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김정은은 언제 국경봉쇄를 풀까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3.06.09
[주성하의 서울살이] 김정은은 언제 국경봉쇄를 풀까 지난 2021년 북·중 접경 랴오닝성 단둥의 기차역에 '서포' 등 북한 지명이 적힌 빈 화물 열차 칸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요즘 중국 대련과 단동항에는 안남미 등 식량 포대들이 잔뜩 쌓여있다고 합니다. 식량을 주문한 북한이 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배에 선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난해 10월부터 북한은 많은 식량을 중국에서 사가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북한의 식량 수입액은 6,723만 달러로 월 평균 1,120만 달러로 집계됩니다. 코로나 이전인 2018년 한 해 동안 식량 수입액이 2,260만 달러였음을 감안하면 내부 식량 사정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4월부터 식량 수입이 급감하기 시작했습니다. 4월 식량 수입액은 585만 달러로, 3 2,176만 달러에 비해 73%나 급락했고, 5월부터 식량이 항구에 묶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내부 식량 사정이 좋아진 것도 아닙니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최근 북한의 식량 가격은 최근 5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쌀값은 6,000원에 근접하고, 강냉이 가격도 3,000원에 접근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일반 사람들의 주식인 옥수수는 코로나 이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싸졌는데 쌀을 살 돈이 없어 강냉이로 몰리니, 강냉이 시장 가격이 쌀보다 더 큰 비율로 뛴 것이죠. 이렇게 쌀값이 오르는 것과 비례해 굶주리는 가정과 꽃제비도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식량 사정이 좋지 않으면 외부에서 사오는 양이 더 많아야 정상인데 주문했던 식량도 대금을 치르지 못한다는 것은 북한의 외화가 고갈된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외화가 없으면 북한의 선택은 두 가지인데 빚지거나 뭘 팔아 버는 것입니다. 북한은 빚지는 데는 선수입니다.

 

작년 10월부터 무역이 재개된 이래 북한은 매달 1억 달러 넘는 대중 무역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매달 1억 달러 넘게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적자는 곧 빚을 의미하죠.

 

올해 1~4월에만 월 평균 무역적자는 약 13,000만 달러였습니다. 북한은 늘 중국에 빚을 지고 살고 있는데, 해가 가면서 점점 빚 액수는 늘어납니다.

 

북중 무역 자료가 공개되기 시작한 1998년부터 올해 4월까지 북한의 대중 무역 누적 적자액은 1938,068만 달러나 됩니다.

 

그런데 빚지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빚 갚을 능력도 되지 않는 북한에 중국이 돈을 주는 것은 체제가 무너지지 말라고 지원하는 성격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북한이 잘 살 정도로 무작정 퍼주진 않습니다. 중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많은 아사자가 나올 때도 쌀을 지원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중국이 허용하는 적자 범위를 넘어서면 돈을 주고 사와야 합니다.

 

2017년 유엔의 대북제재로 북한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던 광물, 수산물, 섬유제품 수출이 금지된 뒤 북한이 외화를 벌 방법은 극히 제한됐습니다. 3월 북한의 대중 수출액은 2,055만 달러였는데, 이중 가발과 인조 속눈썹 제품이 796만 달러로 39%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식량 사올 돈도 없으면서 김정은은 요즘 정찰위성을 여러 개 쏘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정찰위성 발사에는 막대한 돈이 듭니다. 한국이 내년까지 정찰위성 5기를 발사하는데 들이는 예산은 약 10억 달러입니다. 북한은 인건비가 공짜이긴 하지만, 반도체 등 위성 발사에 드는 거의 모든 부품을 사와야 합니다. 이건 속눈썹 따위나 팔아서 충당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그러면 이런데 쓰는 돈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공식 무역통계에 잡히지 않는 북한의 비자금이 따로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중국에 머무는 인력입니다. 근로자의 경우 유엔 제재 이후 상당수 귀국했고, 남아있는 사람들도 1인당 상납액이 크진 않습니다.

 

하지만 정보기술 종사자들은 얘기가 다릅니다. 현재 중국에 얼마나 많은 북한 컴퓨터 기술자들이 활동 중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수천 명 이상인 것은 확실합니다. 2017년 과거 조선컴퓨터센터로 불렸던 313총국이 중국에서 1,000만 달러를 벌어 당 자금으로 바치자 김정은은 노동당과 무력부, 보안성, 보위성 등의 각급 내각 기관도 중국에 컴퓨터 인력을 파견해 돈을 벌어올 것을 요구했습니다. 결과 코로나 직전에 기존보다 5~6배나 많은 정보기술 종사자들이 중국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들은 5~7명 규모로 중국 대도시 아파트에 은신해 활동합니다.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몇 년 동안 감옥 생활 하듯 갇혀서 해킹과 가상화폐 탈취 등 온갖 불법 활동을 강요받으며, 이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 김정은의 비자금 주머니로 송금합니다.

 

지난해 5월부터 북한 내에서 코로나가 대유행해 더는 강력 봉쇄를 할 필요가 없음에도 김정은은 지금까지 일년 넘게 해외 교류를 차단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는 구실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정보기술로 벌어들이는 돈줄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중국의 북한 정보기술 인력은 지금은 모두 체류 기간이 만료돼 국경 봉쇄가 풀리면 전부 귀국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을 파악하고 있는 중국이 귀국했던 인력들을 다시 받아줄 지는 미지수입니다. 김정은에겐 국경 봉쇄 해제는 가장 큰 돈줄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쌀 사올 돈도 떨어졌는데 언제까지 봉쇄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중국으로 사람이 다녀야 민간 무역회사들이 돈을 벌 것이 아니겠습니까. 인민들은 하루빨리 국경 봉쇄가 해제돼 중국과 무역이 재개되길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자기 비자금만 챙겨온 김정은이 굶주려 아우성치는 인민의 분노를 언제까지 감당하며 버틸 수 있을까요. 저와 함께 여러분들도 지켜보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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