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들의 탈북 도미노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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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교들의 탈북 도미노 한 중국인이 단둥세관에서 수출 물품을 수레로 옮기고 있다.
/AP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북한에 사는 화교 이야기 한번 해보겠습니다. 요즘 북한 내 화교들의 신세가 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북에서 화교가 제일 잘 사는 사람들인데, 이게 무슨 소리냐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코로나 봉쇄 이후 제일 피해 보는 사람들이 화교들입니다.

북한에는 화교 자체가 많지는 않습니다. 해방 직후 북한에는 화교가 8만 명이나 살았지만, 이후 중국에서 내전이 종식되고 한반도에선 전쟁이 터지면서 1958년 경 북한에 남은 화교는 1만 4천여 명이 됐습니다. 이후 중국이 개혁개방을 해 잘살게 되면서 고향에 돌아가는 화교가 많아져 2001년엔 6천 명 정도가 남았습니다. 절반 이상이 평양에 살고 평북, 자강도, 함경남북도에 각각 300세대 정도씩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게 20년 전 이야기이니 지금은 한 3천 명 정도만 남아도 많이 있는 숫자일 겁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화교는 배우자가 북한 국적이고, 자녀도 북한 국적이라 떠날 수 없는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화교들은 중국 신분이기 때문에 중국에 자유롭게 다니고, 북한 내에서도 화교 학교를 다녀서 따로 공부합니다. 그렇지만 북한 법을 위반하면 보위부나 안전부에 끌려가 취조당하기도 합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화교는 잘살지 못했습니다. 이때엔 일본에서 온 귀국자들이 제일 잘 살았죠. 하지만 개혁개방이 돼 중국의 친척들이 잘 살게 되고 중국을 오가며 물건을 가지고 오면서부터 화교들도 부자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에서 화교는 북한 주민들을 데려다 몰래 가정부로 부려 먹을 정도로 부자들이 많습니다.

2000년쯤 되니 일본 출신의 귀국자들이 급속히 가난해졌습니다. 일본에 남은 가까운 직계 친인척들이 사망해 돈을 보내주지 못한데다 납치자 문제로 2006년부터 만경봉호가 일본을 오가지 못하면서 일본 친척들이 오지도 못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화교가 북한에서 제일 잘 사는 계층이 됐죠.

그런데 이 화교들이 코로나로 국경을 폐쇄한 이후 최근 급속히 거지가 되고 있습니다. 심각한 상황입니다. 화교들은 중국을 오가며 장사를 해야 돈을 버는데 지금까지 거의 2년 동안 장사를 못하니 꼼짝없이 있는 돈으로 살아야 하는 겁니다. 장사하다가 돈을 중국에 보낸 상태라면 완전 굶어 죽을 판입니다. 돈도 오갈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북에 친척들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평소 인심을 좋게 써서 이웃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거의 없으니 진퇴양난인 겁니다. 급기야 화교가 북한 내에서 식량난으로 굶어 죽고 있다는 소식까지 흘러나옵니다. 이렇게 되니 화교가 북한 정부에 “우릴 좀 중국에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북한도 화교들이 앉아서 굶어 죽으면 중국 정부와 문제가 되니 허용했습니다.

이렇게 돼서 올해 7월 북중 국경이 잠깐 열렸는데 이때 수 백 명의 화교가 중국에 나왔다고 합니다. 중국은 이때 체포한 주요 탈북자 50여 명을 버스에 태워 북한으로 보냈고요. 그런데 1차로 북한을 탈출한 화교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코로나 봉쇄가 끝을 보일 기미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북한에는 중국에 보내달라는 화교들이 넘쳐납니다. 그런데 북한은 국경 열지 못한다고 보내지 않고 있죠.

조만간 북중 간에 기차가 한번 다닐 것인데 이때 중국에 있던 일부 북한 외교관이나 무역일꾼들이 귀국하고, 반대로 북한에선 화교들이 우르르 나올 예정입니다. 북에 있는 화교들은 북한 국적의 배우자와 자녀들을 버릴 수 없어 남아있었는데, 이젠 극한의 상황이라 가정이 해체되게 됐습니다. 같이 굶어 죽겠습니까. 나라도 살아야 입이라도 덜고 또 중국에 나와 돈을 벌어놔야 집에라도 보내줄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화교만 먼저 빠지는 겁니다. 가족과 이별하고 탈북 도미노가 벌어지는 겁니다.

물론 모든 화교에게 해당되는 일은 아니겠죠. 아직 버틸 여력이 있는 화교는 더 많겠지만, 어쨌든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북한 내 화교가 다시금 확 줄어들 예정입니다. 이렇게 나오면 북한이 나중에 다시 오라고 받겠습니까. 절대 안 받죠. 북한은 이번 기회에 눈엣가시 같은 화교들을 정리할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입니다. 북한 당국의 시각으로 봤을 때 화교들은 여러모로 거의 도움이 안 됩니다. 물건 사서 오는 것도 북한 무역회사들과 경쟁하는 격이니 마음에 안 들죠. 무역회사는 돈을 벌면 당국에 빼앗기지만 화교는 돈을 벌면 자기가 다 가집니다. 북한 내부 외화가 화교들의 수중으로 들어가는 것이니 좋아하겠습니까. 또 화교들이 잘 사니 북한 내에 미치는 영향이 안 좋습니다. 저 사람들만 부자가 되고, 우린 왜 이 모양이냐며 북한 사람들이 푸념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화교를 통해 정보가 많이 유출됩니다. 중국에 나와서 북한 내부 사정 외부에 전하는 데다, 국경에 사는 화교는 통화도 자유로우니 중국에 비밀을 막 말하는 겁니다. 그뿐입니까. 탈북을 막으려니 화교가 방해가 됩니다. 화교 중에는 탈북민들이 북에 보내는 돈을 중개하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돈이 있고 중국에 연고가 있으니 돈놀이 하는 셈이죠. 그렇다고 막 잡아 죽이기도 어렵고 골치가 아픕니다. 한국의 탈북민이 북에 보내는 돈은 북한 가족이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이게 탈북 비용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솔직히 이젠 한국에 연고가 있어 돈을 지원받지 못하면 탈북이 어렵습니다. 이렇게 여러모로 북한 당국이 골치가 아픈 화교가 코로나 사태로 자기 발로 중국에 나가겠다니 김정은은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번 기회에 저것들 싹 다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제가 볼 땐 그래도 북에 외부와의 끈이 더 많이 남아있는 것이 좋은데 화교들까지 사라지면 북한은 진정한 인민의 수용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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