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결의안과 북한의 인권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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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법통과를위한모임 회원들이 21일 국회 정문 앞에서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북한인권법통과를위한모임 회원들이 21일 국회 정문 앞에서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에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유엔의 인권결의안은 2005년부터 정례적으로 발표돼 온 것인데, 올해 결의안은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인권 유린 행위의 최고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세울 것을 유엔 안보리에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이수용 외무상도 미국에 보냈고, 또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을 북한에 초청해 감옥이랑 보여주겠다고 회유도 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유엔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에 대해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북한 인권 문제만 전담해서 조사하는 보고관까지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회유에도 불구하고 유엔 소위원회는 김정은을 국제법에 넘기라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렇지만 이 보고서가 당장 어떤 효력을 발생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유엔 소위원회에서 결의안이 채택되면 이대로 집행할지 여부를 유엔 안보리에서 최종 결정하는데, 중국이 이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게 뻔합니다.

러시아도 아마 찬성하진 않을 겁니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인권 상황이 별로 좋지 못한 국가니까 이런 결의안이 통과되면 자기네들도 나중에 같이 덤터기를 쓸까봐 아예 전례를 만들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이번 결의안은 그냥 상징적인 결정에 그치겠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인권문제를 놓고 북한을 더욱 압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년에도 수위가 높아지면 높아졌지 낮아지진 않을 것입니다.

북에서 사는 여러분들은 솔직히 북한의 인권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잘 모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북에서 살다가 남쪽에 와보니 인간에겐 이렇게 많은 권리가 있구나 하는 것을 정말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엔에서 발표한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는 북한 내 인권침해 행위가 ‘반인도적 범죄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반인도적 범죄라는 말은 1946년에 독일 나치전범과 일본 전범을 단죄할 때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그러면 어떤 말인지 대충 느낌이 오시죠. 전쟁 전이나 또는 전쟁 중에 모든 민간인을 향해 저질러진 살인, 인종 말살, 인간 노예화, 강제 추방, 강제구금, 고문, 강간, 정치적·인종적 또는 종교적 이유로 인한 박해 이런 것들을 가리켜 반인도적 범죄라고 합니다.

반인도적 범죄와 집단학살은 국제법상 공소시효가 없습니다. 국제사회가 이 죄를 얼마나 중대 범죄로 간주하는지 아시겠죠. 만약 이 법이 안보리까지 통과하면 김정은은 외국에도 못나올 겁니다. 반인도적 범죄자는 체포해 국제재판소에 넘기는 것이 국제법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반인도적 범죄는 보통 전쟁 중에 일어나는 것인데, 북한은 전쟁이나 내전 등의 심각한 사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인권 침해가 반인도적인 범죄수준이라고 국제사회가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의 발전은 확실히 획기적인 일입니다.

국제사회가 지금 문제 삼고 있는 북한 인권 내용은 실로 광범위합니다. 제가 한번 기본적인 것만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것만 간추려도 상당히 길긴 한데 가만히 따져보면 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그러니까 한번 들어보십시오.

고문, 공개처형-이건 저도 직접 당해봤습니다. 불법적·자의적 구금-이건 안전원이나 보위원이 체포영장 없이 신고만 받으면 제 맘대로 끌고 가는 것을 말합니다.

공정한 재판보장과 사법부 독립 등 적법한 절차와 법치의 부재-이건 정치범으로 잡히면 변호사랑 이런 것은 존재하지 않고, 제 맘대로 관리소로 끌어가는 걸 말합니다. 불법적·자의적 처형-장성택 처형이 바로 이런 사례인데, 김정은이 죽이라면 바로 죽이는 것이 북한이죠.

또 정치적·종교적 이유로 인한 사형선고 이 항목은 기독교 믿었다간 바로 죽이는 걸 말하죠. 연좌제, 강제노동을 포함한 가혹하고 비인도적이며 모멸적인 처우나 처벌-연좌제는 아버지가 정치범이라고 아들까지 끌고 가는 그런 걸 의미합니다. 꼬빠크 이런 것도 강제노동에 포함됩니다.

그 외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정치범 수용소 체제, 주민에 대한 강제송환이나 국내이동·국외여행의 제한, 추방 또는 북한으로 송환된 난민, 망명 희망자들의 상황. 사상·양심·종교·신념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통제 이런 것도 반인도적 범죄에 포함됩니다.

또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침해와 이로 인한 기아, 영양실조 등 건강문제 이런 항목도 들어가는데, 국가가 돈이 있지만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이런 데만 외화를 끌어다 쓰고 주민들 먹을 쌀을 사오지 않아 굶주리게 만드는 것도 다 범죄라는 뜻입니다.

여성과 아동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침해, 장애인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침해,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침해, 주민을 계층화시키는 ‘성분’ 제도에 따른 차별-이런 항목도 있습니다. 평양시에서 장애인 다 내쫓고 난쟁이들을 아이 못 낳게 정관 수술시킨 것 이런 것은 외국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출신성분 따져서 대학도 안보내고 농민은 계속 농민만 하는 것 이것도 범죄입니다.

또 외국인을 포함한 사람들에 대한 조직적 납치, 본국송환 거부, 강제 실종 이런 항목도 있는데, 한국이나 일본에서 사람들 납치한 것이 해당되죠.

방송시간이 다 돼 더 길게 이야기 못하겠네요. 여러분들은 지금 자신들이 어떤 지옥에서 살고 있는지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은 반성을 하고 인권 상황을 개선을 할 대신 “핵전쟁이 터지는 경우 과연 청와대가 안전하냐”며 협박이나 해댑니다. 누가 깡패국가 아니라고 할까봐 그러는 걸까요. 그게 엄청 무서운 말 같아도 알고 보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협박인지 다음 시간에 한번 이야기해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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