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종이 무인기 시대에 핵반격?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4.04.26
[주성하의 서울살이] 종이 무인기 시대에 핵반격? 북한이 '전승절'(6ㆍ25전쟁 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인 지난해 9월 27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9월 2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달 23일 김정은은 강동 인근에 있는 자기 특각 주변으로 초대형 방사포를 불러와핵반격 가상 종합전술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멀리 움직이기도 싫어서 그냥 특각에서 놀다가 포병 부대 불러와 발사하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

 

훈련 제목으로 보아 핵공격을 받으면 반격하는 훈련이라는 것인데, 정말 시대착오적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은 핵무기를 몇 천 기씩 갖고 있는 강대국들도 핵무기 공격 훈련이라는 것을 하지 않습니다. 핵무기는 있는 것 자체가 무서운 것입니다. 한 발이라도 쏘는 순간 핵전쟁으로 공멸하겠는데, 언제 종합이니 전술이니 따지고 있겠습니까.

 

그리고 김정은이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이 북한 같은 곳엔 핵무기를 쏘지도 않습니다. 굳이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전력 차이가 비교도 되지 않는데 왜 핵무기를 씁니까.

 

북한군의 육해공 장비들은 모두 고물이어서 실전에선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전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전쟁도 북한을 상대로는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김정은 하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다. 김정은만 죽으면 북한은 붕괴가 되겠죠. 전쟁할 필요가 없이 김정은 제거만 하면 전쟁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낳는데, 문제는 그게 전쟁하는 것보다 수천 배 간단하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솔직히 남조선이나 일본의 어느 대학생이 마음만 먹으면 김정은에 대한 테러를 저지를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김정은은 이런 시대적 환경 변화에나 빨리 눈을 떠서, 핵전쟁을 상상하는 시간에 내가 어떻게 하면 공격표적이 되지 않을지 그런 것에나 신경을 쓸 때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제가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2년 넘게 하고 있는 것은 여러분들도 아실 겁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이지만, 전쟁으로 매년 수십 만 명의 전사자가 나와도 우크라이나를 향해 핵을 쏘지 못합니다. 핵은 그만큼 쓰는 순간 자기도 죽는 자살용 무기이기 때문이죠.

 

초기 러시아는 기존의 전쟁 교본대로 압도적인 기계화 부대와 공군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그런데 국경에서 불과 90㎞ 떨어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도 점령하지 못하고 지금 2년째 참호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전히 기계화 부대와 포병, 미사일 전력, 공군력 등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압도합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이에 대응해 드론 전력을 효과적으로 운용해 러시아 기계화 부대와 포병의 우세를 막아냅니다.

 

드론이란 것은 무인기를 말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요즘 무인기가 전쟁의 대세가 됐습니다.

 

지금까지 러시아군은 2900여대의 땅크 손실을 봤는데, 이 땅크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무인기입니다.

 

전차는 방어선을 돌파하려면 적의 로켓과 전차포를 방어해야 하는데, 그러니 전면부가 매우 두꺼운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반면에 전차 윗부분과 후방 발동기실 덮개는 취약한데, 무인기는 날아가서 정확히 이런 취약한 부분에 폭탄을 떨굽니다. 최신 땅크 한 대는 수백 만, 수천 만 달러에 이르는데, 이런 무인기의 가격은 불과 500달러 정도면 충분합니다.

 

폭탄을 매단 500달러짜리 무인기가 500만 달러짜리 땅크를 폭파시키는 장면은 수없이 전 세계에 중계가 됐습니다.

 

전쟁이 계속 될수록 수많은 종류의 자폭 무인기가 계속 쏟아지는데, 요즘엔 비닐관에 나무 판대기로 동체를 만들고, 중국산 저가 발동기와 휘발유를 담은 5리터짜리 비닐통 4개로 움직이는 무인기가 또 쏟아집니다. 이건 위치 추적기도 있어서 수㎏짜리 폭탄을 달고 무려 300㎞나 날아갑니다. 재료를 주변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고, 구조도 단순해서 2명이서 이런 무인기를 하루에 20대나 만들 수 있고, 대당 가격은 1만 달러입니다.

 

그런데 최근엔 이것보다 한 수 더 뜬 무인기도 나왔습니다. 작년 8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100㎞나 떨어진 러시아 군용비행장이 원인 모를 공격을 당해 미그 29 1, 수호이 30 4, 미사일 발사대와 반항공 기지들이 파괴됐습니다. 비행기 한 대에 수천 만 달러씩 하는 것들이라 피해 규모가 1억 달러가 훨씬 넘었죠.

 

그런데 이 비행장을 공격한 것이 나중에 알고 보니 종이 비행기들이었습니다. 종이 상자에 쓰는 마분지를 주재료로 만들고 3㎏짜리 폭탄을 매달고 시속 최대 120㎞로 날아가는데, 생산단가는 500달러 정도입니다.

 

이런 무인기는 종이이고, 소리도 없어 발각이 되지 않고, 무게도 가벼워서 사람이 접어서 배낭에 메고 다닐 수 있습니다.

 

요즘 한국 기업들도 소리없이 날아가서 폭탄을 투하하는 무인기를 적극 만들고 있습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합니까. 물론 이런 전쟁 양상이 북한에도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돈이 없어 비싼 무기도 만들지 못하는데, 종이 무인기를 만들어 공격할 수 있다니 얼마나 호재입니까. 하지만 한편으론 이것이 북한에겐 더 치명적입니다.

 

앞서 말한 종이 무인기는 중국 단둥에서 띄우면 김일성광장 주석단에 3㎏짜리 폭탄을 투하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람이 이틀 일하면 벌 수 있는 단돈 500달러로 말입니다. 작아서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없고,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습니다.

 

김정은이 요즘 맨날 야간 열병식 좋아하는데, 누군가 그 열병식장에 이런 단순한 폭탄 무인기 10대만 날렸다고 상상해보십시오. 일본에는 오타쿠라고 불리는, 자기 전공에 몰입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이런 사람들이 동해를 가로질러 원산 별장에 폭탄을 투하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잘못하면 한반도 전쟁을 일본의 어느 학생이 일으킬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세상이 무섭게 바뀌는데 김정은은 2차 세계대전 때에나 맹활약한 방사포에 매달려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습니다. 정말 우물 안 개구리의 한계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양성원,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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