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격술과 세계의 무술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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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격투기 강사 쉬샤오둥(오른쪽)에게 일방적으로 패배한 중국 무술가 톈예.
이종격투기 강사 쉬샤오둥(오른쪽)에게 일방적으로 패배한 중국 무술가 톈예.
SCMP 캡처, 자료출처: 유튜브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중국 무술이라는 좀 이색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북한에서 살 때 저는 무술영화를 많이 봤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중국 무술 영화에 푹 빠져 살았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겁니다. 성룡, 이연걸은 남쪽에 와보니 전 세계적인 유명 스타인데, 이들은 역시 북한에서도 유명하죠. 어렸을 때 폴리스스토리를 몰래 보고 황비홍이나 정무문 테이프를 보면서 마음이 설레었죠.

그런데 요새 이 중국 무술이 잘 해서가 아니라 너무 못해서 세계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 무술 고수라는 사람들이 가는데 마다 얻어터지고 있습니다. 중국 무술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림사 무술하면 세계는 물론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소림사 무술이 알고 보니 별로 대단치 않다는 말이죠.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중국에 종합격투기를 전문하는 쉬샤오둥이란 사람이 하나 있는데, 나이도 40살이 넘고 세계무대에 명함도 내밀 정도가 아닌 그냥 중국에서 좀 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중국 무술은 시대에 뒤떨어졌고 실전 가치도 없는 사기다. 내 말이 틀렸으면 무술한다는 사람들 다 덤벼봐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무술의 대가를 자처하는 사람이 나섰는데, 불과 14초 만에 나가 떨어졌습니다. 직접 보니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보듯이 학 자세를 취하면서, 거리를 재면서 아무튼 폼은 그럴 듯합니다. 하지만 시작종이 울리자마자 종합격투기 선수가 가서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리니 그냥 한대도 때리지 못하고 얻어맞다가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중국에서 무술 좀 한다는 사람들이 다 나서도 1년 넘게 이 40살 남자를 이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중국 재벌까지 나서서 중국 무술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며, 상금을 1000만 위안, 약 150만 달러를 내걸기까지 했습니다. 누구든 나서서 저 무술을 조롱하는 종합격투기 선수를 이기면 돈을 준다고 말입니다. 이달 16일에 또 무술의 대가를 자처하는 사람이 나섰는데 이것도 일방적인 경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무술인이란 사람이 계속 주먹을 날렸지만 격투기 선수는 귀찮다는 듯이 대충 맞아주다가 한 방씩 날리는데, 시작하자마자 무술인의 코뼈가 부러지고, 좀 있다 이젠 경기 끝내야겠다 싶은지 무릎으로 배를 때리니 무술인이 훌 나가 떨어졌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엄청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쉬샤오둥이 중국 무술을 조롱한 지 일 년이 지났지만, 아직 그를 꺾을 전통 무술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자기들끼리 웅성거립니다.

그런데 중국 무술이 세계에 나가서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것은 예전부터 증명됐습니다. 예전에도 소림사 고수라는 사람이 미국에서 열린 격투기 대회에 참가해 미군 해병대 출신 격투가에게 덤볐다가 그냥 상대가 되지 못하고 졌습니다. 그러니까 소림사에서 그 사람은 우리와 관련이 없다고 성명까지 냈지만, 아마 소림사 고수가 나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연걸이 나서서 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세계적으로 각 나라마다 다 각자의 무술이 있죠. 우리나라는 태권도고, 일본은 유도, 러시아는 쌈보, 그 외에도 브라질 주짓수, 태국의 킥복싱을 포함해 합기도 복싱 레슬링 등 다양합니다. 이중에서 어느 무술이 제일 강하냐고 하면 브라질 주짓수를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주짓수는 상대를 넘어뜨리고 관절을 꺾어 제압하는 것인데, 얼핏 보면 싸움하는 것이 유도나 레슬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무술이란 것이 어느 것이 확실히 세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뭘 하든 강하면 강한 거죠. 다만 요즘엔 종합 격투기라고 각 무술의 장점을 모아서 익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이 제일 강합니다. 무술이나 태권도는 요새 무시되는 분위기입니다. 중국 무술이나 태권도는 폼으로만 보면 겉보기엔 정말 화려합니다. 하지만 실전에 매우 약합니다. 왜냐면 이런 무술들은 자기들이 이걸 왜 배우는지도 모르고 동작만 부지런히 익힙니다. 그러다보니 실전에 쓸데없는 것을 배우느라 시간 낭비하는 겁니다.

반면에 요즘 대세인 종합격투기는 발전한 배경이 다릅니다. 그냥 태권도 선수와 유도 선수, 킥복싱 선수와 주짓수 선수 이런 식으로 붙어 계속 누가 강한가를 놓고 겨룹니다. 그렇게 싸워보면 바로 압니다. 어떤 기술이 실전에 쓸모가 있고, 어떤 기술은 쓸모가 없는지를 말입니다. 태권도처럼 발을 높이 들어 내리찍는 기술은 상대가 발을 공격하면 오히려 위험한 기술입니다.

이렇게 계속 겨루다보니 화려함은 다 사라집니다. 다리를 최대한 적게 들어 상대 장딴지와 허벅지를 힘껏 차는 것이 나를 방어하면서 공격하는데 훨씬 유용합니다. 격투 대회를 보면 좀 때리다가 결국 땅바닥에서 개처럼 뒹굴면서 상대 관절을 꺾고 항복을 받아내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격술이란 것은 이렇게 계속 서로 다른 무술끼리 겨루고, 필요없는 동작은 제거하고, 필요한 기술은 남의 것도 갖다가 배워야 발전합니다. 그런데 중국도 그렇고 북한도 그렇고, 무술이니 격술이니 태권도니 모두 어디다 쓸지도 모르고 폼 멋있게 하는데 시간 다 팝니다. 이런 무술은 세상에 나와 겨뤄보면 금방 약점이 노출돼 아무짝에도 쓸모없습니다.

무술만 그런 게 아닙니다. 얼마 전 북한 축구가 아시아경기대회에 나와 사우디에게 4대 0으로 지더니 카타르에게 6대 0으로 지고 마지막 레바논전에선 4대 1로 졌습니다. 북한 축구가 언제 저리 됐나 정말 처참했습니다.

무술도 그렇고, 축구도 그렇고, 꽁꽁 갇혀서 울타리를 쳐놓고 자기 혼자 훈련하고, 자기들끼리 잘한다, 멋있다 해봐야 결국은 세계무대에 나오면 큰 망신만 당합니다. 이런 수모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하나입니다. 문을 열고 나와 교류하고, 배우고 해야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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