 놀려만 다녀도 부모가 간부면 졸업하면 갈 좋은 곳이 다 정해져 있습니다.

제 부모가 능력이 없어 농민이 된 것도 아닙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아주 유명한 인물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하필 출신성분에 인생이 결정되는 북한에 살다보니 우리 집은 북한에서 절대 출세를 할 수 없고 농촌에 쫓겨 온 것이죠. 얼굴도 보지 못한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때문에 말입니다.

북한에서 농민의 자녀는 90% 이상이 농민이 됩니다. 군에 갔다 와도 농촌으로 돌려보내고, 몇 명 대학 보내도 농촌 교원, 농촌 의사로 발령을 냅니다. 북한은 그런 신분제 사회입니다. 탈북자 중에 함경북도, 양강도에서 온 사람들이 많은데, 들어보면 출신성분이 걸려서 쫓겨 간 사람들 많습니다. 해방 전 인재들의 후손들이 북한 오지에 쫓겨 가 고생하다가 탈북해 온 것이죠.

그럼 평양에는 어떤 사람들이 사는가. 해방 전 천한 계층으로 분류되었던 사람들의 자식들이 삽니다. 해방 전 머슴, 빈농의 자식이면 북한에서 출신성분이 제일 좋은 금수저가 됐습니다. 이들을 북한에선 무산계급, 핵심계층이라고 합니다. 해방이 돼서 자기가 모시던 지주를 때려죽이면 더 핵심군중으로 인정받았겠죠.

제가 예전에 김정은 혈통에 대해 말했는데, 김 씨 집안도 평양에서 오랫동안 남의 묘를 봐주던 천민 출신의 집안인데, 해방이 되니 위대한 백두혈통으로 둔갑됐네요. 해방되니 머슴, 빈농들이 무산혁명이란 것을 통해 북한의 권력을 잡은 뒤 지금까지 대대손손 핵심계층이라고 간부 자리 물려주며 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해방이 되니 머리 좋아 좀 잘 살던 사람들 재산 다 빼앗고, 천민계층이 북한을 타고 앉은 겁니다. 물론 해방 전에 출신 때문에 머리는 좋아도 머슴이 되고 빈농이 된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해방 전 일제 치하에서 머리 좋고, 부지런하면 자기 땅 정도는 사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일하기도 싫어하고, 배운 것도 없는데다 주인 때려죽일 정도의 못된 심성을 가진 빈농들이 있었을 테고, 이들이 세상이 바뀌어 권력을 잡으니 이렇게 세상을 뒤집어 놓아 권력을 쥐어준 김일성에게 얼마나 감격했겠습니까.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충성했죠.

김일성은 이런 무식한 계층을 끼고, 유식한 사람들은 모두 타도했습니다. 나중에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할 때 배운 사람이어야 공산주의자가 세습이 뭐냐고 불만이라도 가지겠는데, 권력을 잡은 무식한 인간들은 반항할 머리도 없었습니다.

북한 지배계층은 김일성의 충실한 졸개가 돼서 가자는 대로 졸졸 따라가고, 저놈 죽이라면 우르르 가서 때려죽이고 그래서 북한이 이 꼴이 났죠. 해방 전 그들이 살던 그대로 거지가 되고 일하기 싫어하는 나라로 말입니다.

지금 북한에서 간부랍시고 여러분들 위에 군림해 목에 힘을 주는 인간들의 출신성분 쭉 거슬러 올라가보십시오. 그들이 유능하고 똑똑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부모나 할아버지가 천민이었기 때문에 간부가 된 것입니다. 만약 그들의 부모나 조부가 해방 전에 진짜 머리 좋고, 인텔리였다면 그들도 양강도, 함경북도에 묻혀 무지렁이가 됐을 겁니다.

김일성은 똑똑한 사람 다 죽이고, 그 유전자 물려받은 똑똑한 후손들까지 산간오지 농민에서 대대손손 벗어나오지 못하게 하고는, 무식하고 선동에 잘 넘어가는 유전자들을 골라 자기를 호위하는 간부를 시켰죠. 그런 인간들이 권력을 잡았으니 지금 북한이 어떻게 됐습니까.

호통질하는 간부들 보면 마음속으로 이렇게 욕하십시오. “이런 천하고 못된 놈의 자식!”

그건 욕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그들은 오갈 데 없는 못된 천민의 자손이기 때문에 출세해 간부가 됐고, 해방 전 양반이나 인텔리였던 사람들의 후손들은 그들 밑에 복종하는 노동자, 농민으로 전락한 겁니다. 천민의 핏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적대계층, 복잡계층이 돼 대대손손 농민의 처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북한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북한이 붕괴돼 혈통 타령, 핏줄 타령하던 인간들이 합당한 능력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끝으로 저는 혈통, 성분을 따지는 거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것 다시 강조합니다. 그렇지만 그걸 따지는 것은 북한 정권이 먼저 시작했고, 출신성분 때문에 70년 넘게 주름 한번 펴보지 못한 억울한 인생이 얼마나 많이 생겼습니까. 그래서 인간은 평등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제가, 오늘은 마음먹고 북한이 그렇게 따지는 출신 성분의 논리로 똑같이 말해줍니다. 일부 못돼 먹은 천민출신들이 해방이 돼 북한을 타고 앉아 대대손손 상거지의 근성을 대물림하는 바람에 북한이 상거지가 된 것이라고 말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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