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이하게 차이 나는 남북의 군 생활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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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군의 한 부대에서 병사들이 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 인터넷 강의 시청 등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경기도 가평군의 한 부대에서 병사들이 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 인터넷 강의 시청 등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추석 직전에 제가 한국의 국방 장비 도입 계획을 이야기해드리면서 다음 시간엔 한국군 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설명해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방송을 통해 군대 이야기는 많이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군사 국가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군대 이야기를 재미있어 하고 솔깃하게 듣는 편입니다. 또 미국이나 한국은 전쟁이 일어나면 맞서 싸워야 할 상대이기도 한데 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이런 방송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여성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가 군대에서 축구하던 이야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군에 가면 할 것이 없으니 축구만 열심히 하게 되는데, 같은 기억을 공유한 남자들이 모여 앉기만 하면 축구 이야기를 해서 여자들은 지루해 죽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월드컵에 나가 골 넣은 게 아니면 축구 이야기는 절대 여자 앞에서 꺼내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그냥 우스갯소리 아닌가 싶은 게 저는 주변 사람들이 군에서 축구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여성들이 기피하는 이야기가 축구가 아닌 군에서 게임하던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올해 군에서 일어난 변화가 병사의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한 것입니다. 물론 일과 시간에는 하지 못하고 오후 6시부터 취침할 때까지 사용하고, 휴일에는 아침부터 사용합니다. 이렇게 되면 병사들은 집과 영상 전화도 하고, 게임도 합니다.

사실 한국과 같이 세계적인 정보통신 강국에서 휴대전화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그런데 군인들도 휴대전화를 갖고 수시로 밖과 통화하고 하면 군율이 서지 않으니까 지금까지 군대 기간에는 휴대전화를 쓰지 못하고 일반 전화만 쓰게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권이 중시되니 결국 군인들도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허용했습니다.

젊은 청년들을 군부대에 가서 복무하게 하면 참 지루해 하니 이런 대책이라도 써야 합니다. 그런데 그 지루하다는 군 복무기간이 얼마냐. 현행은 21개월인데 지난달 발표된 국방 계획에 따르면 3년 뒤에는 18개월로 줄어듭니다. 즉 한국의 남성은 군대에 1년 반만 갖다 오면 됩니다. 10년씩 군 복무를 하는 북한 청년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인데, 여기는 그것도 너무 길다고 합니다.

북한군은 초급병사, 중급병사, 상급병사 하는 식으로 군 병사 계급을 7단계로 구분합니다. 보통 1년이나 1년 반이면 진급하는 구조죠. 그런데 한국군은 3년 뒤면 1년 반 만에 병사 계급이 4단계인데, 그걸 다 마치고 제대합니다. 처음 들어가면 2달 동안 이병으로 지내고 일병으로 올라가고, 6개월 일병하고 다시 상병으로 진급하고, 6개월 상병하고 병장으로 진급합니다. 병장이면 분대장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아니 우리 10년짜리 군대하고 1년 반짜리 군대하고 어떻게 전쟁이 가능하냐, 전쟁하면 한국군은 바로 발라버릴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도 한국에 처음 와서 아니 2년도 복무하지 않고 전쟁 어떻게 하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만, 이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전쟁은 머릿수로 하는 것이 아니고 장비로 하는 겁니다.

한국은 20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에 갑니다. 20살이면 북한으로 말하면 전문학교 이상급 교육은 의무적으로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고등학교 졸업생의 80%가 대학에 갑니다. 군에는 20살부터 사정에 따라 대학 다니다 가도 되고 졸업하고 가도 되고 30살에 가도 됩니다. 아무 때나 가서 1년 반을 채우면 됩니다. 보통 대학 1~2년 다니다 군에 가는데 이러다 보니 군인들 자체가 북한으로 말하면 대학 졸업생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습니다. 대단히 똑똑하고 신체적 능력도 좋습니다. 한창 커야 하는 청소년인 17살 때 군에 가는 북한과 다릅니다. 17살에 군에 가는 것은 국제아동법 위반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군 생활을 하면서 돈도 줍니다. 3년 뒤엔 병장이 되면 한달에 600달러를 받습니다. 이것도 북한이라면 상상이 되지 않겠죠. 물론 사회에서 일하면 최소 3배 이상 받을 거니 600달러가 많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공짜로 군복무를 시키지는 않는 겁니다.

그런데 군 복무 기간을 3년 만에 3개월 줄이면 군인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3년 뒤에 군 병력이 현재의 58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8만 명이 줄어드니 한국은 육군 2개 군단과 4개 사단을 해체합니다.

2006년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국방개혁으로 이미 2개 군단 7개 사단을 해체했는데, 3년 뒤를 반영하면 15년 만에 4개 군단 11개 사단을 줄였습니다. 대신 군의 질적 구조를 개편해서 지금 병사가 38만 명이고, 간부가 20만 수준인데, 병사만 8만 명 정도 줄입니다. 군의 간부 비중이 34%에서 40%로 높아지게 됩니다.

간부라고 하면 장교와 부사관, 즉 전문 직업군인을 말하는데, 이런 군 인력은 질적 수준이 높지요. 북한처럼 여성까지 빡빡 데려다 현역으로 쓰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북한군 숫자가 우리보다 두 배 많은데 군을 이렇게 해체하면 유사시 북한의 서울 진격을 막을 부대가 부족하다 이런 비판이 보수층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50만 명이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한국은 5000만 명 인구를 가진 나라입니다. 남자들은 거의 다 군에 나갔다 왔습니다. 전쟁이 나면 순식간에 예비군만 1000만 명 이상이 모입니다. 군 장비도 북한보다 월등합니다. 이런 한국을 먹기엔 북한은 너무 허약합니다. 물론 이건 미군 병력을 감안하지 않은 계산인데, 미군까지 계산하면 북한이 남침할 엄두를 낼 수가 없습니다.

미군 병력의 전투력은 또 어떨지도 궁금하실 텐데, 그건 다음시간에 말씀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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