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철갑상어, 칠색송어, 밥조개의 공통점
2024.11.29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노동신문을 보니 김정은이 26일 신포 바다 양식사업소 건설장을 현지지도했다고 하더군요. 4개월 전에 신포에 “지방경제를 결정적으로 추켜세울 수 있는 바닷가 양식업의 새로운 표본 기지”를 세우겠다고 선언하고 또 방문한 것인데 이번에는 과연 잘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양식이란 말만 들어도 기가 막히는 사람입니다.
북한에 있을 때부터 양어장을 만든다며 멀쩡한 논밭을 파헤치던 사람인데, 이게 안 될 것을 그때 땅을 파던 사람들은 다 알았지만, 그래도 당에서 하라니 팠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 땅은 생땅이 드러나 농사도 못 짓고 물웅덩이만 남았죠. 이렇게 파헤쳐진 농경지가 북한에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런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이후에도 양어를 한다며 얼마나 인민을 못살게 굴었습니까. 그래서 양어로 생산했다는 철갑상어나 칠색송어 먹어본 사람 있습니까. 극소수 평양 사람들은 먹겠지만, 대다수는 구경도 못했을 겁니다.
북한의 철갑상어는 입으로 양식하는 것 같습니다.
불과 8년 전에 북한 선전매체들을 보면 ‘철갑상어는 바다로, 조선은 세계로’라는 구호를 선전하면서 “철갑상어 생산국으로 패권을 쥐게 될 것이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철갑상어도 입으로만 패권을 쥔 듯 합니다.
그럼 김정은이 집권 초기에 찾아다녔던 자라양식장에서 나오는 자라는 먹어 봤습니까? 2015년에 김정은이 직접 찾아가 대만족을 표했다는 ‘낙산바다양어사업소’는 또 어떻습니까. 여러분 중에서 대서양연어를 먹어본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데 이번에 또 밥조개와 다시마를 키우는 양어장을 신포에 만든다고 합니다.
신포는 김정은의 관심이 집중되니 국가의 지원으로 생산이 된다고 해도, 다른 곳에선 그렇게 하기 어려울 겁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전기와 사료 문제입니다. 양어엔 기본적으로 전기가 많이 필요합니다. 물을 갈아주지 못하면 고기가 다 죽습니다. 그리고 단백질 사료를 잘 공급해야 고기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갇혀 있는 물고기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죽으란 말이죠. 그런데 북한에선 사람도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 삐쩍 말라 있는데 고기에게 줄 단백질이 어디 풍족하겠습니까.
두 번째는 자재입니다. 그물이나 밧줄 같은 것들이 많이 필요하고, 가공을 잘 하지 못하면 또 키우고도 썩히게 되니 가공 공장도 잘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니까 각종 자재와 사료 등이 잘 보장돼야 성공하는 것이 양식인데, 과거에 북한 양식이 실패했던 이유가 바로 이런 것들을 보장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가난한 국가에서 하기 어려운 것이 양식인 것입니다.
하지만 실패하면 예전에 자라공장에서 그랬듯이 김정은이 갑자기 찾아가 조건타발(불평)을 한다고 할 것이니 사람이 먹지 못해도 물고기에게 단백질을 먼저 먹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건 신포에서나 가능하지 전국에서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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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이 잘못 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도 양식업이 매우 발달했습니다. 물론 올해 같은 경우엔 매우 풍부한 경험과 기술을 갖고 있는 한국의 양어업도 큰 피해를 봤습니다.
올해 고온이 이어지면서 수온도 20년 이래 최고 온도를 기록했습니다. 남해 같은 경우 지난해 23도였던 수온이 28도를 넘겨서 보름 동안 지속됐는데, 그러다보니 양식하던 많은 물고기들이 폐사했습니다. 이렇게 각종 변수가 많은 것이 양식인지라 양식을 잘 하려면 외국의 경험을 널리 받아들여서 선진적인 기술을 도입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외국 참관도 많이 해야 하는데, 북한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면서 중국에서 들여가 번역한 책 몇 권에 의존해 양식을 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악조건인데, 그게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알고 보면 다 북한 체제에서 스스로 만든 악재들인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양식이란 말에 화가 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김정은은 인민들이 생선을 먹는데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인민의 식생활에 관심이 컸다면 왜 멀쩡한 바다에서 어로활동을 하는 것을 그렇게 탄압합니까.
인민들이 생선을 먹게 하려면 배를 많이 띄워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아와야 합니다. 조선반도(한반도)가 3면이 바다인데 마음만 먹으면 고기를 못 잡을 이유가 없습니다. 북한이야 생선 자체가 귀하니 종류를 따지지 않고 바다에서 잡으면 다 먹죠. 굳이 귀한 어종을 어렵게 양식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목선이 바다에 나가려면 얼마나 많은 제한을 두어 제대로 못 나가게 합니까. 심지어 목선으로 바다에 나갔다가 탈북한다며 김여정의 지시로 배에 철판까지 댄다고 하죠. 멀리 나가지도 못하게 하고, 나침판이나 GPS 사용도 통제합니다. 이게 인민들에게 생선을 먹이지 못해서 고민하는 지도자들의 태도입니까. 그들에겐 인민이 생선 먹는 것보다 탈북 어민 한 명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또 김 씨 일가에겐 인민이 생선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기 주머니에 달러가 들어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지금 북한 동해와 서해의 어업권이 다 팔렸습니다. 중국에 달러를 받고 팔아서 중국 어선들이 수백 척 단위로 서해와 동해에서 고기를 잡아 씨를 말립니다. 세상에 자기 나라 어업권을 팔아서 자기 주머니에 넣는 지도자는 김정은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앞바다의 생선은 중국 사람들에게 달러를 받고 팔고, 세상 물정 모르는 인민들에겐 마치 생선을 먹게 하려고 불철주야 노력하는 것처럼 양식장 만들라고 연기를 하는 것이 바로 김정은입니다.
양식으로 인민의 식탁을 풍족하게 한다고 떠든 지 벌써 30년이 넘었습니다. 언제까지 여러분은 양식이란 구호에 속고 살겠습니까. 북한 인민에게 생선을 먹이려고 한다면 당장 바다 어업부터 자유롭게 하고, 중국에 팔아먹은 어업권부터 회수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