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남한살이] 한국의 감옥과 북한의 감옥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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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on_flower_305 천안교도소 재소자들이 교도소에서 실시중인 원예관련 직업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한국의 감옥에 대해 한번 소개할까 합니다. 제가 북에 있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남쪽 감옥에서 43년을 지냈다는 비전향장기수 리인모 로인이 평양에 돌아온 뒤 한번은 북조선 감옥을 돌아보고는 “내가 이런 곳에 있었다면 몇 년 못 버텼을 것이다”하고 말했답니다. 진짜인지 소문인지 모르겠지만 청취자 분들 중에서도 이런 말을 들은 분들이 있을 겁니다.

저는 그때 “남조선 감옥은 대체 어떨까” 너무 궁금했었습니다. 그래서 남한에 온 뒤 감옥에 한번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감옥은 그 나라의 인권을 보여주는 척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제가 일하는 동아일보의 기자 한분이 지난해에 새로 지어진 경기도 화성의 직업훈련교도소를 돌아보고 최근 참관기를 자세하게 적었더군요. 사진들과 함께 말입니다.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사진들을 보니 이건 뭐 제가 북에서 다녔던 대학 기숙사보다도 훨씬 낫습니다. 물론 새로 지어진 감옥이니 시설들이 새 것이고 좋겠지만 죄수들이 생활하는 것은 다른 곳도 이곳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방에 대형 색텔레비죤이 있지, 온돌바닥에 레자도 다 깔려있지, 신문도 볼 수 있지, 수세식 양변기가 있지 아무튼 일반 사회 살림방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텔레비, 신문을 다 보니깐 갇혀 있어도 세상 돌아가는 것은 다 알 수가 있습니다.

저는 탈북했다가 중국에서 잡히는 바람에 북에서 감옥생활을 해봤습니다. 일단 거기 들어가면 사람이 아니죠. 하루 종일 똑바로 앉아 있어야 하는데다 조금만 움직여도 계호원들이 온갖 쌍욕을 퍼부으며 마구 때리고, 잘 때는 얼음덩어리 같은 바닥 위에서 빈대 피가 덕지덕지 묻은 다 해져 너덜거리는 담요 한 장을 덮고 자야 했습니다. 그뿐입니까. 세멘트를 대충 발라 만든 울퉁불퉁한 변기에 물을 채워 세수도 하고 빨래도 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감옥은 상상도 못했죠. 여기선 매 끼 이밥에 국, 반찬 세 가지를 줍니다. 돼지고기와 물고기도 자주 나옵니다. 북에선 몇 달 안에 영양실조로 뼈만 남을까봐 걱정하는데 여기선 적게 움직이고 많이 먹으니 비만이 올까봐 걱정합니다. 그래서 김치나 무우 반찬처럼 주로 채소들을 먹입니다. 제가 말하는 화성교도소에는 1100명 정도가 수감됐고 이중 10년 이상 장기수가 280명, 무기징역수가 35명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죄수들이 하는 일은 직업교육을 받는 것입니다.

출소하면 취직이 잘 안 되니깐 살기가 어렵고, 그러면 또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온다고 아예 직업교육을 시켜 사회에 내보냅니다. 한마디로 감옥에서 자격증을 따게 하는 것이죠. 이 감옥에선 15개 직업에 대한 교육을 시켜 준다고 합니다. 자동차검사, 정비, 선반 가공, 용접, 컴퓨터 관리, 이러루한 것들을 1년 짜리 과정이나 2년 짜리 과정으로 배웁니다. 과자와 빵을 만드는 제빵반이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실습은 그냥 책으로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실습장들이 다 있습니다.

빵을 만드는 과정도 죄수들이 흰 위생복을 갈아입고 학생처럼 제대로 배우고 직접 화로에서 빵을 구워보기도 합니다. 과정안을 다 떼면 시험을 쳐서 직접 자격증도 받습니다. 감방도 북조선 영화에 나오던 것과 완전히 다릅니다. 영화 ‘민족과 운명’에서 리인모 로인이 독방에 갇히던 모습이 생생하게 생각납니다. 몸이 겨우 쑤셔 들어갈 감방이었죠.

물론 여기 한국도 독재시절이 있었으니 옛날엔 그런 독방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독방이라 해도 크기는 가로가 한 2미터, 세로가 한 3미터가 되는데 텔레비죤이 다 있고 책꽂이도 있고 화장품들도 있고 그럽니다. 네댓 명이 들어가는 방은 가로가 한 3.5미터, 세로가 4미터 정도 됩니다. 솔직히 제가 북에서 살 때보면 이 정도 크기의 살림집도 없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감옥에는 또 목욕탕도 있고 세탁실도 있고 리발소도 있습니다. 아침 6시 반에 기상해서 저녁 9시에 취침합니다.

제가 남쪽 감옥을 보면서 “야, 정말 죄수들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줄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좋게 대해주면 죄를 짓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을 것인데. 그리고 감옥에서 잘 해주는 것도 다 저 같은 일반 사람들의 세금으로 그렇게 하는 것인데 참 아깝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아까운 것은 한국에선 사형제 폐지가 세계적 추세라는 이유로 10년 전부터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서 정말 끔찍한 죄를 저지른 흉악범도 무기징역을 산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람 스무 명 넘게 죽인 악당도 사형에 처하지 않고 평생 세금으로 먹여 살려야 합니다.

그런데 북은 어떻습니까. 농장 소를 잡아먹었다고, 전기줄을 좀 잘라갔다고, 지금은 또 한국과 통화를 했다고 사람들이 공개총살을 당하지 않습니까. 남에선 공개총살 시켜야 할 놈은 안 죽이고 있고, 북에선 아무리 봐도 죽을죄가 아닌 사람들을 공개총살 시키고 있고. 정말 남과 북이 너무 대조적입니다.

북조선의 감옥이 갑자기 한국처럼 되는 것은 꿈도 꾸지 않습니다. 다만 별치도 않은 일 때문에 다시 되찾을 수 없는 귀중한 목숨이 너무나 쉽게 죽어가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저의 소원으로 언제까지 남아있을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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