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러시아에 빌붙는 김정은의 선택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4.02.16
[주성하의 서울살이] 러시아에 빌붙는 김정은의 선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치올코프스키 외곽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AP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음력설도 지나서 2024년 갑진년, 푸른 용의 해가 시작됐습니다. 갑진년은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정변이 많이 일어나 기득권 세력이 교체됐던 해라고 합니다. 용은 변화무쌍한 변화를 상징하는데, 1280년대에 작성된삼국유사에 보면 신라의 황룡사에 구층탑을 세우면 이웃 나라의 항복을 받을 것이라는 예언에 따라 탑을 세웠는데 이후 머지않아 삼국이 통일되었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그것처럼 용의 해인 올해 북한의 독재 정권이 무너지고 통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인다면 북한은 역사를 거의 배워주지 않아 삼국유사가 뭔지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데, 이 책은 신라와 백제, 고구려 역사를 쓴 국보입니다.

 

새해 첫 번째 방송에서 저는 올해 북한에 어떤 앞길이 예고돼 있는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여러분들도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알고 있어야지, 북한 당국의 선전만 믿다 보면 정신적으로도 노예로 길들여지게 될 것입니다.

 

올해 김정은이 한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끝내고 김주애로 이어지는 자신의 왕조를 영원히 이어가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음을 여러분들도 잘 알 것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파탄 낸 것은 비단 남북 관계뿐만이 아닙니다. 북한은 올해부터 생존전략을 완전히 다시 짰다고 보이는데, 남북 관계 파탄은 그 정책의 연장선입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이를 보려면 역사를 좀 거슬러 올라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1991년 소련이 붕괴하기 전까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양다리 외교로 생존을 도모했습니다. 어떤 때는 소련에 붙고, 어떤 때는 중국에 붙어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내세워 살았습니다. 그런데 소련이 붕괴돼 중국밖에 편이 없게 되니 아주 난감하게 됐습니다. 김일성은 중국을 전혀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한 곳에 빌붙어 봐야 정치, 경제적으로 예속을 당할 수밖에 없으니 이때부터 북한의 생존전략을 바꾸었습니다. 즉 미국에 붙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한은 미국과의 수교를 목표로 계속 구애를 펼쳤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말을 잘 듣지 않자 핵도 만들고, 카터 전 대통령도 불러들이고, 제네바 회담도 여는 등 나름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그 결과 2000 10월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수교에 매우 근접하게 갔습니다. 여러분들은 김정일이 위대해서 미국이 손을 들고 항복했다고 배웠지만, 미국이 왜 북한처럼 보잘것없는 나라에 손을 듭니까.

 

그런데 북한의 시도가 거의 먹히던 즈음에 미국은 부시 대통령으로의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9.11테러까지 터지면서 미국의 관심이 중동으로 옮겨갔습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 아프간 전쟁 등을 했고 이어 알카에다, IS와 같은 잔인한 테러 단체와도 싸우느라 북한에 관심을 둘 겨를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런 문제들이 다 정리돼 한숨 돌린 뒤에 다시 북한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회담이 열리기 전 김정은은 기고만장했죠.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노동신문에 싱가포르 사진들로 도배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도전은 실패했고, 하노이 회담에서 아무런 대가도 얻지 못했습니다. 정상회담을 전후로 수많은 실무급 회담도 열렸는데, 이 회담에 나온 북한 외무성 관료들은 미국 대표단에당신들은 악의 축이라고 하던 이란과 쿠바와도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었는데, 왜 우린 맺어주지 않냐. 우리가 미국과 수교하면 미국의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가 되겠다이런 말까지 했습니다. 즉 친미 행보도 서슴없이 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대답은 너희들은 이란, 쿠바와 달리 핵이 있지 않냐. 일단 핵부터 폐기하고 이야기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수교에 목을 맨 것은, 미국이 승인해야 북한에 대한 제재가 풀리고 국제무대에 진출해 그나마 잘 살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핵무기 개발 때문에 제재를 받는 한 북한의 미래는 파멸이 예고돼 있을 뿐임을 본인들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이후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을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올해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열립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또 나왔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연말 미국 대통령 선거는 트럼프 전 대통령 대 바이든 현 대통령의 승부가 될 것이고, 현재론 트럼프의 승리가 좀 더 유력합니다.

 

그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공화당이 다시 권력을 잡으면 김정은은 다시 북미회담이 나올 수 있을까요. 제가 볼 때는 안 나온다고 봅니다.

 

지금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다시 독재 국가 진영과 민주주의 국가 진영의 구도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세 변화에 발을 맞추어 김정은은 러시아에 빌붙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즉 과거처럼 다시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양다리 외교를 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인민은 겨우 먹고 살 만큼 만들면 된다고 타산한 것입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과거엔 서방에 좀 잘 보이려 했지만,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지탄받고 고립되는 신세가 되자 김정은이라도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북한은 다시 국제무대로 나올 기회를 차버리고, 독재자의 친구가 되는 길을 택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결합은 꽤 오래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북한 인민에겐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입니다. 국제사회로 나와 잘 사는 나라들과 교류를 해야 북한이 발전할 수 있는데, 전쟁으로 피폐해지고, 한국보다도 국력이 떨어지는 러시아의 앞잡이로 살아야 얼마나 더 잘 살겠습니까. 김정은이 방향을 바꾸어 끌고 가는 북한의 미래가 너무나 암울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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