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한국 선거와 북한 선거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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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ki_election_305 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후보가 지난 26일 프로축구 경기가 열린 인천 문학경기장을 찾아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춤을 추며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한국은 선거 운동기간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선거하는 날은 6월 2일인데요.

이날 도지사를 비롯해 시장, 군수와 각 시군 교육감과 의원들을 뽑습니다. 다시 말해서 각 지방의 살림을 최종 책임지고 이끌 최고 책임자를 선거로 뽑고, 이왕 선거하는 김에 교육부장과 대의원들까지 한꺼번에 뽑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서울에 사는데, 선거철이면 거리가 볼 만 합니다. 방송차들을 동원해서 자기를 뽑아달라고 불어대지, 길 걸어가면 사방에서 여러 명이 “안녕하십니까. 기호 2번 김똘똘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하고 동시에 합창하면서 머리를 깊이 숙이고 인사를 하지 아무튼 북에서 보면 희한한 풍경입니다.

아침에도 출근하려고 집에서 나와 조금 걸어 나왔는데 한 아주머니가 제게 다가오더니 머리 숙여 인사합니다. 그리고는 명함 하나 내밀면서 “저의 남편이 이번에 구 의원으로 출마했는데 잘 부탁드립니다”하고 말합니다. 명함 받아들었지만 이런 것 솔직히 잘 보진 않습니다. 지하철역에 오니 역 앞에 어깨에 후보 이름이 씌어진 띠를 두른 수십 명이 쭉 늘어서서 저저마다 명함을 내밉니다. 머리를 굽석거리며 저저마다 선거 때 자기를 꼭 찍어달라고 합니다. 마구 내미는 명함을 경황없이 대여섯 장 받아들고 내려옵니다. 벌써 지하철 쓰레기통에는 저처럼 받았다가 버린 명함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예전에 다부작 예술영화 ‘민족과 운명’ 최덕신 편에 보면 남한에서 선거유세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숱한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 열변을 토하죠. 그런데 그건 다 옛날이야기입니다. 이제는 후보들이 열심히 나와 연설해도 사람들이 그냥 외면하고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선거 때는 이렇게 제 살이라도 베줄 듯 열심히 머리를 조아리지만 되고 나면 누가 되든 자기 생활에 큰 변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러니 옛날보다 사람들이 선거에 점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 같은 데는 유권자 열 명 중에 여섯 내지 일곱 명 정도 투표하지만 지방 선거에는 유권자 중의 한 절반만이 나와서 투표합니다. 그래서 한국 TV에서는 선거에 다 나가서 투표하자고 적극 홍보하는 광고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사람들이 투표하려 하지 않는다는 소식은 저도 북에 있을 때 들었습니다. 그때 “자기 손으로 자기 지도자를 뽑는 일인데 왜 사람들이 나가지 않지”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런데 남한에 오니 투표율이 낮아지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저부터도 소중한 투표 권리를 갖게 됐지만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으면 투표하러 가게 되지 않습니다. 이 사람도 맘에 안 들고 저 사람도 맘에 안 들면 대통령 선거도 안가면 그만입니다. 아무 사람이나 돼라 하는 식이죠. 이번 선거에 제가 사는 구청장 후보로 누가 나왔는지, 교육감이나 의원은 누가 나왔는지 저는 솔직히 전혀 모릅니다. 관심을 돌리지 않았기 때문이고 누가 되던 제 생활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깐 말입니다. 사실 이러면 안 되는데 말입니다.

선거철이면 북에서 선거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어렸을 때부터 학생들이 줄을 서서 꽃다발 흔들면서 동네 곳곳마다 “100% 찬성 투표합시다”고 소리치면서 다녔죠. 마치 투표하려 나오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찬성 투표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참 웃긴 일입니다.

커서 한번은 열이 40도 나는데도 선거에 나오라고 해서 하늘이 빙빙 도는 상태로 이를 악물고 선거장에 나간 일도 있습니다. 그냥 당에서 임명하는 사람을 시키고 말지 선거는 왜 합니까. 안 그렇습니까. 그런 형식적 선거 전혀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반대표 찍으면 보위부에 잡혀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관리소로 끌려가는 나라에서 100% 투표에 100% 찬성이 당연한 일 아닙니까. 그나마 북에 있을 때는 선거 날에 휴식을 주니 표 하나 던지고 휴식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선거 날에 하루 쉬는 건 한국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나 직장에 따라 아침에 투표하고 회사에 나가기도 합니다.

요즘 한국의 선거에는 크게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이상 4개의 정당이 서로 경쟁하고 있는데,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은 세력이 미미하고 대체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경쟁구도입니다.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이 대체로 이길 것 같습니다. 민심은 늘 왔다 갔다 합니다. 한나라당이 잘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민주당이 이기는 것이고, 민주당이 맘에 안 든다고 보면 한나라당을 찍는 겁니다. 이런 속에서 각 당은 서로 대중에게 잘 보일 정책을 내놓고 집행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조금이나마 보입니다. 안 그러면 정당 자체가 존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민주주의 정당 제도라는 것이 완전무결한 제도는 아닙니다. 이것도 이것저것 따지면 결함도 적지 않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북조선보다는 훨씬 나은 제도라는 것입니다. 인민이 심판하는 제도가 없다면 누가 인민의 눈치를 보면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저희 회사 앞에도 방송차들이 늘어서서 확성기로 시끄럽게 떠듭니다.

한쪽에서 오만한 이명박 정권 심판하자하고 소리치면 저쪽에서는 무능한 민주당 심판하자 이러고 있습니다. 저는 저런 모습을 평양에서도 보고 싶습니다. 그날은 과연 언제나 올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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