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육탄정신으로 짓는다는 평양 아파트를 보며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1.12.16
highrise_apt_py-305.jpg 내년 강성대국 진입 선포를 앞둔 북한 평양의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연합뉴스/레이 커닝햄 제공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평양시내에 아파트 막 올라가는 모습을 여기서도 티비와 사진을 통해서 잘 보고 있습니다. 내년에 강성대국이라고 우기려면 그래도 눈에 보이는 그럴 듯한 성과가 있어야 하니 평양 아파트 건설에 총역량을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 사는 동네가 비슷비슷한지라 남쪽도 시장이 되고 대통령 되고 이러면 자기 임기 내에 그럴 듯한 보이는 업적을 만들고 싶어 하지요. 보이는 업적을 만들려면 뭘 건설해놓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죠.

한국은 그래도 잘 사는 나라이니 뭐 하나 만들려면 수십, 수백 억 딸라가 들어가는 거창한 건설을 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전국이 달라붙어 고작 3,000세대 아파트 건설하고 “위대한 영도 하에 주체시대의 빛나는 업적이 이룩됐다” 뭐 이러면서 내년 한 해 동안 내내 자랑질 할 게 뻔합니다.

여기선 아파트 3,000세대 건설은 일도 아닙니다. 개별 건설사에게 맡겨놓아도 아마 1년이면 뚝딱 건설해버릴 겁니다. 한국 건설사들 시공능력은 긴 설명이 필요 없고, 세계에서 150층 이상 건물을 지어본 경험은 한국 건설사밖에 없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두바이의 828m짜리 빌딩도 한국 건설사가 지었습니다. 105층짜리 류경호텔 높이가 317m이니 828m 건물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이 가시죠. 최근엔 서울 중심부 용산에 단군 이래 최대 건설사업이라고 하는 300억 딸라 짜리 건축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류경호텔보다 두 배나 높고 세계적으로도 두 번째로 높은 620m짜리 빌딩을 비롯해 초고층건물이 무려 23개나 지어진답니다.

이것 보면 참 뭐라고 할까. 이제는 남쪽에서 전쟁 걱정 같은 것은 아예 생각지 않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용산이면 비행기로 폭격까지 할 필요도 없고 다만 저기 북쪽 개풍이나 판문군에서 방사포로 냅다 쏘아도 용산까지 포탄이 날아옵니다. 23개 고층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아마 수십 만 명이 될 터인데, 그쪽에서 포병 한개 연대 정도만 냅다 쏴도 여기는 정말 참담한 결과가 나오는 거죠. 아마 예전 같으면 전쟁이 무서워서라도 서울에 이렇게 인구 밀집 빌딩을 건설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불과 1년 전에 연평도에 방사포 공격을 받고도 지금 용산에 초고층 건물 밀집해 짓겠다는 것을 보면 북에서 포사격이나 폭격 받을 일이 앞으로 절대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셈이죠. 요샌 아파트 지을 때도 리히터 규모 6.0 정도의 지진은 견딜 수 있게 짓습니다. 한반도에는 아직 관측 이래 이렇게 큰 지진은 오지도 않았고, 과학자들도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고의 지진 강도가 6~6.5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 경험을 해보지 않은 지진에 대해선 이렇게 매우 엄격하면서도, 전쟁도 겪었고, 불과 얼마 전에 북한의 포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대해선 별로 크게 무서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지진은 대비해 건설하면 되지만 포 쏜다는데 뾰족한 대책도 없고, 또 그런 거 무서워하다간 아무 것도 못하긴 하겠지만, 아무튼 초고층 건물에서 일하라 이러면 불안하긴 좀 불안할 것 같네요.

다만 북에서 용산에 포 사격하는 날엔 북한 정권도 끝이라고 봐야죠. 한국 군사력만 갖고도 평양까지 점령하기 어렵지 않은데, 거기에 세계 최강 미국까지 가세한다면 서울에 포사격해서 사람들이 대량으로 죽는 날엔 북한 정권의 제삿날이라고 봐야죠. 여러분 보기에도 인민군 한심하죠. 다 낡은 고물 전투기, 탱크에다 기름도 없어 훈련도 못하고, 배 촐촐 굶고 어떻게 싸움합니까. 그래서 핵무기 개발하는데, 이것도 쓰는 날엔 서로 죽는 거죠. 미치지 않고서야 죽자고 전쟁하진 않겠죠.

여기 사람들은 요새 평양 사람들 걱정합니다. 평양 건설사진 보고선 저기 아파트에서 무서워 어떻게 사냐 이럽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인력으로 아파트 올라가긴 하는데, 그게 대학생, 군인 이런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 짓다보니 정말 건축기준 얼마나 지켜지는지 의문이 됩니다. 한눈에 창문만 봐도 들쑥날쑥한 것이 제가 나중에 평양 가서 살 일이 있어도 그 아파트는 무서워서 절대 못살 것 같네요. 자그마한 지진이라도 오면 폴싹 무너질 것 같습니다. 하긴 뭐 지진이 오지 않아도, 1992년인가, 그때 통일거리에서 다 올라간 고층 아파트가 폭싹 무너져 내려 거기에 개미처럼 달라붙어 한창 마무리 작업하던 군인 수백 명이 몰살당한 적이 있죠.

세상에 고층아파트 지으면서 한 채당 수백 명씩 달라붙어 등짐으로 벽돌 올리면서 건설하는 나라는 아마 북한이 유일할 것 같습니다. 가난한 나라는 고층아파트 짓지도 않고, 좀 잘 사는 나라는 건설회사가 달라붙어 다 기계로 하지 북한처럼 미개하게 건설하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인건비 따지지 않고 자랑질 할 목적으로 아파트 짓는 나라 역시 북한이 유일합니다. 다시 말하면 북한이니 저렇게 아파트 건설하지 다른 나라는 수지타산 안 맞아 절대 못 짓죠.

최고로 머리 좋은 대학생들 다 끌어내 1년 내내 등짐지게 하는 게 여러분 보기엔 정상입니까. 벌써 건설현장에서 각종 사고로 수백 명이 죽었다는 말도 여기에 전해집니다. 건설장에 보면 ‘결사관철’이니 ‘육탄정신’이니 구호들 거창하게 걸어놓았던데, 아니 아파트 하나 건설하는데 목숨을 걸고 육탄이 된다니 어처구니가 없죠. 하는 짓거리들마다 제정신이 아닌데 강성대국 만든다니 강성대국이 미친 나라를 의미하는 단어는 아닐 텐데 말입니다.

요즘 북에선 쌀값도 미쳤나 봅니다. 불과 2,3달 전에 2000원대 초반이던 쌀값이 지금 5,000원이 넘었다니 말입니다. 이러다가 내년 초 평양에서 아파트 약간 지어놓고 풍악소리 울릴 때 지방에선 곡소리 나게 생겼습니다. 해가 갈수록 퇴보하는 북녘의 모습 참 보기에 안타깝기 그지없네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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