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회 개최와 김정은의 속셈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0-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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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_meeting.jpg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19일 북한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제7기 제6차 당 전원 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이날 전원 회의에서는 내년 1월 8차 당대회 개최가 결정됐다.
사진-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목요일에 김정은이 내년 1월에 제8차 노동당 대회를 열고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네요. 김정일 때는 부끄러운 줄은 알아서 열지 못하던 당 대회를 김정은은 목표가 성공하든 말든 정기적으로 하겠다고 하니 칭찬해야 할지 욕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내년에 제시할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제대로 굴러갈까요. 제가 김정은이 매년 신년사를 하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 한국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신년사를 하면 열심히 매달려서 분석합니다. 올해 북한은 어떻게 할 것이고, 이 구절에는 어떤 의도가 담겼고 하면서 분석하지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뭐하려 헛소리를 그렇게 열심히 분석하냐. 신년사에서 하는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다. 나는 평생 북한을 다뤄 왔지만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계획을 세워서 그대로 굴러가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입니다.

여러분들이 잘 알지 않습니까. 신년사만 보면 얼마나 휘황찬란합니까. 그대로 됐으면 지금 북한은 미국을 뛰어넘는 우주 최강의 나라가 됐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점점 북한이 시궁창으로 굴러 떨어지고, 계획은 열심히 만들지만, 다 헛짓이죠.

설날에 그해 일어날 일들, 당장의 앞날도 예상하지 못하는 것이 북한의 실력인데 무슨 5개년 계획을 만들겠다고 합니까. 2016년에 제시한 국가경제개발 5개년 전략만 봐도 저는 그때 무슨 헛소리하냐 했습니다. 전력을 우선적으로 풀겠다고 했는데 지금 보면 발전소 하나 제대로 세운 것이 없습니다.

다른 목표도 창피한지 구체적인 숫자는 없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늘여놨죠. 가령 ‘인민경제의 자립성·주체성 강화’, ‘식량의 자급자족 실현’, ‘인민경제의 현대화·정보화’, ‘수산물생산목표 점령’, ‘경공업 발전’…. 그래서 다 강화되고 실현되고 점령됐나요? 현실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자기들도 부끄러운 줄은 아는지 8차 당대회 공고문에 경제성장이 미진했다고 이렇게 인정은 하더군요.

“혹독한 대내외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드는데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해 계획됐던 국가경제의 장성 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고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워낙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던 김정은이 성과가 미진됐다고 인정하면 놀랍다고 할지 모릅니다만, 이런데 속지 마십시오. 바로 우리 지도자가 솔직하니 한 번 더 믿어보자 이런 여론이 생겨나라고 넣은 구절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5개년 계획이 10리 갈지 100리 갈지 목표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발자국만 가도 성과가 있다고 하겠지만, 워낙 한 걸음도 못 갔으니 김정은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죠. 이번 결정문엔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이 혹독한 대내외정세가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것을 보고 뻔뻔하다는 겁니다.

그 혹독한 대내외 정세를 푸는 것이 바로 지도자의 몫이 아닙니까. 자기 할 일은 하지 않고 혹독한 정세에 미룹니다. 아니 정세란 것이 인간도 아니고, 그 정세를 만들고 풀고 하는 것이 인간이고 지도자입니다.

김정은이 배를 내밀고 있으면 미국이 제재를 그냥 풀어줍니까. 핵을 개발하고 보유하고 있으니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하는데 지난달에도 핵 무력을 더 굳게 강화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런 북한에 제재를 어떻게 풀어줍니까. 여러분들이라면 잘못했다고 처벌했는데, 잘못을 인정도 하지 않고 더 삐뚤게 나가겠다는데, 처벌을 풀겠습니까.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 만나 회담은 했죠. 그러나 현명한 전략이 없이 망신만 당했고, 또 누구 잘못이든 어쨌든 못 풀었으면, 그래서 계속 제재를 받는 상태가 이어지면 그건 지도자의 무능인 겁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든 지도자나 기업인이나 무능하면 자리 내놓고 물러나던가 망하는 게 상식인데, 김정은만 무능해도 버팁니다. 능력 없으면 그 자리를 내놓고 내려오는 것이 당연한 상식입니다.

그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앞으로 5년이면 사라질까요. 핵을 고집하는 한 계속 이어지고, 북한 경제의 앞날도 뻔합니다. 예상치 않았던 도전 중에는 코로나 핑계도 있는 것 같은데 다른 나라는 문 걸어 잠글 줄을 몰라 안 잠그고 있겠습니까. 나라가 굴러가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북한만큼 코로나 핑계로 스스로 문을 꽁꽁 닫아 매고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이 역시도 자기의 선택이고, 그래서 경제가 망하면 자기의 탓인 겁니다.

저는 김정은이 왜 8차 당대회를 열려는지 그 이유도 알겠습니다. 상황이 안 좋아지고 민심이 흉흉하니 이걸 내걸고 최소 1년 동안 또 조이겠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북한이 무슨 목표니 대회니 언급하면 살기 힘들어 불평불만이 늘어날까봐 인민들 조이겠다는 뜻인건 분명합니다.

이제부터 내년 1월까지 “8차 당대회를 높은 성과로 맞이하자” 이러며 조이겠고, 1월이 지나면 또 “8차 당대회 관철을 위하여 총진군 앞으로” 이러면서 또 조일 겁니다.

2016년에도 5개년 전략이란 것을 내놓자마자 200일 전투에 들어갔고, 끝나니 또 70일 전투라는 것을 벌였습니다. 1970년대부터 정말 징글징글하게 전투한다고 하는데, 2021년까지 전투한다고 하니, 끝없이 전투하면 결국 다 전사하는 결과 밖에 더 있습니까.

그런데 북한은 계속 막장으로 갑니다. 왜 그러겠습니까. 가야 할 방향으로 가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열심히 뛰어가기 때문입니다. 그 틀린 방향을 제시한 것이 바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입니다. 이 김 씨 일가가 꼭대기에 앉아 여러분들을 계속 엉뚱하게 조종하는 한 당 대회가 8차가 아니라 80차까지 열려도 여러분들은 비참한 삶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할 말은 정말 온밤 해도 모자랄 듯하지만 어느덧 제게 허락된 방송시간이 다 돼서 여기서 말을 마치려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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