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서울과 평양의 대중교통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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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_info-305.jpg 3월 16일 서울시는 버스위치정보는 물론 주변 지리정보와 날씨, 대기환경 정보 등을 제공하는 첨단 버스정류장 `유-쉘터(u-Shelter)'를 종로1~4가 4곳에 설치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번에 지하철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은 그 연장으로 지하철과 함께 대중교통에 포함되는 버스와 택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한국에서 버스와 택시가 가장 많은 곳은 당연히 서울입니다. 인구 천만 명의 서울은 지하철을 타고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또한 버스를 타고서도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그 만큼 버스 노선도 많고 버스 대수도 많습니다.

서울에 버스 노선은 400개가 넘는데 평양의 노선이 20여개에 불과한 것이 비하면 상당히 많은 셈입니다. 서울과 평양의 버스 내부 편의성은 서로 비슷합니다. 한국이 발전했기 때문에 서울 버스는 훨씬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진 않습니다. 그래봤자 그냥 한 두 명이 앉는 의자가 있고 서 있는 사람들이 쥐는 손잡이가 있을 뿐입니다. 출퇴근시간이면 피곤에 몰려 의자에 앉아 끄덕끄덕 졸면서 가거나 아니면 서서 땀내가 풍기는 몸들을 이리저리 부딪쳐가면서 가는 것이 어느 나라든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비슷합니다.

그렇지만 서울 버스와 평양 버스는 서로 다른 동력을 쓴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평양은 주력버스들인 궤도전차나 무궤도 전차 모두 전기를 씁니다. 서울은 전기를 쓰지 않고 대다수가 디젤유를 쓰는 내연버스입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전기버스가 훨씬 좋습니다. 한국은 원자력발전소를 자체의 힘으로 얼마든지 건설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도 필요한 만큼 생산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기버스의 단점은 한 도로에 여러 노선의 버스들이 한꺼번에 달리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제가 일하는 회사 옆 광화문 도로에만 봐도 얼핏 수십 개 노선의 버스들이 저저마다 달립니다. 이 많은 노선들이 평양처럼 다 하늘에 있는 전깃줄에서 동력을 공급받으려면 서울의 하늘은 전깃줄로 꽉 덮일 것이고, 아니면 하나의 전깃줄을 여러 버스가 동시에 사용한다면 서로 엉켜서 교통이 꽉 마비될 것입니다.

궤도전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전깃줄도 모자라 도로에 궤도까지 얼기설기 늘여놓아야 하는데 서울에선 도입하기 불가능해 보입니다. 아마 평양도 지금은 도로에 차가 없어서 궤도전차나 무궤도전차들이 그런대로 달릴 수 있지 앞으로 경제력이 상승해서 자가용 차들이 많아지면 그런 방법으론 버스 수요를 충족시키기 힘들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수천, 수만 대의 버스가 유해가스를 뿜으면서 달리면 도시의 공기는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서울에선 최근 유해가스를 전혀 내뿜지 않아 친환경적인 천연가스 버스를 대대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버스 요금은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900원, 즉 0.8딸라 정도입니다. 길지 않은 구간을 달리는 버스는 600원인데 이건 0.6딸라 정도 됩니다. 평양에선 버스표를 차장에게 내거나 또는 요금함에 넣지만 여기선 대다수 사람들이 교통카드라는 것을 사용합니다. 교통카드나 신용카드는 쓴 액수만큼 통장에서 돈이 자동으로 빠져나가게 돼 있습니다. 일일이 뭉칫돈을 갖고 다니기보단 그냥 카드 하나 갖고 다니면서 사용하는 것이 훨씬 편합니다. 한국의 일반적인 카드는 주패장과 비교해보면 가로 세로가 약 1㎝ 정도씩 작은 크기에 두께는 주패장 대여섯 장 겹쳐놓은 정도입니다.

이런 카드를 버스에 있는 카드 계산기에 대면 삐~하는 소리가 나면서 승차요금이 빠져나갑니다. 택시도 요즘은 다 카드로 계산합니다. 서울에 운행되는 택시는 7만 대가 넘습니다. 평양에도 택시가 있지만 몇 대 안되고 그나마 너무 비싸서 일반 주민들은 구경만 할 뿐입니다. 여기서는 웬만하면 택시를 타는 것이 그리 부담스럽진 않습니다. 요금도 서울 끝에서 끝까지 가는데 보통 3~40달러 정도 듭니다.

대중교통은 일반 시민들의 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서울에는 거의 모든 가정집들이 자가용 승용차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어디 갈 일이 있으면 차를 타고 가기는 합니다. 그러나 차를 몰면 휘발유값도 비싸지, 운전하기도 피곤하지, 출퇴근 시간엔 도로도 꽉 막히지, 주차할 데도 마땅치 않지 또는 집안 누가 몰고 나갔다든지 아무튼 이러저런 요인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중교통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 시민들의 발이 묶입니다. 그래서 평양도 전기가 부족하니 2층 버스를 사와서라도 대중교통은 최대한 보장하려 하는 것이겠죠. 평양 사람에게서 들어보니 평양에서 그나마 인민들이 정부가 잘했다고 칭찬하는 게 맥주와 2층 버스라고 하더군요. TV를 통해 평양의 대표적 노선인 평양역-련못동 사이에 2층 버스가 다니는 것을 봤습니다. 2층 버스도 연료가 부족해서 출퇴근시간만 뛰긴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라도 계속 운행되면 다행이죠. 제가 ‘고난의 행군’ 시기에 평양에 있었는데 그때는 한두 시간씩 걸어서 출퇴근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먹는 거라도 잘 먹으면 그렇게 걷는 것이 건강에 참 좋겠는데 먹지 못하고 장거리를 걷는 것은 고통이죠.

그렇게 걸어 다니던 제가 여기선 대중교통이 워낙 잘 돼 있다 보니 10분 걸어가면 되는 거리도 꼭 버스를 타고 가게 되더라고요. 사람이 편안해지려는 욕구는 끝이 없나 봅니다. 그런 저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제가 누리는 이런 편안함을 북녘의 여러분들과 나누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적잖게 합니다. 그런 날이 언젠가는 꼭 오리라 믿으면서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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