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인터넷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09.11.26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인터넷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저는 인터넷이라는 말을 북에 있을 때 들어봤지만, 도무지 어떤 것인지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중국에 나와 있으면서도 인터넷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한국에 와서야 인터넷이라는 것을 쓸 줄 알게 됐습니다. 그게 7년 전인데 이제는 인터넷이 없으면 세상을 어떻게 살까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마치 북조선에서 조선노동당이 없는 사회가 상상이 안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인터넷이라는 것은 전 세계를 콤퓨터 화면으로 연결하는 거대한 통신망을 말합니다. 인터넷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 신문도 마음대로 볼 수 있고, 세계 누구와도 편지를 즉시즉시 주고받을 수 있으며 어느 나라 물건이든 마음대로 살 수 있습니다.

제가 미국 뉴욕타임스를 보고 싶으면 콤퓨터의 인터넷 화면에 ‘뉴욕타임스’하고 타자를 쳐서 넣으면 됩니다. 그러면 곧바로 뉴욕타임스와 연결이 돼서 콤퓨터 화면에 뉴욕타임스의 기사 제목들이 뜨고 제목을 누르면 기사가 뜹니다.

북에서는 설날마다 서로 편지나 엽서를 보내곤 했지요. 군대에 있는 아들에게 편지를 쓰면 그 편지가 우체국, 열차, 다시 우체국을 거치느라 며칠이 걸리고, 회답을 받아보려면 열흘은 훌쩍 지나갑니다. 전보를 쳐도 하루 이틀 걸리죠. 하지만 이 인터넷에서는 내가 상대방에게 타자를 쳐서 편지를 보내면 가는데 1초도 안 걸립니다. 서울에서 런던에 편지를 보내면 불과 몇 분 안에 답장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필요한 물건도 인터넷을 통해 삽니다. 인터넷으로 상품들을 사려면 돈이 왔다 갔다 해야겠죠. 이런 것도 다 됩니다.

회사에서 월급도 인터넷을 통해 지불하면 저는 제 콤퓨터에서 내 통장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얼마 빠져나갔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화도 돈만 내면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얼마든지 받아볼 수 있고, 게임도 하고 아무튼 인터넷이 쓰이지 않는 분야가 없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제가 살던 북조선의 고향집 항공사진까지 볼 수 있습니다. 대문까지 보일 정도로 정밀한 사진입니다. 고향이 그리울 때면 그 사진을 보면서 “아, 내 고향에 길이 새로 생겼구나...” 또는 “저긴 없던 집들이 새로 생겼네. 누가 지은거지...”하면서 추억에 잠기기도 합니다. 인터넷 안에는 상점, 은행, 영화관, 도서관, 신문사 등이 다 안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굳이 안다녀도 콤퓨터만 있으면 집에서 다 해결됩니다.

이처럼 과학기술이 발달해서 인터넷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부작용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건설장, 식당 이런 곳에서 육체노동을 하지 않는 이상 모든 직업들은 콤퓨터에 완전히 의존해 일합니다. 그러다보니 하루 종일 앉아있습니다. 저도 기사를 콤퓨터를 통해 타자로 칩니다. 어려서부터 늙을 때까지 계속 콤퓨터 앞에 앉아있다 보니 남조선 사람들은 시력이 대단히 나쁩니다. 북조선에서는 안경 쓴 사람이 아주 드물지만 여기선 열에 여덟은 안경을 쓰고 있습니다. 계속 앉아있으면 척추 건강도 안 좋을 뿐 아니라, 먹기는 잘 먹는데, 운동이 적으니 비만이 오고 각종 성인병이 생깁니다.

제가 보건대는 콤퓨터가 인간의 기억능력도 저하시킵니다. 열심히 책을 보고 암기하고 기억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를 것이 있으면 인터넷에 물어보면 됩니다. 실례로 제가 세종대왕에 대해 알고 싶다 하면 인터넷에 세종대왕 하고 치면 됩니다. 그러면 세종대왕에 대해 지금까지 나왔던 기사나 논문 이런 것들이 전부 다 화면에 나타납니다. 그러니 제가 굳이 세종대왕에 대해 공부하고 외우고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인터넷이 저 대신 다 기억해주고 암송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 인간은 점점 인터넷에 의존하게 됩니다.

이런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인터넷이 없이 살 수 있냐고 하면 그렇게는 안 됩니다. 인터넷이 가져오는 편리함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북조선 사람들보고 기차가 사고도 나고 표 떼고 타기도 힘드니 이제는 봉건사회 때처럼 말 타고 다니자고 하면 그렇게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인터넷이 남조선에 본격화된 것은 길게 봐도 20년, 짧게 보면 10년 밖에 안 됩니다. 10년 동안 전 세계 인류는 인터넷이라는 대혁명을 경험한 것입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보면 그 혁명에서 제외된 지역이 일부 있습니다. 주로 아주 낙후된 아프리카 나라들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북조선도 바로 인터넷 혁명에서 제외된 지역입니다. 왜냐면 사람들이 인터넷을 하게 되면 북조선에서 지금까지 배워주었던 것이 너무나 거짓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체제가 유지가 안 되는 것이죠.

그렇지만 최근에는 북에도 콤퓨터가 널리 보급된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길어봤자 한 10년 뒤에는 북조선 사람들도 인터넷으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봅니다. 여러분들이 라지오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금 듣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역사의 바퀴가 거꾸로 돌아가지 않는 한 그날은 반드시 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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