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종신형 받은 북한 간부들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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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접경지역을 오가며 은박지를 이용한 수법으로 마약을 들여와 남한에서 판매했던 무역상이 가지고 있던 필로폰과 필로폰 흡입기.
북·중 접경지역을 오가며 은박지를 이용한 수법으로 마약을 들여와 남한에서 판매했던 무역상이 가지고 있던 필로폰과 필로폰 흡입기.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들은 중국 감옥에 북한 중앙당 간부나 보위부와 군부 고위급 간부들이 종신형을 받고 수감돼 있는 사실을 아십니까?

저도 얼마 전에 만나 취재를 했던, 중국 감옥에서 1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다 한국에 온 탈북민에게서 처음 들었습니다. 이 탈북민은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여러 통로들을 개척해 탈북민들을 한국에 보내주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10년 동안 구금돼 있었습니다. 이 분이 말하기를 자기가 수감됐던 장춘의 테베이감옥에 북한 국적자만 200여 명이 수감돼 있었다는 겁니다.

테베이 감옥은 중국에서 종신형을 받은 사람이나 10년 이상 장기 복역수들이 들어가는 곳입니다. 그가 최초로 수감됐던 2004년에 벌써 200명이라니 어마어마하지 않습니까. 물론 나중에 너무 많아서 다른 감옥에 분산시키긴 했답니다.

그런데 이 북한 국적자들은 개중에는 중국에 와서 범죄를 저지른 탈북민도 포함돼 있지만, 북한을 위해 일하다 잡힌 간부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간부도 중앙당 간부 1명, 보위부 상좌 1명, 북한군 소좌 2명입니다. 중앙당 간부의 직책은 모르겠지만, 보위부 상좌면 엄청 높은 간부가 아니겠습니까. 현역 소좌들은 왜 체포돼 중국에서 종신형을 받고 있었을까요?

이 탈북민은 보위부 상좌와 한 감방에 있었습니다. 테베이 감옥은 몇 명이 한 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방 하나에 죄수가 40명 이상 수감돼 있고, 선풍기도 없어 여름엔 숨이 막혔고, 겨울엔 작은 창문마저 닫아 또 숨이 막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런 곳에 보위부 상좌와 탈북자들을 한국에 보내다 체포된 사람이 같은 방을 쓰며 있게 된 것입니다.

이 상좌가 체포된 것은 중국에서 마약을 팔다가 걸렸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마약을 50그램 이상 밀수, 판매, 운송, 제조시 무기 징역 또는 사형을 언도합니다. 그런데 북한이 국가적 차원에서 약을 만들어 세계에 몰래 팔아 달러를 번다는 것은 누구나 알죠. 중국에 체포된 중앙당 간부와 군관들 보위부 간부도 다 이렇게 국가 일을 하다가 잡혔습니다.

상좌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 방에 있던 탈북민에게 차를 끌고 중국을 합법적으로 왔다갔다하던 일, 김정일 생일에 달러를 한 가방에 가득 채워 평양에 올라가 ‘충성자금’으로 넘기고 표창 받던 일 등 자주 화려했던 과거를 회상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작전 중이 운이 나쁘게 중국에 체포된 것입니다.

중앙당 간부와 북한군 소좌들도 마찬가지였는데, 마약을 팔아 충성자금을 마련하는 임무 수행 중에 잡힌 사람들입니다. 체포된 뒤에도 이들은 절대 북한 당국에서 시킨 일이 아니며 자신들은 노동자라고 신분을 숨긴다고 합니다. 그래도 중국이 모르겠습니까? 원래 양이 많으면 처형인데, 북한과 관계를 의식해 종신형을 선고해 감옥에 수감시킨다고 합니다.

북한은 2000년대 초반까진 이런 일이 걸리면 대표단을 보내 구명활동 벌였는데, 그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에 가서 “너네 우리 러시아에서 계속 마약 팔다가 잡히는데,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식으로 얘기해서 그다음부터 대표단은 보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망신당할까봐 이들을 보내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이들은 체포되는 순간 작전 중 전사한 사람처럼 취급됩니다. 대신 대사관 직원이 3개월에 한번씩 와서 1000위안씩 영치금을 넣어주고 간다고 합니다. 북에 남은 가족은 ‘숨은 영웅’의 가족으로 간주해 배급도 잘 주고, 당국에서 자녀도 잘 돌봐준다는 겁니다.

이 보위부 상좌는 탈북민을 보면 “우리도 나라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알아. 그런데 보위부 사람일수록 정부를 훨씬 더 무서워해. 너희와 같은 탈북민도 죽이고 싶어 죽이는 것은 아니야. 지시가 떨어지니 어쩔 수 없고, 또 나라가 망하면 우리가 너희 같은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죽으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답니다.

이 상좌는 한 10년 전에 폐암으로 감옥에서 쓸쓸히 숨을 거두었고, 북한군 소좌 한 명도 병으로 감옥에서 죽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참 씁쓸한 생각을 금할 수 없습니다.

지금 북한은 얼음이라고 불리는 마약이 유통돼 숱한 사람들이 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돈이 있는 사람일수록 필로폰 사용이 너무 빈번합니다. 지금 북한을 보면 마치 아편을 빨다 망한 19세기 중국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 나가서도 샌다는 말이 있죠. 아니, 이번 경우는 그런 속담에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김 씨 일가가 달러를 벌겠다고 아편 농사 지어 헤로인 만들어 팔고, 필로폰 팔고 이러다가 결국 집안까지 어질러놓았다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마약을 판매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북한은 마약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세상 어느 나라도 국가 차원에서 마약을 팔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마약 판매는 비단 중국에서만 이뤄지는 일이 아닙니다. 북한은 2003년 3월에 무역선 ‘봉수호’에 마약인 헤로인 150㎏을 싣고 호주로 가서 현지 마약상에게 넘기다가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당시 북한 화물선에서 마약상에게 팔았던 헤로인의 가치는 1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봉수호는 압수됐고, 호주 정부의 결정에 따라 전투기 폭격을 맞고 격침됐습니다. 혹 이 방송을 듣는 분들 중에도 북에 봉수호라는 화물선이 존재했다는 점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명색이 국가를 자처하면서 이렇게 전 세계를 상대로 마약이나 팔아먹고, 팔다가 잡힌 조직원의 뒤를 국가 차원에서 봐주고, 이런 장면은 그냥 마피아 범죄조직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아닙니까.

북한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세상을 주무를 듯 거들먹거리지만, 실제 수준은 딱 마피아 두목 정도에 그칠 뿐입니다. 원래 이런 두목들이 허세는 제일 큰 법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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