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4월 1일에 북에서 온라인 쇼핑몰 '옥류'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쇼핑몰을 북에선 뭐라고 하나요. 인터네트 상점이라고 하나요. 아무튼 스마트폰의 '옥류'앱을 통해서도 자기가 원하는 상품을 검색해서 전자카드로 검색하면 원하는 물건을 배달받을 수 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자랑을 하더라고요.
해당화관, 창전해맞이식당, 금성식료공장 이런 식당과 공장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원하는 물건을 사는 모습도 보여주고요.
정말 이런 온라인 쇼핑몰이 제대로 운영만 된다면 서울에 사는 저랑 사는 방식이 큰 틀에선 같네요. 저도 온라인에서 물건을 자주 사는데, 가령 컴퓨터를 사겠다고 원하는 사양을 치면 수백, 수천 개의 컴퓨터가 가격이 낮은 순부터 쫙 뜹니다. 이중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골라서 사면 2~3일이면 집에 배달돼 옵니다.
모든 물건을 이렇게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데, 한국 내에서만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상에선 나라와 지역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물건을 검색해 삽니다. 물론 배송비가 많이 들고 배달 기간이 오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외국 물건을 구매하면 정말 눅은 물건을 살 수도 있고, 또 그 나라에 가지 않고선 먹을 수 없는 귀한 식품도 집에 앉아서 해외 항공 배송을 받아먹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북한의 온라인 쇼핑몰은 고를 수 있는 종류는 사실상 먹거리나 옷 몇 가지 정도로 손에 꼽을 정도고, 또 국내에서만 살 수 있기 때문에 남쪽의 온라인 쇼핑과 비교조차 할 수가 없지요.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겠습니까. 하다보면 점점 좋아지겠죠.
물론 북에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200만 명 남짓이니 인구 비율로 따지면 많지는 않고, 또 전자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보다 더 적겠죠. 그러니 온라인 쇼핑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부자들이나 가능하겠죠. 그러면 지방에는 배달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평양에서 부자들 속에서만 주문해 먹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해 봅니다. 물류 체계가 발전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하나하나 따로따로 배송해 주려면 차는 몰라도 오토바이나 삼륜차는 써야 되겠죠. 그럼 배송비가 엄청 비싸게 될 것 같습니다.
북한 매체를 보면 광명망을 통해 크림빵을 주문하는 장면을 시연하고 이를 보도했습니다. 크림빵 같은 것은 배송비가 더 비쌀 것 같은데, 제대로 가긴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보니 갑자기 예전에 북에서 나진 선봉을 개방도시로 만든다고 선포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냥 만들기만 하고는 25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별로 실효성은 없죠. 옥류 홈페이지도 그냥 최신 기술을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고 만들어봤다가 별로 잘 안돼서 흐지부지 없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북에서 이런 일이 어디 한두 번입니까. 늘 익숙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궁금한 것이 참 많습니다. 배달은 제대로 되는지, 배송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배달비는 얼마인지, 지방에서도 시킬 수 있는지, 결제 보안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아무튼 묻고 싶은 것이 정말 많습니다. 배송하다가 물건을 도둑질 당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도둑질 당했다고 하면 물건 배달한 곳에서 다시 보내주는 걸까요. 또 도둑질 당했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하죠. 직접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확인할까요. 그럼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될텐데요. 전자카드는 항상 결제가 잘 될까요. 누가 훔친 전자카드를 도용해 물건을 사면 이를 어떻게 검증하고 보상할까요.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은 어떻게 할까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시비가 붙으면 중재는 어떻게 하고 판결은 어떻게 내리는가요.
저 같은 문외한이 대충 떠오르는 질문만 적어놓았는데도, 문제점이 엄청 많군요. 아무래도 북한의 형편에서 온라인 쇼핑몰은 이도 안난 아이가 콩밥부터 먹겠다는 격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정은이 현대적 기술을 널리 받아들이라고 해서 쇼핑몰도 만든 것 같기도 한데, 실제 해보니 머리 아픈 문제가 산더미처럼 줄줄이 꿰어져 나와 지금 몹시 골치가 아플 것 같습니다.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지만, 온라인 홈쇼핑과 같은 상거래 관계를 만드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 이건 법이 바로 서 있고, 신뢰가 형성돼 있어야 하며, 더 중요하게는 기본적인 시장경제적 토대가 구성돼야 성공할 수 있는 일입니다.
베트남이 북한보다 훨씬 발전했는데, 이 나라도 온라인 쇼핑몰은 막 걸음마 단계입니다. 수도 하노이밖에 배달이 안 되는데, 티비를 보고 물건을 사면 방송국에 직접 찾으려 간답니다. 시장경제를 도입한지 30년이 넘었는데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는 온라인 쇼핑몰을 도입하려는 북한의 시도를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게라도 해봐야 문제점이 무엇인지 보안해서 고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과정을 통해서 사기를 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물건을 받으려면 신뢰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될 테니까요. 김정은이 온라인 쇼핑몰은 앞으로 꼭 챙기고 잘되게 계속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나저나 이왕 쇼핑몰을 만드는 김에 해외 배달을 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만들면 어떨까 싶네요. 인삼술이라든가, 산삼이라든가, 아무튼 그러루한 북한 특산물을 직접 파는 겁니다. 물론 이것도 북에서 직접 보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니까. 물건을 대량으로 중국에 갖다 놓고 거기서 외국에 배송해 주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외 배달 쇼핑몰을 만들어놓고 사기를 친다면 이건 북한의 명예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돼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해외 쇼핑몰은 북한 국가 기관이 직접 나서서 보증해야 할 겁니다. 그런 사이트가 생기면 저도 평양냉면이랑 인삼술이랑 사고 싶습니다. 머지않아 그런 날이 오리라고 한번 믿어 보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