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남과 북의 인구를 살펴보니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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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_population_305 주민등록 인구에 거주불명 등록자(옛 주민등록 말소자)도 포함돼 남한의 총인구가 5천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벌써 3월도 절반이 지났습니다. 산과 들에 초록빛 봄기운이 막 넘쳐납니다. 봄이면 그냥 기분이 막 좋아지네요. 제가 한국에 처음 온 때가 바로 지금 즈음이었습니다. 올 때 비행기를 타고 세계에서 제일 좋은 공항이라는 인천공항에 내렸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서울시내까지 차로 들어오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오면서 각종 승용차들이 도로를 꽉 메우고 있는 것은 놀랍지 않았지만 길옆에 아파트가 너무 많아서 놀랐습니다.

한국에서 살아보니 이해도 갑니다. 좁은 땅덩어리에 인구가 너무 많으니 별 수 없습니다. 서울을 벗어나도 한 굽이를 돌면 아파트들이 나타나고, 또 한 굽이를 돌아도 아파트고, 정말 숨이 막힙니다. 한국의 인구밀도가 세계 3위입니다. 9만 평방미터 좀 넘는 땅에 4830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은 평양 면적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 좁은 지역에 1000만 명이 넘게 살고 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살자니 아파트들이 많이 필요하고, 그래서 아파트공화국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그러면 북조선의 인구밀도는 어떨까요. 저는 북에 살면서도 인구가 몇 만 명인지 몰랐습니다. 인구를 공개해서 좋은 점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으니 발표하지 않았겠죠. 그런데 유엔에서 2008년도에 550만 달러를 들여서 북조선의 인구조사를 했습니다. 이중 400만 달러는 한국에서 지원했는데요, 솔직히 북조선 인구가 몇 만 명인지 어떤 실태인지 가장 궁금한 나라도 한국일 겁니다. 통일을 해서 함께 집안을 합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2008년도 인구조사는 해방 후에 유엔이 권장하는 국제기준에 따라 북조선에서 최초로 이뤄진 인구조사입니다. 아마 재작년에 사람들이 와서 각종 항목을 물어보면서 적어갔던 기억이 있으시죠. 왜 그런 것을 했는지 그땐 잘 모르셨겠지만 그게 바로 인구조사입니다. 조사결과 북조선 인구는 2405만2231명이었습니다. 2400만 명은 남한의 인구 4800만 명의 딱 절반입니다.

조사해보니 흥미로운 사실들도 많이 밝혀졌습니다. 북에선 애를 낳으면 남자를 선호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번 조사를 보니 남자보다 의외로 여자가 훨씬 많습니다. 성비가 95.1인데 이는 여자 100명에 남자는 95명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마 어린 아이는 남자가 많지만 남자가 수명이 짧아서 빨리 죽기 때문에 여자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한국엔 남자가 조금 더 많습니다. 여긴 여자가 100명이면 남자가 101명입니다. 그렇지만 남이나 북이나 모두 여성이 오래 사는 것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4년 전에 보면 한국에 100살 이상 산 장수노인들은 총 960명으로 이 중 남성은 104명에 불과했습니다. 북에선 100세 이상 장수노인이 64명인데 이중 남자는 한명도 없답니다.

한국에선 남자의 평균수명이 76.2세이고 여자는 82.8세입니다. 북조선에선 정확치는 않지만 남자가 65.3세, 여자가 69.5세입니다. 한국보다 10살 이상 낮은 것입니다. 한국에 오니 여기 사람들은 북조선보다 결혼을 대체로 늦게 하더군요. 그냥 감으로만 느꼈는데 이번에 정확한 평균 결혼 연령이 공개됐습니다.

인구조사에 따르면 북쪽 남자는 평균 29세에 결혼합니다. 남쪽에선 남자가 31.38세에 결혼하니 결국 남자를 놓고 따지면 북조선 사람들이 2년 빨리 장가드는 셈입니다. 여자의 결혼연령은 북쪽이 25.5세, 남쪽이 28.32세로 남쪽 여자들이 북쪽보다 평균 3년 늦게 시집갑니다. 하긴 평균 수명이 여기는 기니까 늦게 결혼하는 것도 이해는 됩니다.

우려되는 점도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큰 문제가 되고 있죠.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은 줄어들고 부양을 받아야 할 늙은 사람이 늘면 사회적으로도 큰 부담입니다. 한국도 지금 이 문제가 심각합니다. 고령화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따져서 보는데 한국은 10.7%입니다. 그런데 북조선이 8.8%로 의외로 고령화 수준이 높게 나왔습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8%인 중국이나 5%에 불과한 인도보다 훨씬 높습니다.

고령화는 수명이 길어진다는 영향도 받지만 출산율이 낮아도 빨리 진행됩니다. 지금 한국에선 사람들이 애를 낳지 않고 있습니다. 나중에 이 문제도 한번 말씀드리겠지만 남쪽은 애를 낳아서 키우기가 많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전쟁으로 많은 남자들이 죽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근소한 차이로 1,2위를 다툽니다. 그런데 북에서도 요즘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합니다. 남한에선 아이를 공부시키기 힘들어서 그렇다면 북에선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런답니다.

고령화 문제는 남북이 통일된 뒤에도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할 문제입니다. 통일이 되면 군대를 유지하는데 드는 돈을 뚝 떼서 아이를 많이 낳도록 정책을 펴면 될 것 같습니다. 좁은 나라에 인구가 많은 것이 뭐가 좋냐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인구는 결국 국력입니다. 인구가 많아야 생산량도 많고 경제규모도 커집니다.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가 7200만 정도가 되는데 이는 세계에서 한 17위 정도 되는 수준입니다. 전 세계에 200개 나라가 있다 하면 상위 10%에 들어가는 거죠. 경제는 더욱 커져서 전 세계에서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강대국이 될 겁니다. 상상만 해도 뿌듯합니다. 어서 통일이 돼서 그런 날이 빨리 오길 바라면서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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