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심복 이제강의 죽음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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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강원도에 위치한 고산과수농장을 시찰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강원도에 위치한 고산과수농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리제강 전 노동당 조직부 제1부부장.
리제강 전 노동당 조직부 제1부부장.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는데 3월부터 6월까지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이 석 달 동안 딱 12명이라고 합니다. 매년 1000명 넘게 입국했고, 평소라면 분기마다 300명 넘게 들어와야 하는데 겨우 12명이 온 것은 코로나 때문입니다.

동남아 나라들이 국경을 폐쇄하고 탈북민을 받지 않습니다. 원래 탈북 루트는 중국을 횡단해서 라오스로 건너가면 라오스 경찰이 체포해 한국에 넘겨주거나 또는 라오스를 지나 태국에 들어가 자수하면 태국 경찰이 방콕 이민국에 보내 한국으로 가도록 합니다. 이건 북한 당국도 이미 너무나 잘 아는 루트이니 굳이 비밀이 아닙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진 1월 이후 라오스와 태국이 탈북민 입국을 차단하고 중국으로 다시 쫒아 버립니다. 그러니 중국에서 한국행 길에 올랐던 탈북민들은 숨어서 무한정 코로나가 끝나기만 기다리는 형국입니다. 적어도 올해 말까지 계속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씨름할 건데, 코로나의 가장 큰 피해자가 탈북민이 돼서 정말 가슴 아픕니다. 아마 김정은만 좋아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젠 북한을 탈출할 길도 막혔고, 안에서 김정은 정권의 학대를 감내하며 버티는 길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방역지침 위반했다고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고 들었는데, 언제까지 그런 수용소 국가에서 살아야 한단 말입니까. 코로나 때문에 경제난도 가중돼 이제 좀 있다가 식량난도 급속히 악화될 것인데, 정말 앞이 막막합니다.

북한이란 왕국에서 근심걱정 없이 사는 사람들은 왕인 김정은과 왕이 총애하는 세 여자 김여정, 이설주, 현송월 밖에 없어 보입니다. 고위간부라고 해도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북한 사정이 안 좋아지면 고위간부들도 많이 죽습니다.

작년 12월 김평해 중앙당 간부부장부터 시작해 이만건 조직지도부장, 박태덕 농업비서 등 고위 간부들도 주르르 해임돼 어디 갔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그냥 해임되면 좋기나 하지 의문사 당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고위간부를 계속 총살하면 사람들이 놀라니까 교통사고로 고위 간부들을 죽이고 장례식 잘 치러주는 방식은 김일성 때부터 많이 썼습니다. 남일 장군도 그런 의문의 죽음을 당했고, 연형묵 총리도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21세기 들어서도 교통사고로 사라진 대표적 인물을 든다면 2003년 김용순 대남비서, 2010년 6월 이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2014년 12월 김양건 대남비서 겸 통전부장을 들 수가 있습니다. 차도 없는 북에서 다 교통사고로 죽었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북에서 온 사람으로부터 제가 이제강 부부장의 사고사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내막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인데, 여러분들도 북에서 고위층이 어떤 식으로 놀고 죽는지 알 필요가 있어 오늘 그걸 남는 시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강 하면 펜대로 많은 사람 죽인 인물이죠. 그렇지 않고서야 그 자리 올라갑니까. 아무튼 이제강은 2001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올라 2010년 6월 2일 죽을 때까지 김정은의 사실상 후견인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죽기 전날에 김정일이 호위사령부인 제963군부대 예술선전대 공연을 관람했고 이때 이제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공연을 원산에 불러 했나 봅니다. 김 씨 일가야 며칠에 한 번 “나 살아있다” 이런 것을 보여주고는 또 어느 별장에 모여 질펀하게 노는 족속들인데, 이때도 심심하니까 예술선전대를 불러 보았나 봅니다.

암튼 그러고 저녁 먹고는 원산을 떠나 평양으로 향했습니다. 이제강 같은 사람이야 당연히 운전기사가 있지만 김 씨 일가와 움직일 때는 전속 운전수가 따라가지 않고 호위부대 소속 전문 행사 차량 운전기사들이 차를 모는데 이들은 나이 많지도 않고 20대의 쌩쌩한 젊은이들입니다. 행사 규정엔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탄 차보다 먼저 30~40㎞ 앞서 1차 선발대가 떠나는데, 고속도로에선 행사차량이 무조건 시속 200㎞로 밟는다는 것이 경호 원칙이라고 합니다.

이날 이제강은 1차 선발대에서도 맨 앞의 벤츠 S500에 앉았는데 이 차도 다 행사 차량입니다. 선두차량에 앉은 사람은 모두 다섯 명이었는데, 앞에 둘, 뒤에 셋이 앉았습니다. 김정일을 따라다니다 보면 이제강 정도도 비좁게 다니는 신세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즈음에 행사가 좀 많아서 운전기사들이 혹사를 당했답니다. 이제강이 탄 차를 몰던 20대 운전기사가 졸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북한은 졸지 않고도, 김정일이 “너 이제강하고 같이 죽어라”하고 명령해도, 하지 않으면 어차피 자신과 가족이 멸족되는 곳은 맞습니다. 별 일이 다 일어날 수가 있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제강이 탄 첫 벤츠가 커브를 돌다가 길을 벗어나 나무를 들이박고 7~8미터 높이의 가파른 비탈로 날아버렸다는 겁니다. 운전기사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이제강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쓰러졌고, 뒤에 셋은 살았습니다.

뒤따르던 벤츠들은 사고 난 줄도 모르고 그 속도 그대로 평양에 가버렸고, 살아남은 뒷좌석 세 명이 비탈길을 기어 올라와서 마침 지나가는 승리58 세우고 이제강을 화물차에 싣고 주변 병원에 갔는데 이미 죽었다고 합니다. 이제강처럼 김 씨 독재정권이 충성을 바쳐 부역한 인간들은 저는 잘 죽었다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는데, 아무튼 김 씨 일가 따라다니다 황천길로 간 겁니다.

요즘 김정은이 보이지 않는데, 또 아버지처럼 어느 별장에서 사람 불러다 놓고 질펀하게 놀겠죠. 그리고 밤에 이리저리 불려 다니다 또 죽는 간부도 생겨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위에선 숙청돼 죽고, 사고로 죽고, 아래선 굶어죽고 총살당하고, 저런 곳이 어찌 망하지 않을까 의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지옥을 코로나 때문에 도망쳐 나오지도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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