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허의 팽팽한 한반도 정세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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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뒷줄 오른쪽)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앞)이 지난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는 모습.
사진은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뒷줄 오른쪽)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앞)이 지난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새 정세가 기자인 저도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요동칩니다. 여러분들도 이 방송을 통해 많은 정보를 듣겠지만, 단편적인 정보로 큰 그림을 그리긴 쉽지 않을 듯해서 오늘은 요즘 판세 분석 한번 해볼까 합니다.

일단 현 상황에서 주인공은 북한, 한국, 미국, 3개 나라입니다. 북한 먼저 보면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후 내부 권력을 장악하는 게 제일 급했습니다. 장성택을 죽이고 세력 쳐내고, 군부를 계속 들볶고 물갈이시켜서 쿠데타 일으킬 여유를 주지 말아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밖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죠.

마침 한국의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보수 정권이라 친하게 지내야 얻어먹을 떡고물이 별로 없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남북관계 개선에도 신경을 쓰지 않고 문을 닫아걸고 내부 뚜드려 팼습니다. 또 문 잠근 김에 외부 눈치 보지 않고 대륙간탄도 핵미사일까지 완성해서 미국하고 흥정할 재산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지금까지 가진 것이 없어 늘 무시당했으니, 한미가 가장 두려워하는 핵미사일을 손에 넣고 종신 집권을 위한 큰 거래를 하겠다는 것이 김정은의 그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계획이 지난해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미국 사람들조차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줄 생각 못했으니, 김정은이 이를 예상했을 리는 만무합니다.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북한 문제에 누구보다 집착했습니다. 사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됐다면 또 그럭저럭 시간을 보냈겠지만, 트럼프는 하여튼 집착 하나는 대단합니다.

미국의 힘을 총동원해 중국을 압박해 대북 제재에 동참하게 만들었습니다. 중국을 움직이려면 미국도 잃을 게 많아서 전임 정권이 선뜻 못했던 것인데, 트럼프는 “그래 우리도 잃어 줄테니까 중국 너네도 손해 봐라. 누가 이기나 보자. 이렇게 나와도 북한 감싸고 돌래?” 이런 태도로 달라붙었습니다.

결국 중국이 손을 들었습니다. 아직까진 중국과 미국의 국력이 너무 차이가 크거든요. 결국 중국이 “알았다. 너네 원하는 대로 북한 조여 줄게”라고 항복한 것입니다. 중국은 북한의 3대 돈줄인 석탄과 수산물 수출, 의류임가공 거래를 끊고, 원유 지원도 대폭 줄였으며 자국에서 일하던 북한 근로자들 몽땅 돌려보냈습니다.

이번엔 김정은이 당황했습니다. 트럼프가 저렇게까지 강경할 줄은 몰랐거든요. 그런데 거의 완성단계에 이른 미국 타격이 가능한 핵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긴 너무 아깝고요. 그래서 김정은은 지난해 하반기 그야말로 미친듯이 핵미사일 실험을 했고, 작년 말에 국가 핵 무력의 완성을 부랴부랴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새해 신년사를 통해 핵미사일 완성 이후로 세워둔 ‘흥정’ 단계로 넘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는 대화 채널이 없으니 한국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판단해서 평창 올림픽에 대규모 대표단을 보내서 한국 눈에 들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이번에 올림픽 개막식에 여동생 김여정과 김영남까지 다 보내서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에 초대하니 와봐라”라고 초대 했습니다.

한국은 북한을 계속 몰아붙여봐야 전쟁이 터지면 미국이 손해봅니까, 어쨌든 한국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으니 가운데서 열심히 중재하려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을 설득하는게 제일 어렵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 만나 들어보고 미국에 “대화 한번 해보는 게 어떠냐”고 해도 미국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번 평창 올림픽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왔습니다. 그래서 한국이 열심히 가운데서 다리를 놓아서 청와대에서 펜스와 김여정, 김영남을 만나게끔 주선했습니다. 그런데 김여정이 2시간 앞두고 회담을 못 하겠다 이런 겁니다. 펜스 부통령이 김여정 만나기 전에 탈북자들을 만나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고, 천안함 폭침 현장을 방문해 북한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니, “아, 저런 사람 만나봐야 실속 없겠구나” 이렇게 판단하고 취소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급한 게 누굽니까. 바로 북한입니다. 더 버티면 고난의 행군 들어갑니다.

미국은 평창 올림픽 기간에도 해상봉쇄 수준의 사상 최고의 대북제재 조치를 또 발표했습니다. 계속 조이는 거죠. 트럼프는 “이 제재가 효력 없으면 우리는 매우 거친 2단계로 가야 할 것이고, 그럼 전 세계가 불행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2단계가 바로 북한 타격입니다. 전 세계가 불행해도 북핵은 무조건 없애겠다, 아님 김정은을 없앨 수도 있다 이런 뜻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트럼프가 말하니까 빈말처럼 들리지 않는 겁니다.

미국이 공격하면 북한은 하루 이틀도 못 버팁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급해서 이번 주 초에 김영철 통전부장을 또 급파해서 미국과 회담하겠다 이런 뜻을 한국에 전달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은 여전히 “누가 버티나 보자, 설마 미국이 지겠냐, 전쟁? 해볼테면 해보자” 이런 강경한 태도인데 다름 아닌 트럼프가 이렇게 나오니 김정은이 떨지 않을 수가 없죠. 자기가 언제 제거될지 모르니 더 까불기도 애매합니다. 한국은 전쟁 날까봐 급해서 중재를 하려고 하고 있고. 지금 여기까지가 현재 상황입니다.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북한이 항복할지, 미국이 더 조이다가 전쟁을 일으킬지, 아님 그냥 경제를 봉쇄해서 북한이 고난의 행군으로 갈지, 북한이 정 못 견뎌서 너 죽고 나죽고 하자고 나올지, 이 모든 게 가능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긴장한 상황은 2000년대 들어서 처음인데,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이 위기를 잘 넘기면 대단하다고 해줄텐데, 평생 흥정으로 잔뼈가 굵은 트럼프를 이길 것 같지 않습니다. 이번 달에 또 어떤 판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는데, 북한 인민들도 굶어죽지 않게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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