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12년을 빨리 죽는 억울한 북한 주민들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3.10.27
[주성하의 서울살이] 12년을 빨리 죽는 억울한 북한 주민들 2015년 8월 북한을 방문한 사진작가 홍성규씨가 버스에서 촬영한 평양거리의 노인들.
/연합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오래 전부터 러시아에 포탄을 보내기 시작했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위성을 보면 10월 중순까지 무기와 포탄을 실은 컨테이너 1천 개 이상이 라진을 통해 러시아로 해상 운송됐습니다. 포탄으로 치면 30만 발이 넘는 분량입니다.

 

인민이 굶어 죽어갈 때 허리띠를 조이며 만들었다는 포탄이 남의 나라에 건너가 젊은이들을 죽이는 데 사용됩니다. 그렇게 포탄을 팔아 김정은은 무엇을 사올까요.

 

이번에 러시아에서 식량 5만 톤을 주겠다고 하자 김정은이 필요 없다고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럼 또 무기 만들 기술이나 대신 받아오겠죠.

 

북한 사람들이 배부르게 사는 것은 김정은에겐 아무 관심사도 아닌가 봅니다. 이런 사람을 지도자로 떠받들고 있으니 북한 사람들만 고생인 겁니다.

 

그런데 그냥 고생으로만 그치는 게 아닙니다.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자기 수명에도 치명적인 일입니다.

 

지금 국제적으로 추정되는 북한 기대수명은 평균 71세이고 한국은 83세입니다. 기대수명은 올해 태어난 아이가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예측하는 수치입니다. 북한에서 태어난 아이는 남자는 68, 여자는 76세까지 산다고 합니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비교적 정확한 데이터이니까 만약 북한의 기대수명이 사실이라고 하면, 남북의 격차가 12살이란 뜻입니다. 즉 여러분들은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그 죄 하나만으로 같은 민족인 한국 사람들보다 12살이나 더 일찍 죽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기대수명은 추정치인데 북한에 들어가 조사를 할 수 없습니다. 저는 북한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외부 추정보다 훨씬 짧다고 봅니다.

 

물론 현재 60살 넘은 남성이야 68세까지 살지 모르지만, 문제는 젊어서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특히 남성은 17세에 군대에 끌려가 온갖 고생을 하면서 각종 사고로 죽을 확률이 정말 높습니다. 그리고 제대 이후에도 가정을 먹여 살리느라 온갖 위험에 노출돼 있지요.

 

제가 태어난 고향도 어촌 마을인데, 구명조끼 하나 입지 못하고 바다에 나가 죽은 사람들 천지이고 온 마을에 과부가 넘쳐났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과연 통계에 반영되기나 하겠습니까.

 

그리고 감옥과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 죽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많이 죽습니다. 저는 북한을 바라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일찍 죽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지도자 하나 잘못 만난 죄로 너무 많이 죽으니 말입니다.

 

먹지도 못하고 암흑의 세상에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북한 사람들이 너무 불쌍합니다. 북한보다 전기를 적게 쓰는 나라는 세계 최빈곤 지역인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 등 15개 나라에 불과합니다.

 

북한을 이렇게 어둠의 지옥으로 만든 것은 철저히 김씨 3대 세습 때문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해방되던 해인 1945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남과 북 다 같이 46세에 불과했고, 에티오피아 다음으로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5년 뒤에 벌어진 6.25전쟁으로 또 300만 명이 사망했으니 1953년에 평균 수명을 계산하면 아마 40세도 안 됐을 겁니다.

 

가난하면 당연히 수명이 줄어듭니다. 무병장수는 인간의 오랜 염원이지만, 옛날엔 질병 등으로 60세가 되기 전에 죽은 사람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조선시대 백성들의 평균 수명은 35세에 그쳤고, 최고의 의사들이 옆에 있었던 왕들조차도 평균 수명이 46세에 불과했습니다.

 

그런 시대에는 백년해로도 꿈이었죠. 15세쯤에 결혼해서 45세 평균 수명까지 살다 보면 30년을 부부가 같이 살고, 증손까지 보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평균 수명이 35세에 불과했던 시절엔 60세까지 산 사람이 매우 드물어 환갑잔치도 크게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의학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수명은 늘어났고, 지금 한국은 환갑잔치란 말도 없어졌습니다.

 

지금까지 반세기 동안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대략 20~25년당 10살 정도씩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렇게 추정하면 현재 1960~70년대생의 평균 수명은 90세 이상으로 봅니다. 기대수명이 미래 예측이라면 평균 수명은 사망자 통계에 기초한 현실 수치죠. 당연히 오늘 태어난 아이의 기대수명보단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이 빨리 죽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의학계에선 혁명이 일어납니다. 2030년대, 즉 불과 10년 안에 기대수명 100세 시대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 장기가 고장 나서 죽습니다. 뇌는 150세까지 살 수 있다는데, 심장이나 간, 폐 이런 기관이 고장이 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장 났을 때 다른 새 장기로 교체한다면 인간의 수명은 비약적으로 늘어나겠죠.

 

그래서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이 과학계의 오랜 꿈인데, 지금 미국에서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돼지 장기가 사람 몸에 들어오면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나 이식이 불가했는데, 요즘은 과학기술이 발달돼 유전자를 조작해 거부반응을 없앴다고 합니다.

 

심각한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돼지의 유전자 3개를 잘라냈고, 인간 유전자 6개를 삽입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심장 이식이 성공하면 간이나 폐도 똑같이 하겠죠.

 

지금 인류는 이처럼 유전자까지 마음대로 주무르는 시대를 살고 있고 저도 아마 사고만 없다면 100세는 거뜬히 살겠죠. 그럼 분명히 김정은이 죽는 날은 보겠는데, 그사이 좋은 세상 구경도 못 하고 죽는 수많은 북한 주민은 얼마나 억울합니까.

 

여러분들은 분명히 이것을 기억해 둬야 할 겁니다. 김정은 때문에 여러분들은 지금 12년 목숨이 단축되고 있고, 머잖아 한국 사람들보다 수십 년 더 일찍 죽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런 억울한 삶이 하루빨리 끝나 여러분들도 남쪽 사람들만큼 오래 사는 날이 빨리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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