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2주 전 방송에서 북한이 비료공장 흑연전극 하나 못 만들면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정찰위성은 제대로 만들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아닐세라 31일에 발사한 정찰위성은 2단 발동기가 고장 나 서해에 추락했습니다. 한국 해군은 바다에 떨어진 북한 미사일 잔해까지 수거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제가 바다에 떨어진 로켓 동체를 보니 참 기가 막혔습니다. 그래도 위성 로켓인데, 용접한 부위 수준을 보니 너무 조악했습니다. 로켓 몸통을 손으로 용접해 만든 것 같았습니다. 그런 것을 만들면서 김여정은 작년 12월에 “우리가 언제 하겠다고 한 것을 못한 것이 있는가”라며 큰소리를 치고, 올해 4월까지 정찰위성을 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결국 그 약속 날짜를 지키지도 못했고, 나름 체면도 있고 해서 부랴부랴 5월 말에 쐈지만 이마저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그랬죠. 과학기술 분야는 아무리 김정은이 쏴 죽이겠다고 협박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요즘 나라 일은 내팽개치고, 오직 위성 발사에 모든 체면을 건 김정은이 위성 발사가 실패해 자기가 망신했다고 또 과학자들을 숙청하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실패했다고 숙청하면 누가 무서워서 위성을 만들겠습니까.
아무튼 저번에 김정은이 위성발사센터에 가서 봤다며 사진과 함께 공개했던 정찰위성 부품들은 다 서해바다에 수장됐습니다. 그게 돈으로 따지면 아마 못해도 몇천만 달러는 될 건데, 북한 주민들이 최소 보름은 먹을 수 있는 식량을 바다에 내다 버린 꼴이 됐습니다.
북한은 최근 몇 년 동안 나름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한다고 뭘 열심히 쏴 올렸습니다. 그런데도 이번 위성은 아주 초보적인 1단과 2단 분리 과정도 성공시키지 못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게 바로 수제품의 한계입니다. 대량생산을 해야 부품을 항상 딱 규격에 맞게 만들 것인데, 탄두도 쏠래, 위성도 쏠래 하다 보니 대량 생산이 어렵죠. 수제품은 완성도가 일정하지 못하고 품질이 들쑥날쑥한 법입니다.
항상 똑같은 품질의 부품을 만들어 내려면 대규모 생산이 가능한 공장이 수백 개는 필요한데, 북한은 로켓 몇 개를 만들겠다고 수십만 개나 되는 부품을 다 만드는 공장을 건설할 수는 없는 겁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세계 많은 나라들이 위성을 독자적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설마 다른 나라들이 북한보다 과학기술 수준이 떨어져 그럴까요. 흑연전극을 비유로 들었지만, 그것보다 더 간단하게 비유한다면 라이터돌이나 안경 같은 것도 제대로 못 만드는 북한보다야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고, 특히 전자제품 분야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 한국도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로켓 개발에 12년 3개월이나 바쳤습니다. 그리고 지난달에 국산 발사체 ‘누리호’가 처음으로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켰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1톤 이상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는 7번째 국가가 됐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성공하면 8번째 국가가 될 것인데, 실패했죠.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이 제작한 발사체도 100% 한국 부품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강대국임에도 압력 온도 센서 등은 다른 나라에서 사왔습니다.
인공위성 발사체는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또 다른 성격의 로켓입니다. 정확한 고도에서 정확한 힘으로, 정확한 각도로 위성을 분리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훨씬 정교하고 복잡하죠.
얼마나 복잡한지 간단히 설명하면,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데 부품이 2만 개 들어가고, 항공기 한 대에 부품이 20만 개가 들어간다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는 부품이 무려 37만 개나 들어갔습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차도 있고, 세계 8번째로 초음속 전투기도 개발한 나라지만, 위성 발사 로켓은 12년 넘게 걸려 지난달에 마침내 완성했습니다.
로켓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데 참여한 기업은 300개가 넘습니다. 위성 발사 로켓은 이렇게 엄청난 일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승용차도 자체로 만들지 못하고, 항공기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데, 그 어려운 위성 발사 로켓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위성 발사에서 실패는 당연히 있는 일입니다. 기술 강국의 대열에 오른 한국도 위성 발사체 엔진, 즉 발동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계속 설비와 엔진이 폭발했습니다. 엔진 설계만 20번 넘게 바꾸어야 했습니다. 엔진 연소 실험은 184번 해서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어떻습니까. 발동기 연소 실험 어쩌다 한번 하고는 성공했다고 신문에 대서특필하며 자랑합니다. 저는 북한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이든, 위성 발사 로켓이든 어쨌든 결과물을 만들어 낸 북한 과학자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봅니다. 한국보다 열 배 넘게 더 어려운 환경일건 데 저렇게 하늘에 날려 보내는 것을 보면 역시 우리 민족은 머리가 참 좋은 한민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들지 못하면 김정은이 숙청하니 목숨 걸고 만들어서 그럴까요. 하지만 목숨을 내걸어도 안 되는 일은 꼭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왜 그렇게 위성 발사에 정신이 빠져 있는 걸까요. 한국은 잘 사는 나라고, 뭐든 만드는 곳이니 위성도 꼭 필요한데 밥 먹기도 힘든 북한이 위성을 해서 어디다 쓰려고 저 비싼 돈을 날려 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밥도 있고, 고깃국도 있으면 맛있는 다양한 반찬이 필요한 법이지만, 북한처럼 밥도 없어 배를 곯는 나라에서 비싼 철갑상어알 요리 반찬 만들겠다고 밑천을 다 털어내면 정신 나간 짓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은이 하루빨리 제정신을 차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