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 별이 똥별이 된 북한군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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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별이 똥별이 된 북한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정권수립 73주년인 지난달 9일 자정에 열렸던 열병식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촬영장에는 조용원·박정천 당 비서가 수행했으며, 강순남 노농적위군 사령관이 영접 보고를 했다.
연합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달 들어 북한의 순항미사일, 철도 발사 미사일, 단거리 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 발사 실험이 연이어 이어지면서 한반도가 다시금 군사적 긴장 상태에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보면서 저렇게 미사일이나 개발한다고 해서 북한군이 과연 전쟁을 치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보통 군사력을 평가하면 무기의 질이나 병력 등을 가지고 따지는데 북한군은 그것도 한국이나 미국에 비해 거의 반세기 이상 떨어졌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저는 북한군을 보면 저렇게 수뇌부의 서열이 요동치는 군 조직이 어떻게 유지가 가능한지, 저렇게 비전문적인 조직이 과연 전쟁은 치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까마득한 후배가 갑자기 상급자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고 전문성과 관련 없는 인사가 계속 이뤄집니다.

김정은 집권 초 북한군은 부단한 수뇌부 교체를 겪었는데 그때는 젊은 지도자가 쿠데타 등을 우려하다 보니 군부 힘을 빼놓기 위해 정신 차릴 틈이 없이 물갈이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10년 차가 된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최근 달라진 북한군 수뇌부를 봐도 저기엔 도대체 서열이란 존재하나 싶고, 인사에서 밀린 장성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대표적 사례로 박정천 총참모장은 9월 이병철을 대신해 새로 상무위원이 됐습니다. 이병철은 북한이 공식 발표한 상무위원 서열에서 최룡해 다음으로 2번째에 이름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 박정천이 발탁된 것입니다. 그런데 박정천은 2015년에 계급이 소장에 불과했습니다. 6년 만에 소장-중장-상장-대장-차수-원수로 이뤄진 북한군 계급 체계를 다 밟고 승진했고, 지금은 상무위원으로 군 최고 수뇌에 올랐습니다. 북한군 하급 병사도 1년에 한 계급 올라가기 거의 불가능한데, 장령 승진이 병졸 승진보다 더 빠르니 참 괴상한 일입니다

박정천이 벼락출세를 할 동안 다른 장령들은 무슨 심정이었을까요. 북한군 장령 보직은 1,000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무슨 세계대전을 몇 차례나 치른 나라인 듯 대원수-원수-차수 등 강대국들도 없는 계급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70세 훌쩍 넘어서도 현직을 유지하는 북한군의 특성상 2012년에 소장 이상을 달고 박정천보다 선배인 장령들은 아직 현직에 족히 수백 명은 될 듯싶습니다. 박정천을 보면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오겠죠.

또 박정천은 일반 군단을 지휘해보지 못한 전형적인 포병 출신인데, 그런 사람이 육해공을 종합적으로 다 지휘하는 총참모장이 되면 군대가 잘 돌아갈까요

박정천이 일선 군단장들을 다 제치고 총참모장이 되고 이젠 군을 통솔하는 상무위원이 된 것은 누구보다 김정은 옆에서 박수 친 시간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집권 이래 쏘는데 매우 집착해 왔죠. 수시로 포사격과 미사일 발사 실험장에 나타났고 쏘는 순간 그의 얼굴 표정은 늘 활짝 웃고 있었는데, 이런 김정은에게 그림자처럼 붙어 다닌 사람이 포병사령관인 박정천이었습니다. 김정은 옆에서 박수칠 기회가 적어 후배의 지휘를 받게 된 군단장들이나 각종 병과 사령관들은 어떤 심정일까요.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포병이나 됐을걸…”하거나 또는 저 인간은 또 언제 목이 날아나지하며 손가락을 꼽고 있을지 모릅니다.

올해 7월 국방상이 된 이영길이 바로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는 대표적 인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영길은 2013 8월에 총참모장이 됐다가 도중에 강등됐고 2018년 다시 총참모장이 됐는데 박정천은 늘 부하였습니다. 이영길은 사회안전상이 됐다가 올해 7월 다시 국방상으로 돌아왔는데, 와보니 이제는 박정천의 지휘를 받는 신세가 됐습니다.

7월에 사회안전상이 된 장정남은 그 자리가 차라리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2013년 인민무력부장이 돼 박정천을 지휘했는데 그 뒤 대장에서 대좌까지 별이 정신없이 오르락내리락하다가 현재 상장입니다. 하긴 별이 문제입니까. 살아있는 게 어쩌면 다행이죠

현영철 총참모장처럼 처형된 사람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현영철이 김정은의 군 인사에 불만을 터뜨리다가 걸려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까마득한 말단을 기분이 좋다고 승진시키고 신망이 두텁던 능력 있던 장령은 기분이 나쁘다고 숙청하니 현영철이군 체계가 무슨 꼴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하다 밀고에 걸려 죽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에 군 경험이 전혀 없는 장성택이나 김경희에게 하루아침에 대장 계급을 달아주기도 했고, 노동당 조직부 간부들에게도 선물하듯이 대장, 상장 계급을 하사하기도 했습니다. 하긴 군 경험이 없는 김정일, 김정은이 원수가 돼 최고사령관이 된 북한군에서 누가 장령이 되던 큰 의미는 없을지 모릅니다.

문제는 현영철이 개탄했던 상황이 지금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김정은 옆에서 박수 제일 많이 친 박정천이 군 최고 수뇌가 되는 것을 보면서 북한군 장령들이 김정은에게 충성할 마음이 생길까요. 그렇다고 군복을 벗겠다고 하면 충성심이 없다고 숙청될 수 있어 그런 말도 못 합니다.

일반적으로 군은 엄격한 지휘체계가 필요한 조직이고 따라서 그 어느 조직보다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하는데, 북한군에는 서열도, 능력도, 전문성도 존재하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북한군이 과연 전쟁을 치를 수 있을까요

북한군의 성격은 사실상 김씨 일가를 지키는 가병이나 마찬가지인데 가병 조직도 주인에게 충성할 이유와 사기가 있어야 싸우는 법입니다. 군이 아니라 심지어 세상 어느 마피아 조직도 김정은처럼 안하무인으로 인사를 하게 되면 중간 보스들이 배신합니다. 미사일 실험 백 번 하면 뭘 합니까. 유사시 김정은을 위해 목숨 바칠 장령들이 없으면 북한군은 없기보다 못한 군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이현주, 웹팀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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