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키부츠도 차등 급여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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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협동농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금 지구상에 사회주의 사상으로부터 파생된 협동농장이 여전히 존재하는 나라는 북조선과 쿠바라고 합니다.

그런데 쿠바도 엄연한 의미에서 북조선과 같은 협동농장은 아닙니다. 쿠바는 1993년까지 전체 농장의 90%가 국영농장이었는데, 그 이후부터 개인이나 조합에게 토지를 임대해주거나 아니면 능력이 되는 경우에는 가족이 직접 경영하게 했습니다.

중국이나 비슷하게 만든 거죠. 그렇다고 국영농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전체 농토의 약 20% 정도는 국영농장이고, 여러 가족이 국가 땅을 임대해서 함께 경영하는 농장이 한 60% 정도이며 개인농장도 대략 20% 정도 됩니다.

어쨌거나 쿠바는 제도적으로 개인이 국가 땅을 빌려서 혼자 경영하겠다고 하면 얼마든지 빌려주는 나라입니다. 그런 점에서 북조선과 다릅니다.

그런데 세상이 워낙 넓다보니 이상하게도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조선도 아니고, 쿠바도 아닌 나라에 협동농장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어디냐면 바로 이스라엘입니다.

이스라엘에 있는 협동농장은 소련에서 10월 혁명이 일어나기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1909년에 첫 농장이 생겼으니 이제는 100년도 넘었습니다. 이 농장을 ‘키부츠’라고 하는데 여기는 북조선의 사회주의 협동농장보다 훨씬 더 공산주의적입니다.

여기서는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았고, 모든 재산과 생산수단은 공동의 소유로 했습니다. 모든 키부츠 회원들은 식사와 교육, 세탁 이런 것들을 공동으로 했습니다. 완전히 소베트 농장이고, 문화대혁명 시기의 중국 집단농장과 같은 모습입니다.

키부츠에서 노동은 신조이자 원칙입니다. 직위가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남녀 여부를 떠나서 정해진 시간에는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하면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키부츠에서 제공해줍니다. 키부츠에 가면 휴식일에 식당 청소를 하는 현직 국회의원도 볼 수 있습니다. 관리위원장을 국가에서 임명하는 북조선과는 달리 키부츠 회장은 1년 임기로 전체 회원들이 모여서 뽑습니다.

어떻습니까. 이쯤하면 북조선 협동농장보다 더 공산주의적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세상 사람들을 모아놓고 협동농장을 아느냐고 물으면 북조선 협동농장보다는 이스라엘 키부츠를 먼저 대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에는 키부츠가 250여개나 됩니다.

이렇게 유구한 역사를 가진 키부츠도 십여 년 전부터 급속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엄격한 규율을 적용해도 집단 노동과 공동 소유의 이념으로는 다른 사유 농장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키부츠 250여 개 중 초기와 같은 형태의 평등주의를 유지하고 있는 키부츠가 현재 25% 가량에 불과하고, 나머지 75%는 100년의 전통을 바꾸어서 회원들에게 노임을 차별적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직위가 높을수록, 열심히 일을 할수록 더 많이 준다고 합니다. 사유재산 제도도 도입해서 일해서 저축하면 다 내 것이 됩니다. 예전에는 공동소유였는데 말입니다.

이제 이 키부츠마저 사유화가 되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협동농장은 북조선에만 있게 됩니다. 물론 북조선의 협동농장도 사유재산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고 일한 것만큼 분배를 해주는 제도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야말로 원칙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협동농장에 일을 별로 하지 않고도 분배 잘 받아가는 간부들 얼마나 많습니까. 아무리 열심히 일해 봤자 관리위원장이나 리당비서, 또는 작업반장보다 잘 삽니까. 아니지요.

그러니 이건 평등도 아니고, 일한 것만큼 받아가는 것도 아니고, 감투 쓴 것만큼 받아가는 것이 아닙니까.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세계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농장 형태인 것은 분명합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개인텃밭에는 뭘 어떻게 해서든지 강냉이들이 꺼멓게 독을 쓰고, 농장 밭에서는 누렇게 말라가는 것을 말입니다. 사람이 자기 것이라고 하면 더 열심히 잘 가꾸려고 하는 본성은 감출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게 북조선 농민들만 그런 것이 아니고, 쿠바 농민도 그렇고 이스라엘 농민도 그렇습니다. 이건 인종이나 지역에 상관없이 공통적인 것입니다.

그러니 농업 생산량을 늘리려면 땅을 나누어주어야 하는데 북조선에서는 그렇게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는 여러분들이 잘 아실 겁니다.

땅을 나눠주면 자기 땅에만 열심히 농사짓는데 신경 쓰지 노동당에서 뭘 하라고 지시해도 전혀 말을 듣지 않는 겁니다. 그러면 노동당의 방침이 먹혀들겠습니까, 통제가 먹혀들겠습니까. 북조선 지도부는 바로 그것을 우려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이 세계의 흐름과는 반대인 것은 분명합니다. 역사에 역행하면 어떻게 된다고 강연에 가면 늘 듣는 말이 있지요. 예, 바로 그렇게 됩니다. 더도 말고 땅을 개인들에게 나눠주고도 사회주의를 하는 중국처럼만 돼도 좋겠습니다. 왠지 그런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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