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김정은의 ‘과학자 탓’

0:00 / 0:00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에는 김정은 얼굴을 봤네요. 한 달에 한번씩 얼굴 내보이는데, 이번 주가 얼굴 보는 주인 것 같습니다. 이제 나타났으니 앞으로 또 한 달 어디 잠수타고 있겠죠.

그런데 오랜만에 본 김정은의 얼굴은 왜 그리 심술궂은 표정으로 변해 있을까요. 사진이나 티비에는 그래도 표정이 좀 괜찮은 것만 골라 보냈을 것인데 그럼에도 얼굴 인상이 말이 아닙니다. 누굴 못 잡아먹어서 안날이 난 표정이라 해야 할까요.

노동당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김정은은 연설을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이 회의에 참석해서 연설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회의 분위기가 살벌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회의에선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가장 엄중한 결함”으로 꼽으며 “위성 발사 준비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한 일꾼들의 무책임성이 신랄하게 비판됐다”고 하는데, 어떻게 제가 몇 달 동안 얘기해 온 그대로 흘러갑니까.

제가 정찰위성 쏜다고 할 때부터 뭐라 했습니까. “정찰위성 성공은 선진국들도 힘든 것이다, 한국도 엔진 수정 20번 하고, 연소 실험은 200번 가까이 하면서 10년에 거쳐 성공시킨 것인데 북한은 단 한번에 하기 힘들다. 그러니 실패하더라도 과학자들 탓으로 돌리지 말라. 과학기술을 시한을 정해 독촉하는 것만큼 무지한 일은 없다. 위성 발사에 실패하면 그건 전적으로 김정은 탓이다.” 이 방송에서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실패하니까 한 치도 틀림이 없이 또 과학자들에게 책임을 묻습니다. 북한에서 제일 큰 문제가 김정은인데, 왜 뭐가 안됐다면 다 아래 간부들이 잘못한 것으로 들씌워 잡아먹습니까. 그렇게 처벌하면 누가 무서워서 일을 합니까. 그래도 경험 있는 간부들과 과학자들을 남겨두어야 발전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분위기 보면 나중에는 과거 일본처럼 할복이라도 하라고 할 판입니다.

책임진다는 거, 그것 하나에서도 북한과 선진국은 완전히 다른 방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례를 하나만 들어봅시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은 패전하면 지휘관들이 할복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승패는 해상전에서 갈렸고, 특히 미드웨이 해전은 2차 대전의 판도를 가른 중요한 결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항공모함이 침몰하자 사령관들이 살 수 있었음에도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 했습니다. 대규모 해전을 치러본 경험이 있는 노장들이 사라진 겁니다. 그러니 전쟁 막판에 경험 있는 장군들이 없다보니 일본은 싸우면 싸우는 대로 집니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장군 하나가 얼마나 큰 자산인지 일본은 몰랐던 겁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경험 없는 초자 장군들은 더 헛발질을 많이 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군함이 침몰해도 지휘관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오히려 끝까지 구해서 다시 책임을 지웠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속담이 이때엔 딱 맞는 것이죠. 한번 실패해 보니 다시는 그런 결함을 반복하지 않게 되고, 승리할 확률도 더 높아진 겁니다. 이게 미국과 일본의 중요한 차이었습니다. 물론 국력 때문에 일본이 지긴 했겠지만, 그래도 경험있는 지휘관들이 많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전쟁 시기의 미국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존 케네디 대통령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아버지가 미국 10대 재벌에 들어갈 정도로 돈이 많았습니다. 미국은 당시 지원병 제도를 운영했는데, 아마 그 정도 돈 많은 아버지가 있으면 누구나 군에 가야 하는 의무 복무제도가 됐어도 뺄 수 있겠죠.

그런데 케네디는 자진해서 군대에 갔습니다. 북한은 고위간부들일 수록 자식을 힘든 곳에서 빼내서 좋은데 보내려 안달인데 바로 그런 점이 북한은 망하고, 미국은 발전하는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위층부터 솔선수범하는 것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하는데, 선진국은 그게 잘 돼 있습니다. 한국전쟁 때만 해도 무려 142명의 장군 아들이 전투 일선에서 싸웠고 35명이 전사나 실종,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 얘기는 아무래도 다음에 따로 한번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입대한 케네디는 어뢰정 정장이 됐습니다. 큰 군함도 아니고 어뢰정은 정말 위험한, 포탄 한 발에도 침몰하는 그런 배였습니다. 태평양에서 침몰하면 갈 데가 있습니까. 죽는 겁니다.

케네디 정장의 어뢰정은 임무를 수행 중에 일본 구축함에 들이받쳐 배가 뒤집혔습니다. 어뢰정처럼 빠른 배가 경계 실패로 구축함에 받혔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죠. 일본 같으면 살아왔어도 할복하라 할 판인데, 미국은 그를 용서하고 다시 군복을 입혔고, 나중에 미국 대통령까지 당선됐습니다. 이게 미국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안 될 것이 서울에 앉아있는 저도 보이는데, 강제로 채찍질하고 그게 예상대로 실패하니 그 책임을 물어 간부들을 또 처벌합니다. 이게 북한입니다. 일이 될 수가 없죠.

그렇게 남 탓으로 계속 몰아가니 되는 일이 없고, 김정은은 김정은 대로 고민이 가득해서 이번에 나타난 것을 보니 얼굴이 잔뜩 부어있고, 볼에는 큰 뾰루지도 났더군요. 눈 주변도 거멓게 변하고요. 한국 정보기관에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김정은은 술과 담배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체중도 145㎏으로 더 늘어나고, 수면 장애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잠을 못 자면 사람이 짜증이 맨날 올라오는데 그걸 억울한 과학자들에게 푸는 것 같습니다. 지방은 다녀본지도 오래고, 이번에도 저택에서 딱 10분 거리, 본부당 청사에서 한 달 만에 회의 한 번 했는데, 보이지 않는 동안 잠도 안 자고 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매일 미녀들 불러 새벽까지 술판 벌여놓았던 김정일의 전철을 따라가는 것 아닐까요.

북한의 엄중한 결함은 모두가 다 간부나 과학자들 때문이 아니라 김정은 탓입니다. 김정은부터 자기 책임을 통감하며 변하지 않는 이상 절대 발전이 있을 수가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