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서울 방문과 백두칭송위원회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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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서울 광화문 KT 빌딩 앞에서 백두칭송위원회 주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을 환영하는 연설대회 '김정은'이 열리고 있다.
지난달 18일 서울 광화문 KT 빌딩 앞에서 백두칭송위원회 주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을 환영하는 연설대회 '김정은'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벌써 12월이니, 올해도 이제 며칠 안 남았습니다. 올해 남북관계에선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죠. 그런데 당장 뭐가 달라지지 않으니 북에 계시는 여러분들도 답답하실 겁니다. 앞으로 김정은이 한국을 방문하고, 또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뭐가 좀 달라지는 것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원래 9월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에 갔을 때 김정은은 올해 중으로 답방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서울로 오겠다는 것이죠. 이 자체로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벌써 12월도 일주일 넘게 갔으니 많은 사람들이 과연 김정은이 남쪽에 올 것인지 아닌지 궁금해 합니다. 안 오면 약속을 어긴 것이 되는데, 김정은이 자기 체면을 지킬까 그것 역시 저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김정은 방문이 예고된 서울에서도 참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는데, 서울에서 ‘백두칭송위원회’와 ‘위인맞이환영단’이란 것이 만들어진 것이 특히 눈길을 끄는 사건입니다. 백두칭송위원회나 위인맞이환영단이라는 것이 뭐겠습니까. 김정은 한국 방문을 환영한다며 만든 단체인데, 몇 십 명 정도가 서울 중심 광장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김정은이 위대하다고 소리치기도 하고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라고 외치기도 합니다.

북에선 남쪽에 국가보안법이란 악법이 있다고 계속 없애라고 비난하고 있죠. 그런데 그 국가보안법이 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런 법은 서울 한복판에서 대낮에 “김정은 만세”를 불러도 잡아가지 않는 법인 것은 확실합니다. 저도 과거 쓴 글에서 “우리가 이제는 북한보다 모든 것이 확실한 우위에 있으니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 광화문 광장에서 김일성 만세 불러도 잡아가지 않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잡아가지 않는지 잡아가는지는 저도 잘 몰랐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았습니다. 서울에선 백주 대낮에 김일성 만세 불러도 잡아가지 않는 것이 확실히 증명됐습니다. 저는 그 정도까지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위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서울 광장에서 김정은 만세를 외치는 인간들이 제정신이란 말은 아닙니다. 고작 몇 십 명의 무리들이 거리를 휘젓고 있는데 여기가 5000만 명이 넘게 사는 나라이니 무슨 사람이 없겠습니까.

이에 대해선 수천 년 전에 살았던 위대한 현인 공자가 직접 본보기를 보인 사례가 있습니다. 뭔 얘기냐 하면, 하루는 공자가 제자와 함께 길을 걷다 몰래 오줌을 누는 아이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공자는 그 아이를 크게 꾸짖으며 다시는 몰래 오줌을 누지 말라고 혼을 냈고, 아이는 죄송하다고 하면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했답니다.

또 길을 가는데 이번엔 길가에 똥을 누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엔 공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나쳤습니다.

제자가 이상해서 물었습니다. “아니, 스승님. 오줌 싸는 아이는 뭐라 하시면서 왜 길가에 똥 눈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치십니까?”

그러자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몰래 오줌을 누는 것은 자신의 행동이 부끄럽다는 것을 아는 행위이니 그런 사람을 꾸짖으면 개선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대놓고 똥을 싸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불러놓고 꾸짖거나 화내봤자 되레 똥이 묻을 것이다” 이렇게 말했답니다. 수천 년 전의 공자도 대놓고 미친 인간은 상대를 할 가치가 없어 피한 것이죠.

요즘 서울에서 김정은 만세를 부르는 인간들은 미친 인간들이 분명해서, 누가 뭐라고 해도 들을 리가 만무합니다. 물론 김정은이 서울에 내려오길 바라는 사람들이 적다는 것은 아니고, 국민 대다수가 김정은의 방문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저 같은 탈북자도 김정은이 내려오면 잘했다고 박수쳐줄 것입니다. 그건 김정은이 위인이어서가 아니라 남북관계가 평화롭게 진행되고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정상국가로 가는 계기가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정은 자체를 놓고 볼 때 그렇게 찬양할 만한 짓을 한 것이 뭐가 있습니까? 능력은 검증도 되지 않았는데, 그냥 김정일의 아들이란 점만으로 왕으로 집권해서 북한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에게서 권력을 물려받을 때 연평도에 포격을 하고 한국 군함을 침몰시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등 나쁜 짓을 많이 해서 대다수 한국 사람들은 싫어합니다.

그뿐입니까? 하루아침에 고모부 장성택도 죽이고, 형인 김정남도 암살하는 상상 이상의 잔인함을 보여 악당처럼 여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인권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이미 세계적 악당으로 낙인 찍혔는데, 다만 “이제부터 나쁜 짓을 하지 않고 핵을 버리고 인민들을 잘 살게 경제 발전시키겠습니다”고 하니 한번 믿어주는 것이죠.

김정은이 서울에 오면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 같은 것은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여기 서울은 평양처럼 강제로 사람들 모아서 꼭두새벽부터 길옆에 세워두고 환영환영 하면서 소리 지르게 할 수 있는 권한이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그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나오고 싶으면 나오고 안 나오고 싶으면 안 나오는 것입니다. 또 길에 나와서 “김정은 타도하라”고 외쳐도 잡아갈 수 있는 나라도 아닙니다. 김정은 만세 불러도 안 잡아가는데, 타도하라 했다고 잡아가면 안 되겠죠.

저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도 자기가 오면 보수단체들이 몰려 나와 격렬한 반대 집회를 할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렇더라도 개의치 않고 서울에 가겠다고 했답니다. 어려서 그런지 아님 담대한 지도자임을 증명하려 그러는지 몰라도, 아무튼 그런 자세는 높이 평가합니다.

그런 담대한 마음으로 와서 남쪽의 발전상도 보고, 고속열차도 타보면서 이곳저곳을 본 뒤 통이 큰 결단을 내려 북한 주민들 좀 잘 살게 만드는 정책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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