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의 쇠똥구리 복원 사업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08.16
protection_insect-620.jpg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소똥구리 200마리를 최근 몽골에서 도입해 증식을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고 11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느덧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대는 시절이 왔습니다. 제가 평양에 살 때도 길가 가로수에서 매미 우는 소리가 시끄러웠는데, 서울도 가로수가 있는 곳은 어딜 가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서울 매미가 좀 특이한 것이 밤에도 웁니다. 원래 매미는 낮에만 활동하는 곤충인데, 요즘 신세대 매미는 가로등과 같은 도시의 불빛 때문에 낮밤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저도 밤에 잘 때 매미 소리 계속 울려 신경이 쓰입니다. 반면 평양은 가로등이 없으니 매미들이 밤에 잠을 자죠. 멀지 않은 땅인데도 잘 사는 남쪽과 못 사는 북쪽에서 태어난 곤충이 이렇게 다르게 진화합니다.

길 가다가 매미를 가끔 보면 매미 잡으려 다녔던 어릴 때가 생각납니다. 잡아도 쓸데도 없는데, 왜 그리 매미와 잠자리를 잔인하게도 잡았는지 후회스럽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우리나라 매미는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 보통 5년이나 땅에서 잠을 자고는, 정작 세상에 나와 20~40일 동안 살다 죽습니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놈들은 수컷인데, 암컷을 유혹하는 특이한 울음소리를 내기 위해 자기 몸의 절반 이상을 텅 비워 놓는 극단적인 진화를 했습니다. 이렇게 울어서 암컷과 교미를 마치고는 죽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 매미는 더 특이한 것이 많습니다. 미국 중서부에선 매미 소리를 17년에 한번만 들을 수 있어 ‘17년 매미’라고 부릅니다. 이때 한번 나오면 수십 억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나오는데, 소리가 엄청나서 음악제마저 못합니다. 17년을 채우지 않으면 절대 땅에 먼저 나오지 않습니다.

동물학자들이 왜 그런지 연구했더니 기막힌 진화론이 숨어 있습니다. 17년마다 나오는 것이 종족 보존을 위한 인해전술이라는 것입니다. 매미가 세상에 나오면 새, 다람쥐, 거미, 고양이, 개 심지어 물고기까지 매미를 잡아먹습니다. 이를 천적이라고 하는데 수십 억 마리가 한꺼번에 나오면 잡아먹어도 남습니다.

또 천적으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성장 패턴을 천적의 성장 패턴과 달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매미의 주기가 5년이고 천적의 주기가 2년이면 천적과 만날 기회는 10년 마다 옵니다. 매미의 주기가 17년이고 천적의 주기가 3년이라면 51년이 돼야 만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나오는 주기가 홀수인 중요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매미가 5년만 땅에 있다 세상에 나온다는 것은 천적이 미국보다 많지 않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워낙 자연이 잘 발달돼 새나 다람쥐가 엄청 많습니다.

우리나라 매미도 천적이 많으면 세상에 나오는 주기를 7년, 9년으로 늘려 진화했을 겁니다. 미국에는 이미 13년 매미, 17년 매미가 있는데, 나중에 19년 매미가 나올지 모릅니다. 매미 소리에도 이처럼 엄청난 자연의 섭리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매미 소리를 매년 당연히 듣는데, 17년 마다 듣는 미국 사람들은 매미 소리를 들으면 어떤 심정일까요.

그런데 한반도에는 매미처럼 곤충 팔자가 달라진 경우가 꽤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여름이면 집 주변에 널린 것이 돌드레였죠. 북에선 돌드레라고 하는데, 남쪽에선 하늘소라고 합니다. 이 하늘소도 종류가 한 300가지가 된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장수하늘소라는 것은 1968년에 곤충으로서는 처음으로 천연기념물 제218호로 지정됐습니다. 장수하늘소를 멸종위기동식물 1급으로 지정하면서,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를 마련해 놓은 것입니다.

원래 장수하늘소는 그 멋진 모습과 거대한 크기로 인해, 곤충의 왕으로 불리면서 관심의 대상이 되었는데, 천연기념물 제218호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에 들어와선 이걸 봤다는 사람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돈을 들여 복원에 나섰습니다. 한국에선 잡을 수가 없으니 2014년 8월에 중국에서 수컷 1마리와 암컷 2마리를 들여와 교미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16개월 만에 알을 확보해 4마리의 성충을 얻는데 성공했고, 이를 번식시켜 뿌린다는 것입니다. 장수하늘소도 자연적 생장 기간만 7년에 달해 복원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숱한 연구진이 달라붙어 합니다.

돈을 들여 곤충을 복원한다면 북한 주민들은 의아해 하실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여긴 합니다. 곤충도 복원 하는데, 곰과 같은 동물은 더 말할 것도 없죠. 명태도 하고, 아무튼 제가 다 몰라서 그렇지 복원의 종류와 투자 자금이 엄청 날 겁니다.

다시 곤충 얘기로 돌아가면 이달 12일에도 한국 정부는 쇠똥구리 복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쇠똥구리는 북에서도 잘 알죠. 소 등 초식동물의 똥을 동그랗게 만들어 돌돌 굴리며 다니는 하늘소 비슷하게 생긴 곤충이 있습니다.

이게 1971년 이후에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발견된 기록이 없다고 합니다. 과거 집집마다 소를 기르던 농경 시절엔 한국에도 길 가다 보는 게 쇠똥구리였는데, 이젠 다 사라졌습니다. 가축 방목이 사라지고, 목초지가 감소한데다, 목장에선 질병 예방을 위해 구충제, 항생제 이런 것을 먹이니 쇠똥구리가 다 죽은 것입니다.

그래서 몽골에서 최근 200마리를 잡아와서 이걸 또 돈을 들여 길러내서 국내에 퍼뜨린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저는 “내가 어렸을 때 갖고 놀던 돌드레는 장수하늘소가 아니었을까” 또는 “몽골이 아니라 북에서 쇠똥구리를 잡아오면 되는데”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쪽에서 돈을 써가며 곤충을 복원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북녘 여러분들도 신기하고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실 겁니다.

북한은 아직 농경 사회라 멸종된 곤충이 적을 겁니다. 북에서 장수하늘소나 쇠똥구리 잡아 남쪽에 팔아도 돈을 적지 않게 벌 텐데 말입니다. 남북이 좀만 친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이런 교류도 지금 남북관계 악화로 못하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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