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 착취하는 공짜 농촌동원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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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들녘에서 주민들이 농사일을 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들녘에서 주민들이 농사일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느덧 추석도 지나고, 지금 북에선 농촌동원이 한창이겠네요. 저도 북에 살 때는 가을이 오면 9월 20일부터 10월 10일경까지 약 20일 동안 농촌지원을 나갔습니다. 저는 도시에 있는 학교를 다녀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지방에 농촌지원을 나갔습니다. 그러면 보통 추석이 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현지에서 추석을 쇱니다.

지금도 추석이 오면 별로 큰 명절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찾아갈 산소도 없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추석은 어차피 하루 쉬는 날이라고 인식돼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가을 농촌동원은 그나마 봄 동원보다는 훨씬 낫죠. 어차피 추수하는 모든 것이 먹을 것이라 옥수수 따려 가면 옥수수를 구워먹고, 콩 밭에 들어가 콩청대를 해먹고 그랬습니다. 물론 매일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봄 동원에 비해 배고픔이 덜하죠.

저는 북에 살 때 농촌이란 것은 파종 때하고 가을걷이할 때는 일손이 부족하니 동원 가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다른 나라도 농사꾼들을 이렇게 도와주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해외에 나오니 농촌동원이란 제도가 있는 곳은 전 세계에 북한 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나라는 농민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하고 자기 힘으로 못하면 돈을 줘서 일당을 씁니다.

여기 한국도 벼농사를 엄청 짓는데, 저는 한국에 온 초기에 가을에 농촌에 가면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벼이삭을 보면 북이나 남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여기 남쪽이 선진국이라서 벼가 정보당 열 톤씩 생산될 줄 알았는데 북한 벼이삭이나 남쪽 벼이삭이나 거기서 거깁니다. 남쪽의 생산량은 정보당 보통 5톤 정도 되는데, 북한도 비료만 주면 이것만큼 생산됩니다. 물론 비료가 부족해서 북한은 정보당 평균 3.5톤 정도 생산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남쪽은 북한보다 면적이 더 작은데, 인구는 두 배나 많은 5000만 명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정도로 벼를 생산해서 어떻게 먹고 사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유를 압니다. 한국사람 1인당 쌀 소비량이 1년에 60kg라고 합니다. 1년이 365일이니 하루에 쌀을 165g만 먹는다는 겁니다. 165g만 먹으니 이 좁은 땅에서 쌀을 생산하고도 쌀이 남아돈다고 난리치는 겁니다.

원래 우리 민족은 밥심을 엄청 강조했던 민족인데 하루 165g 먹고 어떻게 살겠습니까. 물론 대신 다른 것을 먹습니다. 밀가루, 콩, 고기 등을 두루 먹으니까 영양가가 보장이 됩니다. 밀가루 콩 이런 것은 거의 다 수입해 옵니다. 지금 한국의 밥공기를 보면 놀라실 겁니다. 70년 전에 비하면 3분의 1 크기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그 70년 전 밥공기가 아마 지금 북한 밥공기 크기쯤 될 겁니다.

그런데 저 역시도 3분의 1로 줄어든 밥공기를 하루 1개나 먹나 싶습니다. 북에서 밥 먹던 양을 생각하면 이렇게 안 먹고 어찌 사나 싶기도 한데, 생각해보면 다른 것들을 많이 먹습니다. 고기도 먹고, 과일도 먹고. 아무튼 배에 기름이 지니 밥을 먹게 되지 않습니다. 북에서도 잘 사는 집에 가면 밥을 조금 먹지 않습니까? 역시 사람은 기름이나 고기, 계란, 우유, 설탕 이런 것들을 많이 먹어야 합니다. 북에서는 그게 충당 안 되니 오직 밥그릇에만 매달려 사는데, 그렇게 밥을 먹어도 충당 안 되는 영양소가 많아서 계속 허기가 지는 겁니다. 게다가 요즘 연구 결과를 보면 쌀이 탄수화물인데, 이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니 남쪽 사람들이 더 쌀을 먹지 않게 됩니다.

이런 쌀을 생산하는 농부들은 거의 다 기계화를 도입해서 일손이 딸릴 일이 거의 없습니다. 북에서 농촌동원 나간 어린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벼를 자르지만, 여기선 기계로 사람이 몇 십 명이 할 일을 한 사람이 다 합니다. 탈곡기가 벼를 자르고, 동시에 벼 이삭을 털어 엄청 큰 마대에 담고, 또 동시에 볏단을 묶어 꽁꽁 쌓아 놓습니다. 볏단을 비닐로 꽁꽁 밀폐시켜 놓은 뒤 여기에 효소를 뿌려서 비료로 쓴다고 합니다. 저도 벼 추수하는 것을 봤는데, 북한 같으면 한 개 학급이 달라붙어 할 논을 한 나절에 아주 깔끔하게 추수하더군요. 북에서도 이런 것을 빨리 기계화해야지 언제까지 수백 년 전 봉건사회 때와 그대로 사람들이 낫을 갖고 일을 하게 할 겁니까.

그렇다고 여기 농촌이 100% 기계화한 것은 아닙니다. 뭘 따고, 뭘 캐고 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 손이 많이 갑니다. 가령 과일을 딸 때는 사람들이 달라붙어서 조심조심 따야지 그걸 기계로 따는 방법이 아직 없습니다. 그리고 마늘이나 양파, 무 이런 것을 캘 때도 사람들이 붙어야지 기계로 하면 아까운 것들이 상처 나서 많이 못쓰게 됩니다. 그래서 농촌들은 가을에 일당을 많이 씁니다. 하루 농촌에 가서 귤을 따주고, 감을 따주고, 양파 캐주고 이런 일들을 하는데, 하루에 받는 돈이 보통 100달러 정도 됩니다. 그렇게 줘도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죠.

하루에 100달러면, 여기 남쪽에서 북한처럼 20일 동안 가을 동원을 도와주면 2,000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보통 북에 살면 봄가을 해서 60일 동안 동원을 나가죠. 그러면 여러분들은 남쪽이라면 6,000달러를 받을 수 있는 겁니다. 6,000달러면 저기 동남아에 3박 4일 여행을 거의 10번 갔다 올 수 있는 돈이네요. 여러분들은 북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런 귀한 노동력을 공짜로 헌납하고 있는 겁니다. 하긴 이렇게 따지면 북에서 공짜가 아닌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아무튼 70년 넘게 이어진 지긋지긋한 공짜 노동력을 착취하는 사회주의 제도가 빨리 없어져서 여러분들도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일하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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