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자력갱생의 망상에서 벗어나야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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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의 서울살이] 자력갱생의 망상에서 벗어나야 북한이 지난 5일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평양시 궐기대회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곧 음력설이고, 이제는 정말 새해 2023년이 됩니다. 2023년은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합니다. 60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검은 토끼의 해에는 역사를 봐도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고 무난했던 것 같습니다.

 

김정은도 올해 뭘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쓸데없는 걸로 인민들 또 고생시킬 것인데, 지난해 전원회의에서 경제 분야 성과와 목표는 밝히지 못한 채 다시 과거로 돌아가 1960~70년대처럼 자력갱생을 해야 한다거나 패배주의나 기술신비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외치는 걸 보니 제가 다 화가 났습니다.

 

저도 지겨운데, 여러분들은 오죽이나 지겹겠습니까. 반 세기째 자력갱생 타령입니다. 이런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김정은 집권 초기에 컴퓨터수치제어화 즉 CNC를 한다며 얼마나 자랑했습니까. 그런데 컴퓨터도 못 만드는 나라에서 컴퓨터수치제어화가 가능하겠습니까. 컴퓨터는 고사하고 반도체 소자도 못 만들고 있고, 가장 기초적인 전기도 없죠.

 

‘돌파하라 최첨단을이란 노래까지 만들어 떠들었지만 몇 년 안돼 쑥 들어갔습니다. 제가 볼 때 북한은 기술에 있어 조선 왕조시대와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기술은 고사하고 먹을 것도 없고, 전기도 없고, 땔 것도 없는 암흑의 원시적 환경에서 최첨단을 돌파한다니 이 무슨 허황된 망상입니까.

 

자력갱생과 기술신비주의 극복은 전 세계의 흐름과도 반대되는 구호입니다.

 

과거에도 늘 자력갱생을 외치며 전 세계와 반대되는 길을 걸어왔는데 올해도 완전히 돈키호테 같은 구호를 내걸고 또 인민을 잘못된 방향으로 가라고 채찍질 합니다. 산에 가야 하는데 바다로 가는 겁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도 자력갱생 못합니다. 아니, 안합니다.

 

김정은의 자력갱생과 기술신비주의 극복이 얼마나 허황된 이야기인지 사례를 들어 볼까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은 미국의 애플이란 기업입니다. 타치폰(스마트폰)을 최초로 만들어낸 기업인데, 작년에 애플의 시장가치는 3조 달러를 넘겼습니다. 이는 국내총생산 즉 GDP 순위로 따졌을 때 세계 8, 프랑스와 비슷한 액수입니다. 북한은 100년 동안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다 모아도 애플을 못삽니다.

 

그럼 이렇게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연 애플은 자력갱생을 하고 기술신비주의를 극복했을까요. 아니요. 오히려 이런 기업일수록 자력갱생은 죽음의 길임을 잘 알아서 전 세계 분업화로 먹고 삽니다.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뒷면을 보면디자인은 캘리포니아, 제조는 중국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제품은 미국산일까요. 중국산일까요.

 

둘 다 아닙니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각 부품 총원가는 180달러 정도 되는데, 이런 부품들은 다양한 나라들이 생산합니다.

 

아이폰 제조원가 중 34%는 일본산, 17%는 독일산, 13%는 한국산이고, 중국은 조립만 하기 때문에 총부가 가치 중 작은 부분, 3.6%의 이윤만 차지했습니다. 생산은 중국에서 했는데 중국이 남겨먹는 몫이 제일 작죠.

 

미국의 애플 본사는 제품 설계, 내부 프로그램, 광고 등을 담당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아이폰은 중국산도 미국산도 아닌 지구산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도 스마트폰의 50%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합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매년 수 억 대의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경쟁자입니다. 그렇지만 애플은 자기 휴대전화의 액정을 삼성전자에서 공급받습니다. 왜냐, 삼성제품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세계는 각 나라들이 잘하는 분야를 특화해 발전시키고 이에 의존해 먹고 사는 방향으로 진화합니다. 혼자서 다 생산하는 자력갱생 같은 소리를 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는데, 자력갱생으로 먹고 산다는 나라도 북한이 유일합니다. 그래서 먹고 살았습니까.

 

이런 분업화의 역사는 아주 오래됐습니다. 신석기 시대에 남자들은 사냥을 하고, 여자들은 채집을 했던 것이 대표적이죠. 산업화 이후 직업이 분화되고, 작업에서도 분화가 나타났습니다. 이게 생산효율이 최고로 높아지는 방법입니다.

 

가령 자동차를 실례로 들어 본다면 여기에 수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의자 만드는 회사는 전문 의자만 만들고, 전조등 만드는 회사는 전문 전조등만 만들고 이걸 가져다 조립하는 곳에선 전문 조립만 합니다. 어느 공장 하나가 생산부터 제조까지 다 하려면 생산대수가 10분의 1 이하로 떨어질 겁니다.

 

지금 지구는 모든 제품에 있어 이런 분업화가 최고로 정교화 돼 있습니다.

 

회로 설계 기술이 뛰어난 미국은 전문 앉아서 회로 설계를 하고, 이걸 반도체 생산이 강한 한국에 생산을 주문하고, 이런 반도체 수백, 수천 개를 결합해 중국이 제품을 만들고 이런 식으로 나눠지는 겁니다.

 

김정은이 자력갱생 아무리 외쳐도 자기 힘으로 만들 수 있는 게 몇이나 있습니까. 현대 제품은 수천, 수만 개의 정밀 부품으로 결합돼 만들어지는데, 그중 북한이 한 개라도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요.

 

기술이 있어도 전기가 언제 끊길지 모르는데 어떻게 고급 제품이 나옵니까. 고급 제품은 전압에도 매우 민감합니다.

 

김정일이 삼성, 현대 등 한국 대기업을 그렇게 유치하고 싶어 했지만 한국 기업들이 들어가지 않았죠. 언제 정전이 될지도 모르고, 언제 남북관계가 악화돼 제품 반출이 안 될지도 모르고, 위험요소가 너무 많죠. 수천 개의 부품이 각 나라에서 생산돼 결합되는데, 북한에서 부품 한두 개라도 만들다가 중단되면 세계 생산이 멎습니다.

 

북한은 머리 나쁜데다, 무지한 지도자와 간부들을 만나 인민들만 고생입니다. 이런 시대가 빨리 끝나야 할 텐데 말입니다.

 

참고로 지난번 검은 토끼해인 1963년에 세계를 흔든 가장 큰 사건은 미국 케네디 대통령 암살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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