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동계올림픽과 북한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02.25
nk_players-305.jpg 2월 19일 캐나다 밴쿠버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 빙상장에서 고현숙 선수를 응원하는 전일규 감독과 리성철 선수(오른쪽).
RFA PHOTO/김진국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이 시간에는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올림픽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2월 13일에 시작한 이 올림픽은 앞으로 3월 1일까지 17일 동안 계속됩니다.

동계올림픽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올림픽이라고 말하는 하계올림픽보다 참가국이 많지 않습니다. 적도처럼 더운 곳에 있는 나라는 눈과 얼음 구경도 할 수 없으니 스키나 스케이트 경기라곤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번 밴쿠버 올림픽은 세계 91개 나라에서 55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했습니다. 남과 북도 함께 참가했습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 걸려있는 금메달은 모두 86개인데 저번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6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종합 7위에 올랐습니다. 요즘은 남쪽도 온난화 영향으로 눈이나 얼음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는데 이런 나라에서 쟁쟁한 겨울 체육 강국들을 물리치고 7위에 오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선 저번보다 메달을 더 많이 따서 순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25일 현재로 금메달 5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땄는데, 앞으로 금메달 3개 정도 더 딸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번 방송에서 최종 순위가 어떻게 나왔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인 겨울 체육 하면 북쪽이었죠. 겨울이 춥기 때문에 북쪽에서 유명한 스케이트 선수도 나오고 했죠. 한국도 한 40년 전까지는 겨울에 한강이 꽁꽁 얼어서 그 위에서 썰매나 스케이트를 탔다고 하는데 요즘은 한강이 얼지 않아서 그런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키도 그렇습니다. 여기선 강원도에나 가야 눈을 조금 구경할까 말까 하지만 북에서야 량강도나 자강도에 가면 흔한 것이 눈 아닙니까. 그리고 북조선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체육을 하면 남쪽 못지않게 잘 할 수가 있습니다. 이는 여자축구가 짧은 기간동안 세계적인 강국이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조선은 이상하게도 겨울 체육에선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한국은 46명의 선수를 보냈는데 북에선 2명만 왔습니다. 여자속도빙상의 고현숙 선수와 남자 휘거의 이성철 선수인데요, 고현숙 선수는 9등을 했고 이성철 선수는 25등을 해 세계의 벽을 실감했습니다.

북에서 동계올림픽 메달을 따낸 것은 단 두 번밖에 없는데 1964년 한필화 선수가 속도빙상 3000m에서 은메달을, 1992년 황옥실 선수가 짧은주로속도빙상 500m에서 동메달을 딴 것이 다입니다. 세계는 물론 아시아 내에서도 최근 20년 동안 겨울 체육에서 단 1개의 메달도 못따고 있습니다. 심지어 몽골도 동메달 정도는 따는데 말입니다.

좋은 자연조건과 근성을 가진 선수자원을 갖고서도 북조선의 겨울체육이 계속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하면 다 돈 때문입니다. 겨울 체육은 이제 더 이상 동네 개울 얼음판에서 익힌 스케이트로 국제 경기에 나갈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흔히 겨울 체육은 눈과 얼음만 있으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절대로 아닙니다. 겨울 체육은 투자가, 즉 돈이 없으면 성적을 낼 수가 없게 돼가고 있습니다.

스케이트만 실례로 들어보면 올림픽 참가선수가 신는 스케이트는 수천 달라짜리입니다. 좋은 스케이트만 있으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선수들이 입는 경기복도 또 수천 달라입니다. 이런 최첨단 경기복을 입어야 바람의 저항을 최대로 적게 받아 우승할 수 있지 이런 옷이 없으면 절대 메달을 꿈도 꾸지 말아야 합니다.

거기다 일년 사계절 훈련할 수 있는 빙상관도 있어야 합니다. 북에는 평양에 딱 한개 있고 그것도 전기사정 때문에 잘 가동되지 않는데 사실 이런 빙상관이 전국 각지에 있어야 우수한 선수들을 어려서부터 발굴해서 키워낼 수 있습니다. 빙상관을 하나 지어서 운영하려면 아마 수백, 수천 만 달라가 들어야 합니다.

호케이 경기 같은 경우도 빙상관이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보호대, 모자, 팍 이런 장비구입에 1인당 수천 달라 넘게 듭니다. 이렇게 따지면 겨울 체육은 여름 체육에 비해 훨씬 투자가 많이 듭니다.

그런데 북에 겨울 체육에 몇 백만 달라씩 지원할 돈이 있는지 없는지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알 것입니다. 겨울 체육은 점점 부자나라들의 점유물이 돼 가고 있는데 남쪽도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성적이 좋게 나옵니다.

이번에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고현숙 선수의 스케이트와 경기복장은 다 남쪽에서 비공식적으로 지원해준 것입니다. 그것 말고도 북에선 겨울 체육 장비들을 남쪽에서 지원해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습니다. 이런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면 북의 경기수준은 많이 올라갈 것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최근 남북관계가 안 좋다보니 제대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북조선 수준이 올라가면 동계 올림픽엔 정말 남북 단일팀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언젠가는 북에서도 동계올림픽이 열린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아마 한 30~40년 쯤 지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요즘 한국에서 이 동계올림픽 한번 유치하겠다고 여러 번 도전하는데 그때마다 떨어지고 있습니다. 강원도 평창군에서 열려고 하는데, 북쪽 개마고원에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조건은 안 좋습니다. 평창에서 열리면 개마고원에서도 얼마든지 열수가 있죠. 개마고원에 국제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멋진 스키장들도 즐비하게 건설되고 통일이 돼서 남쪽에서 스키타려 올라가고 이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라면서 지금까지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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