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양계장만 지으면 닭고기 먹나
2024.01.12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해 벽두부터 김정은이 연일 전쟁 위기를 끌어올리고 있죠. 한국은 그냥 평소 하던 대로만 하면서 가만있는데, 김정은이 혼자서 제풀에 전쟁쇼를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이 왜 핵무기까지 가진 북한과 갑자기 전쟁하겠다고 하겠습니까. 이 모든 것은 제가 저번 시간에 말씀드린 대로 김주애 후계 구도를 만들 시간을 벌기 위한 김정은의 노림수로 보입니다.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해서 여러분들의 시선을 돌리는 것과 동시에, 인민생활을 다 파탄 내고 11살 어린 딸에게 4대 세습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불평불만을 하는 사람들을 전시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리고, 오늘은 김정은이 김주애와 함께 7일 황해북도 황주군의 광천닭공장을 찾은 일에 대해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제가 평양에서 대학을 다니던 1990년대 중반에 대학생들 속에서 은밀한 책들이 자주 돌았는데, 저도 봤습니다. 이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이 미국, 일본, 한국의 농업 생산성에 대해 적은 것인데, 정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 수치가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과 비교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미국은 인구가 3억 3천만 명인데,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1%도 채 되지 않는 300만 명 정도입니다. 이 300만 명이 2021년 기준으로 4억 7,600만 톤의 곡물과 2천 500만 톤 이상의 육류, 1억 톤 이상의 우유, 3천만 톤 이상의 과일, 4천만 톤 이상의 채소 등등을 생산합니다. 여러분들이 얼핏 들어서 머리에 기억이 되지 않을까 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미국은 300만 명이 곡물 4억 7,600만 톤, 육류 2,500만 톤, 우유 1억 톤 이상, 과일 3,000만 톤 이상, 채소 4,000만 톤 이상을 생산합니다. 북한이 인구 절반이 농촌에 매달려 식량 500만 톤도 생산하지 못한다는 것을 떠올리면 미국의 1인당 농축산물 생산성이 몇 백 배 더 많은 것이죠. 북에서 이런 통계를 보고 입을 딱 벌렸습니다. 일본과 한국도 미국의 생산성에 따라가지 못합니다. 미국에 가보니 산이 하나 보이지 않는 벌판에서 비행기로 씨 뿌리고, 비료도 주고, 종합탈곡기로 걷어 들이는 것을 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닭고기에 한정해 말씀드리겠습니다. 2015년 통계를 보니 세계 닭고기 생산량이 9,000만 톤 정도 되는데 미국이 이 중 21%를 생산합니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한 해 생산되는 닭고기만 1,800만 톤이 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닭을 키우려면 어마어마하게 생산성이 높아야 하는데, 미국 양계농가 생산성에 대한 통계를 찾지 못했습니다. 대신 이런 자료는 있는데요, 유기농 닭을 생산하는 인증서를 받은 농가가 미국에 220가구가 있는데, 이들이 4,300만 마리를 키운다고 합니다. 유기농 닭이라고 하면, 닭을 가둬만 놓는 것이 아니라 뛰놀 수 있는 마당도 구비해야 하고, 100% 비료를 주지 않은 사료를 먹여야 하고, 항생제를 써서도 안 됩니다. 그러니 이런 농가가 한 가구당 약 20만 마리를 키우니, 일반적인 닭 사육 농가는 20만 마리 이상 키운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은 1가구가 5만 마리 이상 키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농가라고 하면 그냥 한 집이란 뜻이죠. 그 한 집에서 키우는 닭이 20만 마리 이상이면, 이번에 김정은이 시찰한 광천닭공장보다 훨씬 더 많은 닭을 키운다는 말입니다.
현지시찰 사진을 보니 닭 공장이라고 나왔지만, 공장 크기를 보니 닭 1만 마리도 키우기 어려워 보입니다.
김정은이 찾아갈 정도의 공장에서 1만 마리 키우는 것과 미국의 한 집에서 20만 마리 이상 키우는 것, 이것이 지금 미국과 북한의 차이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이런 미국을 쓸어버린다며 큰소리를 치는 것을 보면 가소롭다는 표현도 모자라, 제정신인가 이런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김정은이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인민들에게 닭고기를 먹이려면 닭공장만 잔뜩 만들어선 안 됩니다. 닭고기가 설사 많이 생산한다 해도 일단 두 가지는 기본적으로 보장이 돼야 합니다.
우선 전기입니다. 전기가 있어야 도축 작업을 선전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하게는 생산된 닭고기를 냉장 보관할 수 있습니다.
냉장시설이 없으면 여름에 생산된 닭고기는 하루도 되지 않아 부패할 것입니다. 생산되자마자 냉장고에 넣고, 냉장 시설이 있는 차로 운반해야 하고, 그걸 받는 상점에도 냉장시설이 있어야 하며, 집집마다 냉장고가 있어야 합니다. 어느 하나도 빠지면 닭고기는 생산하자마자 하루 만에 먹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북한의 냉장 시설 구비 상태와 전기 문제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겁니다. 생산 하루 만에 소비하는 건 미국도, 한국도 못 하는 일입니다. 전기와 냉장시설이 없으면 닭고기를 생산해 봐야 썩혀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절대로 썩힐 정도로 많이 생산되진 않겠지만 말입니다.
두 번째는 이송입니다. 이송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물류에 해당되는데 도로도 좋아야 하고, 차량도 많아야 빠르게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물류에 있어 세계 선진국입니다. 제가 휴대전화로 물건을 주문하면 절반 이상이 다음 날 아침에 집 앞에 전달됩니다. 이런 물류 체계는 차량 생산, 정비, 주유소 등 복합적인 능력으로 결정되는데 북한은 절대 그렇게 될 수가 없습니다.
자, 이렇게 닭고기 하나만 놓고 봐도 북한은 인민이 닭 공장에서 생산된 닭고기를 먹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김정은이 아무리 닭공장 많이 만들라고 해도 기본이 안 된 상태에선 그건 의미 없는 행사용에 불과할 뿐입니다. 김정은은 과연 이런 현실을 이해는 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