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이 제일 먼저 만들어낼 재앙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7.09.08
missile_monitor_desk-620.jpg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화성-12형의 비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컴퓨터 모니터 등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모습. 모니터에는 '00:00'이라는 숫자와 함께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포함한 지도, 예정 비행 궤도로 추정되는 선 등이 그려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의 가장 큰 뉴스는 아무래도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입니다. 사실 남쪽의 북한 담당 기자들은 북한이 9월에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타사의 한 후배는 8월 말에 저와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선배, 나 9월 10일에 하루 쉴 건데 설마 북한이 그때 핵실험 할 것은 아니겠죠?”

그가 이런 걱정을 하는 이유는 핵실험을 하면 북한 담당 기자들은 즉시 비상이 걸려 자정까지 기사를 쏟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그날은 죽어나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작년에 9월 9일에 했는데, 내가 가만 보니 지금까지 5차례 핵실험을 같은 날에 한 적은 없더라. 그런데 9.9절 넘겨 하면 또 의미가 없으니 한다면 9월 초에나 할 것 같아” 이랬죠.

그런데 진짜로 김정은은 9월 3일에 핵실험을 했습니다. 일찍 해준 덕분에 그 후배는 10일 휴식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북한이 실험한 것이 수소폭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위력은 확실히 셌습니다. 한국은 50kt, 중국은 100kt, 일본은 160kt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1kt은 TNT 폭약 1000톤이 폭발하는 위력입니다. 한국이 예상하는 50kt은 폭약 5만 톤이 폭발하는 위력이고, 일본이 예상하는 160kt은 폭약 16만 톤이 폭발하는 위력입니다.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돼 14만 명을 사망하게 한 미국 원자폭탄의 위력이 16kt이니 북한이 실험한 이번 핵폭탄은 히로시마급의 최대 10배 위력인 셈입니다.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21kt으로 히로시마 원폭 16kt보다 더 위력이 컸지만 사망자는 히로시마의 절반은 7만 4000명에 그쳤습니다. 인구밀도나 도시 구조에 따라 원자폭탄의 위력이 달라지는 것이죠.

한국의 도시는 히로시마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히로시마는 목조 건물이 대다수여서 피해가 컸고, 그만한 폭발력에 도시가 다 날아갔지만, 서울의 경우 대다수 건물들이 다 든든한 콘크리트 건물입니다. 핵이 아무리 위력이 커도 콘크리트 건물을 무너뜨리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히로시마에서도 콘크리트 건물은 무너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콘크리트 건물이 강하다고 해도 이번 핵실험한 중간치인 100kt 정도가 터지면 서울처럼 인구밀도가 조밀한 도시는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죠. 서울 인구가 천 만 명이니 최소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정은은 이런 무시무시한 무기를 이제 손에 쥐게 된 것이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핵폭탄이든 수소폭탄이든 그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걸 쓰는 순간 김정은은 죽은 목숨이 됩니다. 핵무기를 쓴 전범을 살려두면 아마 전 세계가 핵무기를 만들겠죠. 그러니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할 것 없이 모두 달라붙어 김정은을 무조건 죽이게 됩니다. 김정은이 자기가 살자고 핵무기를 만들었는데 그런 죽을 짓은 하지 않겠죠.

핵무기를 수천 개의 최첨단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을 향해 쏜다면 북한은 지도에서 사라지겠죠. 만약 한국에 쏜다고 해도 역시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이 김정은을 손보지 못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강력하게 만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죽으면 발생하는 혼란 상황을 한국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데, 만약 핵폭탄을 맞으면 물에 빠진 사람이 비를 두려워하겠습니까. 미국은 더 이상 한국 눈치 볼 것도 없이 무조건 김정은을 제거할 것입니다.

김정은은 먼저 쓰지도 못할 핵이라도 갖고 있으면 미국이나 한국이 쳐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지 모르겠는데, 북한의 붕괴를 감당할 생각이 없는데 왜 쳐들어가겠습니까. 핵무기가 하나도 없어도 공격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핵실험으로 앞으로 대북제재 강도는 전례 없이 강력해질 것이고 북한 인민은 다시금 허리띠를 조이며 고생해야겠죠. 북한의 핵개발로 제일 먼저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바로 북한 인민들이고, 이것이 북핵이 제일 먼저 만들어낸 재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우려되는 게, 수소폭탄까지 쥐게 되면 김정은이 눈에 보이는 게 없이 여기저기 협박하며 안하무인격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났는데, 실례로 북한이 지난 주말에 참 황당한 협박을 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뭐냐면, 평양 특파원으로 있었던 영국 로이터와 이코노미스트 기자 두 명이 얼마 전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이란 책을 출판했는데 이 책 소개를 한국 언론이 했습니다. 여기 신문들은 매주 새 책을 소개하는 기사를 씁니다. 책 내용도 제가 볼 때는 별 거 없어 보였습니다. 영국 사람들이 북한을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그런데 북한 최고재판소가 지난주 금요일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딱 찍어서 두 신문사 사장과 서평을 쓴 기자 두 명에게 극형을 선고하고 임의의 장소, 임의의 시각에 형을 집행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동아일보에서 그 서평을 쓴 기자는 지금까지 북한 기사를 쓴 적도 없는 문화부 여기자일 뿐입니다. 그런 기자를 극형에 처한다고 하니 황당하죠. 저처럼 매일 북한 관련 기사를 쓰고 지금처럼 대북방송으로 여러분께 진실을 알리는 기자에게 그렇게 협박한다면 납득이라도 되겠는데 말입니다. 조용히 와서 테러할 심산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아직 잘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김정은이 “핵무기 만들었으니 우릴 어쩔건데” 이러면서 한국을 상대로 한 테러와 같은 짓을 마구 하면 문제가 좀 심각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핵무기를 가진 이후 북한이 앞으로 어디까지 막나갈까요. 분명한 것은 그런 깡패 짓도 참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것이고, 그에 대한 대가 역시 김정은이나 북한 인민이 언젠가는 치러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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