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눈물 어떻게 봐야 하나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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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을 하던 중 재난을 이겨내자고 말하며 울컥한 듯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10일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을 하던 중 재난을 이겨내자고 말하며 울컥한 듯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방송 때 제가 녹음할 때까진 열병식이 나오지 않아 이야기 못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번엔 또 언제 특색 있게 열병식 준비했더군요. 조명과 축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새벽에 했는데, 제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딱 중국 군대 열병식 보는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군복들이 왜 다 갑자기 중국 군복과 흡사하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번 열병식의 최대 화두는 아마 김정은이 울먹울먹 하면서 연설한 것이 아니었겠나 싶습니다. 그런데 요새 세계적 추세가 지도자들이 인민들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것입니다. 감성적 접근해서 울컥하게 공감하게 만들어야 자기 통치가 잘 먹히는 셈인데, 김정은도 세계 유행을 민감하게 받아들여 울먹거리며 인민들 앞에서 연설했습니다.

그걸 또 보고 “우리 장군님이 저렇게 인민들 걱정하시며 근심하는데 더 충성 바쳐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북한 중앙티비에서 보니 주석단 아래에 있는 바짝 여윈 사람들은 눈물을 훔치고 있더군요.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혼자만 뚱뚱하고 기름이 번지르르하고, 나머지는 기름기 없이 삐쭉 마른 사람들뿐이었습니다. 인민들 걱정한다는 지도자가 1만 달러가 넘는 스위스 명품 시계를 번쩍거리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는 것은 몰랐을 겁니다.

이렇게 연설하고 돌아가 김정은은 또 “내 연설이 인민들에게 잘 먹혔나” 요해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불평불만 분자들은 모두 잡아 숙청하라고 지시를 하겠죠.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김정은이 누굴 숙청하라고 하면 전문적으로 출동해 사람들만 잡아들이는 비밀부대가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제가 오늘 그 부대의 존재를 최초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은 숙청이 일상화된 곳인데 숙청은 한 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 않고, 누가 체포되면 그와 연관된 인물들이 무리로 함께 체포돼 조사를 받습니다. 그런데 이런 체포는 매우 신속해야 합니다. 과거 전례를 봤을 때 유력 권력자 한 명이 잡혀 처형될 정도면 그와 연관된 인물들이 체포됐다 풀려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개 함께 처형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보내기 때문에 누가 끌려갔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 “곧 나도 잡혀갈 것이다”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권력자와 연관된 사람들은 대체로 돈과 연줄이 많기 때문에 일단 숨어 버린 뒤 필사적으로 탈출하면 체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숙청을 피해 탈출해 한국까지 온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 이런 탈출 시도는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만큼 주변에서 눈치 챌 틈이 없이 여러 명의 체포가 전광석화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의 지시가 떨어지면 군사작전처럼 시간과 분까지 정해 체포가 마무리되며, 체포에 응하지 않고 반항하거나 탈주하려 하는 자는 현장 사살도 가능합니다. 이런 체포 작전이 치차처럼 맞물려 완벽하게 진행되려면 고도로 전문화된 체포 전담 부대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김정은의 손발이 돼 이를 수행하는 부대의 존재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 부대의 명칭은 ‘횃불체포조’인데, 정식 명칭은 국가보위성 전투기동부 소속 특수작전소조입니다. 횃불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들이 출동할 때는 타고 가는 버스 앞 유리 상단에 시뻘건 횃불에 노동당 마크가 그려진 특별통행증을 붙이고 가는데, 밤에 통행증의 횃불과 당 마크가 빛을 내뿜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이 통행증을 붙인 차량은 북한의 모든 교통초소와 차단초소를 검문이나 정차 없이 통과할 수 있고 974군부대가 경비를 서는 중앙당 청사도 이 횃불 마크가 붙은 차를 막을 수가 없습니다.

체포조는 ‘이베코’라는 영어 글씨가 붙은 이탈리아산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이런 상호의 버스는 북에 거의 없죠. 횃불 체포조 규모는 100명 정도로 알려졌고, 20명이 한 개 조를 구성하며, 체포하는 인원에 따라 몇 개 조가 출동할지가 결정됩니다.

직접적인 출동 명령은 국가보위상이 내리지만, 보위상은 또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조원들은 무술 유단자들로 구성됐으며, 아직 사례는 없지만 만약 특정 지역에서 소요가 일어나면 즉각 투입돼 체포하는 임무도 수행하게 됩니다.

방금까지 위세가 하늘을 찔렀던 사람도 횃불 체포조 차량이 들이닥치는 순간 고양이 앞의 쥐 신세가 돼 기가 푹 죽습니다.

워낙 높은 간부들을 많이 체포했기 때문에 체포조 성원들의 태도는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는데, 당·정·군의 최고위급 권력자도 영장조차 없이 연행되는 일이 일반적이며, 조금만 동작이 굼뜨면 발로 차고 뺨을 때리며 끌고 간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들이 출동해 잡은 사람이 복직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고, 설령 복직했더라도 김정은의 명령을 수행한 체포조에 보복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간혹 체포조가 떴다는 정보를 일찍 접하고 잠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하루 이틀 버티기 어렵다고 합니다. 북한에선 체포에 관한한 이들이 최고의 프로들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김정은의 통치가 점점 잔혹해지면서 횃불 체포조의 출동 횟수도 잦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 창건 기념식까지 이제 끝났으니 이제 또 당 대회까지 당의 일심단결을 강화한다면서 숙청되는 사람들이 있겠죠.

여러분, 북에는 이런 체포조의 존재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서워서 충성을 바치는 척 연기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 무시무시한 체포조를 숨겨 잔혹하게 정치하면서 앞에서는 인민들 생각하며 눈물 흘리는 시늉을 하는 것, 그걸 보고 악어의 눈물이라고 합니다. 악어의 눈물은 악어가 사람을 잡아먹고 눈물을 흘린다는 전설에서 나온 말인데, 악어의 눈물에 속지 마십시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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