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아파트 가격 모두 내림세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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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
평양 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새 평양의 집값이 자고 나면 떨어진다는 말이 들립니다. 한 20년 동안 계속 올라가기만 했는데, 요샌 대북제재의 영향이 나타나면서 평양은 물론이고 지방까지 집값이 폭락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시작이고 앞으로 더 많이 떨어질 겁니다. 지금 집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재작년 8월 사상 유례없이 강력한 대북제재가 시작돼 북한의 3대 돈줄인 석탄, 해산물 수출이 막히고 의류임가공이 중단되면서 외화를 벌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달러나 위안화가 들어올 데가 없으니 점점 내부에서 외화가 고갈될 것입니다. 그럼 집을 살 수 있는 여력도 없지 않겠습니까? 돈이 없으면 당연히 나타나는 일입니다. 고난의 행군 때도 봤잖습니까? 지방에선 옥수수 몇 키로와 집이 거래가 되기도 했고, 도심에서 좀 벗어난 곳에선 먹을 것을 찾아 떠난 사람들이 비워둔 집이 가득했지만 거기에 들어가 사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앞으로 북한이 대북제재 속에서 계속 버틸수록 집값이 더 떨어질 겁니다. 그런데 올해 중에 대북제재가 풀릴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판단됩니다.

사실 정보가 돈이란 말을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제가 이 방송에서 그 돈이 되는 정보를 말씀드리면 지금은 절대 집을 사면 안 됩니다. 제재가 해제되기 전에는 계속 떨어질 겁니다. 나중에 집을 살 시기가 오면 제가 꼭 지금은 사도 된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대북방송을 듣는 분들이 그 정도 도움은 얻을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달러나 위안화를 들고 있으면 그걸 축내지 말고 최대한 오래 갖고 있다가 나중에 집값이 바닥을 쳤을 때 싸게 사는 것이 돈을 버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요샌 북한만큼은 아니지만, 남쪽도 집값이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남이나 북이나 사람이 집 한 채는 갖고 살겠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삶의 목표고, 집 장만하기 위해 아등바등 사는 것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수십 년 저축해서 집을 샀는데 집값이 폭락했다, 이러면 느끼는 심리도 비슷할 겁니다.

제가 서울에 와서 산 것이 2002년부터인데 그때는 집값이 지금보다 많이 쌌습니다. 지금의 한 3분의 1 가격쯤 됐던 것 같습니다.

올해 1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8억 1439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요즘 환율로 계산하면 서울에서 평균 가격의 아파트 하나 사려면 72만 달러 정도 된다는 뜻입니다. 엄청 비싸죠? 그런데 이게 평균이란 뜻입니다. 평양에서 제일 좋은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30만 달러 정도면 되지만, 서울에서 제일 좋은 아파트는 1000만 달러도 넘습니다. 평양의 평균 집값은 대략 2만 달러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빈손으로 서울 와서 돈을 벌기 시작했기 때문에 평균적인 아파트 살 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평균 미만의 아파트를 살 돈도 벌지 못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남쪽에 막 왔을 때 절대 집을 사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아파트 사려면 최소한 10년 넘게 허리띠를 조이며 저축을 해야 합니다. 저도 17년 서울에 살았으니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으면 샀겠죠. 유명 신문사 기자 월급이 그렇게 낮은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큰 꿈을 갖고 남쪽에 왔는데, 그깟 집 하나 사는데 매달려 인생을 허비하긴 싫다”고 말입니다. 그런 돈이 있으면 북한의 변화와 통일을 위한 유용한 일에 쓰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폭등할 때마다 이 결심을 계속 일관성있게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가령 몇 년 전 월세를 살던 집에서 주인이 계속 집을 좀 사주면 안 되겠냐고 사정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는 단호히 거절을 했습니다. 그때는 전체 집값이 70%를 은행에서 싼 금리로 빌려주던 때라 사려고 마음만 먹었으면 살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신념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그 집이 단 2년 만에 값이 두 배로 뛰었습니다. 2년 동안 몇 십만 달러를 벌 수 있는 기회를 날린 것이죠. 집 살 돈이 있으면 좋은 일에 쓰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왕이면 아파트 사놓고 몇 십만 달러 더 벌어 더 쓰면 더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거죠. 이렇게 합리화하면 집을 살 수도 있었는데, 어쨌든 결론적으로 저는 사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쓰린 일이 더 있겠지만 그래도 신념은 지키려 생각합니다.

헌데, 요즘 들어 서울시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면서 제 알찌근했던 마음도 좀 위안이 됩니다. 사실 재작년 6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1년 남짓한 기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무려 30%나 급등했습니다. 100만 달러 아파트가 130만 달러가 된 거죠.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각종 정책을 쏟아냈는데, 대출도 안 해주고, 팔 때 세금을 크게 부과하고, 갖고 있어도 세금도 올리고 이런 정책을 고강도로 폈습니다. 그러니 결국 지금은 집값이 하락기에 들어섰고 앞으로 3년은 계속 내릴 거라는 전망도 많습니다. 집값이 푹푹 떨어지니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서 요즘 남쪽의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습니다. 남쪽에는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봅니다. 인구가 5000만 명인데, 건설업에 직접적으로 종사하는 근로자 숫자는 160만 명에 이릅니다. 일인당 4인 가족으로 계산하면 약 640만 명이 건설업으로 먹고 살고, 여기에 임대업, 부동산업, 인테리어, 설비업 등 간접산업까지 고려하면 1000만 명 이상이 건설업과 연관돼 먹고 삽니다.

남쪽도 집값이 떨어져 고민이고, 북쪽 역시 집값이 너무 많이 떨어져 고민하는 한반도 현실입니다. 올해 북미관계가 좋아져서 여기서라도 볕이 들어야 하는데, 그것마저 우울하니 참 2019년의 시작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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