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북한의 장점을 찾아봤더니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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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공원. 거대한 나무에 난 구멍 밑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공원. 거대한 나무에 난 구멍 밑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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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해 마지막 방송을 통해 말씀드렸듯이 저는 최근 미국 횡단 여행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여행은 모두 20일이 걸렸는데, 제가 지금까지 서울에서 늘 일속에 묻혀 살다보니 이렇게 오랫동안 한국을 벗어나 있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미국 텍사스 주에서 뉴멕시코를 거쳐 켈리포니아주까지. 이동한 거리를 놓고 보니 6000㎞가 넘었습니다. 20일 동안 매일 이동한 것은 아니고 한 열흘 동안만 이동하다보니 차를 타고 달릴 때는 하루에 600㎞ 정도씩 이동한 것 같습니다.

600㎞면 평양에서 나진까지 거리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도로가 좋아서 평균 시속이 110㎞에서 130㎞로 달렸으니 하루 다섯 시간 정도씩 차를 탔습니다. 이 정도 타면 사람이 녹초가 될 것도 같은데, 도로가 좋아서 차에 다섯 시간씩 앉아있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더군요. 달리는 내내 거의 졸지 않고 미국을 봤습니다. 초원이 사막이 됐다가 다시 초원이 되고, 빽빽한 밀림이 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달려도 미국 횡단하는 거리의 사실 4분의 1 정도나 봤을까 말까 합니다. 한 2개월 잡고 봐야 미국의 주요 가볼 곳은 가봤다 할만 합니다. 저는 국제부 기자로 14년을 일했기 때문에 나름 미국을 잘 안다고 자부했습니다만, 직접 가보니 그냥 “와! 와!” 하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내려다보면 그냥 바둑판같은 벌판이 끝이 없이 펼쳐져 있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직접 땅에서 달리니 이건 끝이 어딘지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북한은 산지가 많은데, 미국은 땅이 너무 넓어서 그냥 놀리는 곳이 너무 많습니다. 황해도 정도 면적의 곡창지대로 활용할 수 있을 만한 곳도 그냥 풀밭으로 놀리고, 소와 말이 여유롭게 풀을 뜯어 먹고 있습니다. 북에서 저는 열 몇 살 때 세계지리사전이란 책을 거의 외우다시피 봤습니다. 두께가 한 10㎝ 정도 되는 책을 집에다 몇 년 두고 보고 또 보고 하다보니 그때 세계 주요 나라와 면적, 인구, 수도, 주요 특징 등을 외우게 됐고, 이건 나중에 제가 남쪽에서 사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때 미국을 편을 보면 엄청 큰 나무가 나옵니다. 나무 밑으로 차도 다니는 사진도 나왔는데, 그걸 보면서 저 나무는 얼마나 클까 계속 상상을 해봤습니다. 이번 여행길에 그런 나무도 봤습니다. 한 열 명이 팔을 잡고 나무 둘레에 늘어섰는데 반 바퀴나 겨우 감쌀까 말까 했습니다. 나무 높이가 100미터는 족히 되고, 무게는 2,000톤이 넘는다고 합니다. 3,500년 자란 이런 나무가 숲 속에 곳곳에 있었습니다. 이 숲 속에 올 때 안내해 주시는 분에게 도대체 “큰 나무라고 불리는 게 어느 정도 큽니까”하고 물으니 대수롭지 않게 “글쎄 미국 사람이 크다고 하면 진짜 큰 게 아닐까요”라고 대답합니다. 직접 본 결과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 나무는 어쩌면 미국의 상징처럼 제 기억에 남았습니다. 미국을 다녀보니 정말 다 큽니다. 국토가 큰 것은 당연하고, 사람도 크고, 빵도 크고, 소도 크고, 차도 크고 아무튼 모두 큽니다. 그리고 엄청 풍요롭습니다. 넓은 땅에서 한쪽에선 기름이 콸콸 나지, 한쪽에선 열 번 끝에 도달해도 또 지평선이 나오는 땅에서 식량이 나오지 그러니 인심도 좋습니다. 기후도 왜 그리 좋은지, 12월말 1월 초면 한국은 엄청 추울 때인데, 미국은 반바지를 입고 살았습니다. 하늘은 미세먼지 하나 없이 푸르고 푸릅니다. 이런 나라와 맞서겠다는 나라는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북에서 온 탈북한 두 명의 동생들과 함께 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북한 산골짜기에 갇혀 살던 청년들이 지금은 미국에 와서 광활한 땅을 차를 몰고 하루에 600㎞씩 대수롭지 않게 운전하고 있습니다. 한 동생이 “형, 북에서 민족과 운명을 볼 때 미국을 차로 달리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그거 정말 부러웠는데 제가 이렇게 살 줄 몰랐습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여행을 떠날 때 우리가 오고 간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내자고 약속했습니다. 북한 청년들이 과거 철천지원수 나라 미국을 어떻게 보았는지 소감을 써서 책을 내면 관심있는 사람들이 좀 많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여행 기간에 북한을 주제로 이야기도 많이 했습니다. 한번은 미국이 좋은 점과 나쁜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럼 미국에 비해 봤을 때 북한이 좋은 점이 뭔지 이야기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세 명이 20분을 생각해도 하나도 없더군요. 끝내 못 찾았습니다. 4년 전에 온 동생이 “북한은 뭉쳐서 뭔가 하는 게 장점이 아닐까”고 마침내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를 비롯해 다른 동생은 즉각 “야, 넌 아직도 북한 물이 안 빠졌네”하고 거의 동시에 반박했습니다. 온 나라가 한 뜻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그것이 얼마나 독재 국가인지, 개인의 의견이 철저히 묵살되는지를 보여주는 징표거든요. 한 집안도 의견을 통일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2,000만 명의 뜻이 같겠습니까? 그런데도 단결된 모습처럼 보이는 것은 김정은 말을 따르지 않으면 죽이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북한은 땅의 크기를 봐도 미국에 안 되고, 날씨도 안 되고, 경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사람들이 순진한 것도 아닙니다. 제가 이번에 처음으로 북한의 장점을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정말 하나도 찾지 못했다는 것에 저도 놀랐습니다. 그런데 북에 살고 계시는 분들은 우물 안 개구리 신세니, 내 나라가 세상에서 제일 좋고, 우리 수령이 가장 위대하다고 세뇌돼 살고 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비록 목숨을 걸고 탈북한 청년 셋이 미국을 방문했지만, 하루 빨리 북한에 좋은 체제가 들어서서 북한 주민들도 저희들처럼 마음껏 세계를 누비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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