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남과 북의 음주문화를 비교해보니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04.23
wine_culture_305 서울 무교동 조이코오롱 매장에서 모델들이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남과 북의 음주문화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원래 한민족은 옛날 자료들을 들춰 봐도 음주가무와 풍류를 즐기는 민족이라고 돼 있습니다. 즐겁게 노는 자리에 술이 빠지면 안 되겠죠. 그래서 북에선 단체로 어디에 놀려갈 때면 술부터 준비됐는지 체크하지 않습니까. 일반 인민들은 공장술은 거의 구경도 못하고 대개 농태기를 장마당이나 마을의 술파는 집에서 사서 마십니다. 여기 남한 사람들은 농태기란 말을 모릅니다. 개인집에서 몰래 만들어 파는 밀주라고 설명해야 이해합니다. 농태기도 40~50도 되는 원액이 제일 비싸고 장마당엔 원액에 물을 섞어서 20~25도로 맞춘 술이 많지요.

제가 북에 있을 때는 술을 먼저 사고 그 나머지로 안주를 사서 먹지, 돈이 없다고 술 대신 안주를 더 많이 사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심지어 예전엔 안주 살 돈이 없어서 소금을 찍어 안주하거나 파를 씹어 먹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농태기에 익숙해 살다가 중국 연변에 갔는데, 조선족들은 제가 혀를 내휘두를 정도로 술을 엄청 마셔대더군요.

중국엔 술이 웬만하면 40도 이상입니다. 중국의 생활수준이 돈이 없어 술을 못 마시는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북조선과는 달리 마음껏 마십니다. 제가 있을 땐 중국 돈 1원짜리 봉지술이 제일 눅었던 것 같습니다. 이 봉지술도 한 40도 정도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중국에서 도수 높은 술을 엄청 마시다가 한국에 왔는데, 여기에 오면 하나원이라고 탈북자들을 사회에 내보내기 전에 두세 달 정도 기초교육을 줘서 내보내는 곳이 있습니다, 거기서 한국 소주라고 처음 마셔봤는데 3병을 마셨는데도 꼭 맹물을 마시는 것 같고 전혀 취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때 갑자기 “내가 중국에서 알콜 중독자가 된 것이 아닌가” 겁이 들더군요. 중국에서 40도 넘는 술을 마시다가 한국의 도수 낮은 술을 마시니 당연한 일이긴 했습니다.

여기 술은 도수가 낮습니다. 물론 도수 높은 술이 있긴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소주라고 불리는 16도에서 20도 사이의 술을 마십니다. 술병도 북에선 표준이 500미리짜리인데 여기엔 355미리가 표준 술병입니다. 그러다보니 술병이 작아서 잔에 딱 7잔 부으면 한 병입니다. 술잔 크기는 남북이 비슷하더군요.

여기 소주의 특징은 너무나 정제가 잘 되다보니 정말 투명하고 마실 때 술 마시는 것 같지 않고 물 마시 듯 슬슬 넘어갑니다. 북에선 한잔 마시고 카~하면서 알콜기를 입으로 내보내고 다음날에는 머리가 뗑하지만 여기 술은 북조선 술에 비하면 뒤끝이 상당히 없습니다.

북에서 해외에 수출하는 술이 있습니다. 이름이 “평양소주”인데 미국에까지 수출은 하는데 별로 인기는 없는 듯 합니다. 저도 해외에서 북조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평양소주를 마셔봤고, 또 평양소주가 서울에서도 희귀하긴 하지만 그런 대로 파는 곳이 있기 때문에 마셔보지만, 아무리 평양소주가 고향의 술이라고 해도 객관적으로 말하면 확실히 한국 소주가 마시기가 훨씬 좋습니다.

여기 사람들도 술을 많이 마십니다. 음주는 했는데 가무가 빠지면 안 되겠죠. 그러니 술을 마신 뒤에 노래방에 가서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 특이한 것이 폭탄주라는 것이 있는데 이건 맥주 한 컵에 도수가 40도 넘어가는 양주를 섞어서 만든 것을 말합니다. 폭탄주가 너무 일반적이어서 한국의 술 문화를 폭탄주 문화라고도 합니다. 이 폭탄주를 마시면 다음날 머리가 정말 아픕니다.

외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폭탄주 들이키는 것을 이해 못 하겠다고 하지만 북에서 살고 있는 분들이라면 아마 도수 높은 술과 맥주만 풍부하면 이것 반드시 따라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술을 즐기는 한민족이니까요. 이미 중앙당 간부들은 폭탄주를 마신다고 합니다. 저도 예전에는 폭탄주를 엄청 마셨댔습니다. 제가 마시고 싶어서 마신 것이 아니고 술자리에 앉으면 거의 강제로 마시게 합니다.

여기에도 남과 북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북에선 술이 귀하니 “내가 이 자리에서 실컷 못 마시면 언제 또 기회가 있겠나. 오늘 한번 원 없이 실컷 마시자” 이런 생각 때문에 과음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선 술이 많으니 “적당히 먹고 조절하자” 이렇게 생각하지만 막 술을 강제로 마시게 하니 또 과음하게 됩니다.

한국의 술 문화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제가 7년 전에 신문사에 입사하니 ‘잔 돌리기’ 문화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자기가 마신 뒤 그 잔에 술을 부어 남에게 권하는 것인데 이잔에 술을 잔 하나로 여러 사람들이 돌아가며 마시게 됩니다. 그런데 요샌 이런 문화가 거의 없어지고 있습니다. 이사람 저사람 입을 댔던 잔으로 마시는 것이 위생상 안 좋기 때문입니다.

저는 요새 건강을 생각해서 술을 잘 마시지 않습니다. 대신 저는 막걸리를 많이 마십니다. 요즘 전 세계에 한국의 막걸리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막걸리가 건강에도 좋고 취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외국인들이 우리의 전통 막걸리에 찬사를 보내는 것을 보면 뿌듯하기도 합니다. 막걸리는 비싼 쌀로 만들기 때문에 북에선 막걸리를 만들어내기가 쉽진 않을 겁니다.

앞으로 제가 평양에 돌아가는 날이 있으면 옛 친구들과 만나서 한국의 유명한 막걸리로 축배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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