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한국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8-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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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찰관들이 광주 서구 상무1동 거리에서 청소년, 주민으로 구성된 자율방범대와 야간순찰을 하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찰관들이 광주 서구 상무1동 거리에서 청소년, 주민으로 구성된 자율방범대와 야간순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제 얘기 먼저 살짝 해보면, 저는 새벽에 술을 마실 때가 많습니다. 제가 지금 국제부에 소속돼 있는데 세계 뉴스가 가장 많이 나오는 미국과 유럽은 한국이 낮일 때는 밤이라 조용하고 한국이 밤일 때는 낮이라 뉴스가 쏟아져 나옵니다. 그래서 국제부는 밤에 야근을 많이 하고 신문을 마감한 새벽 2시쯤 퇴근할 때가 많습니다. 저녁을 6시쯤 먹으면 그때쯤이면 출출합니다. 야근자에게 빵이나 라면 같은 간식이 나오긴 하지만 저는 이걸 잘 먹지 않습니다.

일 좀 많이 한 날에는 술이 땡기는데, 그러면 주변 식당가서 혼자 소주 한 병 마시고 집에 갑니다. 서울에는 24시간 하는 식당들이 많은데, 저희 회사 주변에는 순대국, 돼지 갈비, 감자탕 이런 집들이 주로 새벽 내내 문을 열죠. 순대 한 접시에 소주 한 병 시켜 먹고 3시쯤 딱 나오다보면 ‘참 한국은 치안이 좋구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술 마시고 새벽 2~3시에 거리를 걸어도 전혀 불안하지 않습니다.

서울의 밤은 온갖 조명으로 대낮 같습니다. 대다수 식당은 밤 11시~12시까지 문을 여는데, 어느 식당이나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직장인들이 퇴근해서 동료나 친구들과 모여 술을 마시는 것이 하나의 문화입니다. 서울을 알려면 밤에 돌아다녀봐야 합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도 그런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한국에 온 다음해 겨울 워싱턴에 갔다가 충격 받았습니다. 워싱턴 의회의사당 근처에 있는 호텔에 묵었습니다. 지붕이 둥근 그 의사당 건물은 북한 영화에 하도 많이 나와서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저는 북에서 그게 백악관인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백악관은 작은 건물이고 둥근 지붕은 의회였습니다. 거기가 워싱턴 중심이라 할 수 있는데, 거기 사람들이 밤에 나가서 돌아다니지 말라고 합니다. 아니, 세계의 수도인 워싱턴인데 어두워지면 나가지 말라니 무슨 소리냐 싶었죠. 실제 나가보니 늦게까지 문을 연 식당도 거의 없고 또 치안도 불안해서 운이 나쁘면 강도를 만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많은 나라 가봤는데, 정말 한국처럼 치안이 좋은 나라가 없다는 걸 느낍니다. 아무리 선진국 수도에 가도 10시 넘으면 거리가 조용해지고 서울처럼 새벽까지 북적북적한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서울도 사람 사는 동네라 살인도 일어나고, 강도도 일어나고, 취객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일도 벌어집니다. 그런데 그럴 확률이 매우 희박한거죠.

재작년에 전 세계 관광객들 대상으로 세계 117개국 중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를 조사했는데, 한국이 단연 1등을 했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나라로 꼽힌 것이죠. 2등이 싱가포르, 3등 일본, 4등 홍콩, 5등 대만이었습니다. 모두 아시아네요.

얼마 전에 한 외국인이 인터넷에 올린 영상도 화제가 됐는데, 어떤 카페에 노트북 가방을 놓고 밖으로 나가 10분 동안 돌아다니고 왔는데 가방이 그대로 있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다른 나라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우린 이런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삽니다. 저도 식당에 술 먹다가 물건 놔두고 왔는데 다음날 다시 그 식당 찾아가 말하면 대개 있습니다. 이렇게 치안이 좋은 이유가 뭘까요.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북한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한국은 1981년까지도 야간 통행 금지제도가 있었습니다. 밤에 돌아다니는 것을 금지하고 걸리면 잡아가는 겁니다. 그 목적이 독재를 반대해 밤에 활동하는 시민운동가들을 통제하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표면에 내건 이유는 간첩이 너무 많으니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 간첩을 막는다고 여긴 북한과 마찬가지로 전 국민의 주민등록제가 잘 정리돼 있습니다. 나라에서 내 이름, 주소, 지문까지 다 아는 겁니다. 거기에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외국으로 나갈 수 없는 섬나라나 마찬가지니까 범죄를 저지르고 이웃 국가로 도주도 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은 살인치고 산을 타고 중국으로 도망갈 수도 있겠지만, 여긴 걸어서 도망갈 수 있는 이웃국가가 없죠. 참고로 치안이 좋은 싱가포르, 일본, 홍콩, 대만 이런 국가들도 보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이웃 국가로 도망가기 어려운 나라들입니다.

남쪽에선 범죄를 저지르면 거의 다 잡힙니다. 북한 최정예 대남공작원 잡는 것을 가상해 훈련해서 그런지 몰라도 한국 살인사건 검거율은 거의 100%이고 강도 사건도 열에 아홉 이상이 잡힙니다. 범죄를 저지르면 다 잡히는데, 그걸 하고 싶겠습니까? 물론 범죄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고, 그만큼 강력사건은 적다는 뜻입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면, 북한 사람들도 우리도 외국인 관광객이 안전한데 하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맞습니다. 북한도 외국인 관광객은 안전할 겁니다. 관광객 숫자가 몇 명 안 되는데다, 외국 관광객 물건이라도 빼앗으면 아마 사형일 겁니다. 외국인을 살인하면 온 가족이 수용소에 가서 멸문지화를 당할 겁니다. 그렇게 처벌이 세니 외국인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를 엄두도 못 내죠.

또 평양에서 강력 범죄 저질렀다간 마찬가지로 집안이 끝납니다. 반면에 지방에선 각종 강력 사건이 얼마나 많습니까. 깜깜한 거리를 다니다 뒤통수 맞고 자전거 뺏기고 물건 뺏기고 이런 거는 아마 세계 상위권일 겁니다. 인민을 지킨다는 군대부터 그런 짓을 제일 많이 하고 보안성의 수사 수준도 선진 기술과 멀어서 검거도 잘 못하죠.

제가 흉보자는 건 아니고,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한국을 만든 비결을 북한과 공유해서 북한 사람들도 밤거리를 안전하게 다녔으면 얼마나 좋겠냐 하는 바람으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려면 경제를 발전시켜 먹고 살만해서 범죄를 저지를 동기도 줄이고 치안에 투자도 해야겠죠. 저는 남북이 똑같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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