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화요일 오후 3시 북한 비무장 지대에선 동시에 10개의 거대한 폭파가 진행됐습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산꼭대기에서 50미터 넘게 먼지와 흙 구름이 치솟았습니다. 이걸 감시하던 남쪽에서도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는 바로 60년 가까이 산 정상에 자리 잡고 있던 북한 감시초소들이 폭파되는 장면이었습니다. 남북은 최근 비무장 지대 감시초소 철거를 합의했고, 이 합의에 따라 남북이 동시에 10곳을 11월 말까지 시범적으로 없애는 일에 착수했습니다.
남쪽은 환경을 생각해 폭파하지 않고 굴착기를 가져다 뜯어내는 방식을 택했는데, 북한은 그냥 폭파해 날려 보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제 다음달 초쯤에 남북은 서로의 감시초소에 가서 확실히 없어졌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 이후에 비무장 지대 안에 있는 남북의 감시초소를 모두 순차적으로 없애는 후속작업에 착수하게 됩니다.
이번 조치는 양측 무장 충돌 가능성을 없애기 위한 조치인데, 이를 이해하려면 비무장지대 감시초소란 것이 무엇인지부터 말씀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6.25전쟁 휴전협상 때 남북은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각자 2㎞씩 물러서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서로 4㎞ 떨어진 거리라면 총을 쏴도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1950년 후반부터 양측은 서로 감시를 한다며 군사분계선 인근 높은 산꼭대기마다 감시초소를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산꼭대기가 가까운 곳은 남북 감시초소가 불과 몇 백미터 떨어져 있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2013년 6월 김정은이 방문했던 중부전선 까칠봉 초소는 남쪽 감시초소와 불과 35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데, 이는 조준사격을 하면 머리도 맞출 수 있는 거리입니다. 이렇게 가까이 있다 보니 소리쳐도 상대방에게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고 과거에는 감시초소에서 심리전도 요란하게 진행됐습니다. "야, 아침은 먹었나. 우린 이밥에 고기국 먹었다. 너넨 뭐 먹었니?"하고 서로 소리치던 곳입니다.
까칠봉 초소 같은 곳에는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감시초소란 것이 워낙 긴장이 첨예한 곳이다 보니 한번 들어가면 몇 달씩 근무를 서야 하는데 여자 구경하는 것도 어렵죠. 그러니 북한이 1980년대 전방에 여자 군인들을 내보내 홀딱 벗고 목욕하는 장면을 이쪽에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열 받은 남쪽에선 1992년에 까칠봉 맞은편에 수영장을 짓고 미스코리아 수영복 심사를 했습니다. 북한에서 건너다보라고 북한쪽엔 유리로 만든 옷 갈아입는 곳까지 만들어 수영복 입은 미녀들을 내세웠죠. 6.25전쟁 때 까칠봉은 워낙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숱한 사람이 죽은 곳인데 그런 곳에서 남북이 서로 여자들 벗겨 내세우는 유치한 짓들을 한 것이죠.
감시초소는 또 한편으로 첨예한 군사충돌의 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초소 기관총이 만탄창이 돼 있다보니 총을 청소하다 실수라도 하면 상대 초소로 총알이 마구 날아갑니다. 저도 북에 있을 때 쩍하면 적들이 우리측 감시초소를 향해 총탄 몇 발을 발사했다는 보도를 노동신문에서 봤습니다. 남쪽에 와보니 이쪽도 북한이 걸핏하면 도발한다고 분노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감시초소 자체가 포탄이 쏟아져도 견딜 수 있게 견고하다 보니 총알엔 끔쩍도 하지 않지만, 아무튼 1950~60년대엔 서로 걸핏하면 상대를 향해 총과 포를 쏴댔다고 합니다. 거의 전투를 연상케 하는 무력충돌도 많았는데,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북한은 특히 담력 실험을 하는지 뭐하는지 몰라도 이쪽 비무장지대에 특수부대 침투시켜 장난도 많이 칩니다. 4년 전에도 북한 특수부대 침투조가 한국 감시초소 주변까지 와서 우리 측에서 설치한 종을 전리품처럼 뜯어가기도 했습니다. 이러면 이쪽이 또 발칵 뒤집힙니다. 뭐하다 종을 뜯어갈 때까지 몰랐냐고 난리가 나고, 북한은 한방 먹인 것처럼 좋아하고 그러죠. 좀 유치하긴 하지만 이게 서로 기를 꺾는다면서 감시초소에서 벌어지던 일이었습니다.
북한은 비무장 지대 감시초소에 최정예 민경부대를 주둔시켜 놓고 있고, 남쪽도 수색대라는 최정예 부대를 주둔하게 합니다. 사실 최정예라고 해도 사람인지라, 최전방 감시초소 생활은 정말 고됩니다. 초소들이란 것이 다 산꼭대기에 있다보니 먹을 것을 날라 오려고 해도 등짐을 지고 1000미터 넘는 산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야 하는 것입니다. 남북의 젊은이들이 수십 년 동안 엄청나게 고생을 한 것이죠. 앞으로 이런 수고를 덜게 되면 참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비무장 지대 감시초소는 북한에는 160곳, 남쪽에는 60곳 정도 있습니다. 이걸 철수한다니 요즘 남쪽에선 보수단체들이 안보를 북에 팔아먹었다고 난리를 칩니다. 최전방의 눈을 없애게 했으니 북한이 마음껏 도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 북한 군부에도 최전방 감시초소를 없애버리면 큰일이 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단 중무장하고 코 맞대고 있던 곳에서 양쪽이 물러나면 적어도 서로 도발은 거의 없어지지 않겠나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양쪽 다 감시초소를 없애면 북한이 좀 더 불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쪽은 워낙 기술이 발달해 무인 감시 장비들로 얼마든지 비무장지대를 감시할 수 있는데 북한은 그런 수준이 못되죠. 탈북자 넘어와도 더 감시하기 어려워진 것이죠. 나중에 남북 합의가 파기돼 서로가 감시초소를 짓는다고 해도 여긴 경제력이 발전됐으니 순간에 뚝딱 다시 지을 수 있는데, 북한은 병사들이 등짐으로 시멘트 그 가파른 산으로 날라 올려가야 하니 북한이 더 고생일 겁니다.
그렇지만 이런 대결의 산물을 다시 복구하는 일은 없어야겠죠. 이번 감시초소 철거를 시작으로 서로 지뢰도 걷어내고, 그리고 비무장 지대 안에 남북 경제협력단지도 건설하고 이렇게 갔으면 참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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