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서울과 평양의 지하철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04.30
2010.04.30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남과 북의 지하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탈북자들이 남쪽에 와서 초기에 많이 어려워하는 것이 이 지하철 이용방법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평양에서 지하철을 많이 타 봤기 때문에 서울에서 지하철 타는 것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습니다. 여기 지하철은 너무나 거미줄처럼 촘촘하고 복잡해서 갈아탈 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비교해보겠습니다. 서울 인구가 대략 1000만 명 정도이고 평양 인구도 요새는 300만 명이 넘기 때문에 서울 인구가 평양 인구에 비해 3배 많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 얼핏 서울 지하철 역전 수가 평양에 비해 3배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 싶습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평양엔 지하철역이 모두 17개인데 이중 금수산기념궁전 앞에 있는 광명역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16개 역을 사용합니다.
서울에는 몇 개나 있을까요. 너무 많아서 정확하게 세기도 힘든데요, 500개는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6개 대 500개. 3배가 아니라 30배가 많네요. 서울에 이렇게 역이 많으니 서울 토박이들도 모든 역을 다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노선도 평양은 부흥역에서 붉은별역까지 가는 노선과 광복역에서 낙원역까지 가는 노선 딱 2개에 불과합니다. 서울의 공식 노선은 9개가 되고 이외에도 이러 저런 연장 노선까지 하면 열 댓 개 정도 됩니다.
지하철 총 연장길이도 평양은 34㎞라고 하는데 서울은 일단 그 열배인 340㎞는 확실히 넘습니다. 전철처럼 운행되는 철도까지 포함하면 700㎞가 넘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노선길이는 세계에서 세 번째나 네 번째 정도 됩니다. 길이가 길면 다른 곳에 가기가 매우 편안합니다. 1호선만 놓고 봐도 분계선 인근인 의정부에서 충청남도 천안까지 갈아타지 않고 한꺼번에 갈 수 있습니다. 400리 정도 되는 거리인데 끝에서 끝에까지 3시간 좀 넘게 걸립니다. 이는 북쪽이라면 사리원에서 지하철을 타고 평양 시내를 거쳐서 저기 안주나 개천까지 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북에는 평양에만 지하철이 있지만 여기는 서울 뿐 아니라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인천 등 큰 도시에 다 있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사실 지하철은 남쪽보다는 북쪽에서 먼저 건설했습니다. 남북이 체제 경쟁하던 시기에 지하철도 누가 먼저 만드나 경쟁이 벌어졌는데 북조선이 이겨서 남쪽보다 1년 빠른 1973년에 개통했습니다. 평양 지하철 설계는 소련이 했고 운영시스템과 기계 지원은 중국이 했습니다. 객차도 장춘객차공장에서 만든 것을 갖다 썼습니다. 요즘은 동독에서 쓰던 중고 객차들을 많이 들여온 것 같은데 서울 지하철 객차도 그것처럼 창문 따라 좌석이 길게 쭉 놓여있는 형태입니다.
평양 지하철의 특징이라면 전시에 방공호로 사용하도록 100m 이상 땅속에 깊이 들어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평양에서 살 때 반항공 훈련한다면서 지하철 아래에 대피하는 훈련 여러 번 했었습니다. 평양에선 심지어 유사시에 폭격으로 지하철이 물에 잠길까봐 대동강 아래를 지나가는 노선은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서울 지하철은 땅 속에 들어간 구간이 전체 노선의 한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밖에 드러나 있어서 엄밀한 의미에서 지하철이라고 부르긴 힘듭니다. 땅 속에 건설된 구간도 유사시 폭격을 대비해서 그랬다기보다는 도시 중심에 열차가 다니면 소음도 심하고 도시 땅값도 비싸서 그렇게 했기 때문에 깊질 않습니다. 한강 밑이나 위로 지나가는 선로도 상당히 많습니다. 깊지 않으면 침수를 그렇게 무서워할 일도 없습니다.
평양 지하철은 벽화를 붙여서 화려한데 여기는 그렇진 않습니다만 대신 역사 설비들이 신식이고 깨끗합니다. 지하철 요금은 어떨까요. 남이나 북이나 대중교통은 비싸게 받지 않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제가 있을 때 평양 지하철 요금이 10전이었는데 이제는 2원이 됐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쌀 한 키로에 몇 백 원씩 하는 때에 2원이면 공짜나 다름없습니다. 한국은 구간에 따라 가격이 다릅니다. 보통 900원에서 시작하는데 알기 쉽게 딸라로 환산해보면 약 0.8딸라 정도 됩니다. 그렇지만 한 3시간 씩 타고 가는 먼 거리는 3딸라 정도 받습니다. 그래봤자 여기는 평균 월급이 2000딸라가 넘기 때문에 1딸라짜리 지하철 타고 다니는 것이 크게 부담되지는 않습니다.
남쪽은 북쪽보다 지하철을 늦게 건설했지만 경제성장과 함께 계속 노선을 늘여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쪽은 노선이 거의 변동이 없지요. 아마 평양 시민들을 대피시킬 공간만 있으면 이젠 됐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요즘은 전기 사정 때문에 더 길게 있어봤자 운영하기 힘들겠지만 말입니다.
한국의 수도권 지하철은 북쪽으로 올라가다 분계선에서 가로막혔습니다. 통일되면 서울 지하철이 개성까지는 연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충청남도까지 연결한 것을 보면 서울에서 평양까지 연결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저는 몰라도 우리 후대들은 서울에서 평양까지 지하철을 타고 한두 시간 안에 왔다 갔다 하는 날을 꼭 맞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날을 하루 빨리 앞당기기 위해 남과 북에서 모두 노력해야겠죠.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비교해보겠습니다. 서울 인구가 대략 1000만 명 정도이고 평양 인구도 요새는 300만 명이 넘기 때문에 서울 인구가 평양 인구에 비해 3배 많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 얼핏 서울 지하철 역전 수가 평양에 비해 3배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 싶습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평양엔 지하철역이 모두 17개인데 이중 금수산기념궁전 앞에 있는 광명역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16개 역을 사용합니다.
서울에는 몇 개나 있을까요. 너무 많아서 정확하게 세기도 힘든데요, 500개는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6개 대 500개. 3배가 아니라 30배가 많네요. 서울에 이렇게 역이 많으니 서울 토박이들도 모든 역을 다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노선도 평양은 부흥역에서 붉은별역까지 가는 노선과 광복역에서 낙원역까지 가는 노선 딱 2개에 불과합니다. 서울의 공식 노선은 9개가 되고 이외에도 이러 저런 연장 노선까지 하면 열 댓 개 정도 됩니다.
지하철 총 연장길이도 평양은 34㎞라고 하는데 서울은 일단 그 열배인 340㎞는 확실히 넘습니다. 전철처럼 운행되는 철도까지 포함하면 700㎞가 넘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노선길이는 세계에서 세 번째나 네 번째 정도 됩니다. 길이가 길면 다른 곳에 가기가 매우 편안합니다. 1호선만 놓고 봐도 분계선 인근인 의정부에서 충청남도 천안까지 갈아타지 않고 한꺼번에 갈 수 있습니다. 400리 정도 되는 거리인데 끝에서 끝에까지 3시간 좀 넘게 걸립니다. 이는 북쪽이라면 사리원에서 지하철을 타고 평양 시내를 거쳐서 저기 안주나 개천까지 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북에는 평양에만 지하철이 있지만 여기는 서울 뿐 아니라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인천 등 큰 도시에 다 있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사실 지하철은 남쪽보다는 북쪽에서 먼저 건설했습니다. 남북이 체제 경쟁하던 시기에 지하철도 누가 먼저 만드나 경쟁이 벌어졌는데 북조선이 이겨서 남쪽보다 1년 빠른 1973년에 개통했습니다. 평양 지하철 설계는 소련이 했고 운영시스템과 기계 지원은 중국이 했습니다. 객차도 장춘객차공장에서 만든 것을 갖다 썼습니다. 요즘은 동독에서 쓰던 중고 객차들을 많이 들여온 것 같은데 서울 지하철 객차도 그것처럼 창문 따라 좌석이 길게 쭉 놓여있는 형태입니다.
평양 지하철의 특징이라면 전시에 방공호로 사용하도록 100m 이상 땅속에 깊이 들어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평양에서 살 때 반항공 훈련한다면서 지하철 아래에 대피하는 훈련 여러 번 했었습니다. 평양에선 심지어 유사시에 폭격으로 지하철이 물에 잠길까봐 대동강 아래를 지나가는 노선은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서울 지하철은 땅 속에 들어간 구간이 전체 노선의 한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밖에 드러나 있어서 엄밀한 의미에서 지하철이라고 부르긴 힘듭니다. 땅 속에 건설된 구간도 유사시 폭격을 대비해서 그랬다기보다는 도시 중심에 열차가 다니면 소음도 심하고 도시 땅값도 비싸서 그렇게 했기 때문에 깊질 않습니다. 한강 밑이나 위로 지나가는 선로도 상당히 많습니다. 깊지 않으면 침수를 그렇게 무서워할 일도 없습니다.
평양 지하철은 벽화를 붙여서 화려한데 여기는 그렇진 않습니다만 대신 역사 설비들이 신식이고 깨끗합니다. 지하철 요금은 어떨까요. 남이나 북이나 대중교통은 비싸게 받지 않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제가 있을 때 평양 지하철 요금이 10전이었는데 이제는 2원이 됐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쌀 한 키로에 몇 백 원씩 하는 때에 2원이면 공짜나 다름없습니다. 한국은 구간에 따라 가격이 다릅니다. 보통 900원에서 시작하는데 알기 쉽게 딸라로 환산해보면 약 0.8딸라 정도 됩니다. 그렇지만 한 3시간 씩 타고 가는 먼 거리는 3딸라 정도 받습니다. 그래봤자 여기는 평균 월급이 2000딸라가 넘기 때문에 1딸라짜리 지하철 타고 다니는 것이 크게 부담되지는 않습니다.
남쪽은 북쪽보다 지하철을 늦게 건설했지만 경제성장과 함께 계속 노선을 늘여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쪽은 노선이 거의 변동이 없지요. 아마 평양 시민들을 대피시킬 공간만 있으면 이젠 됐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요즘은 전기 사정 때문에 더 길게 있어봤자 운영하기 힘들겠지만 말입니다.
한국의 수도권 지하철은 북쪽으로 올라가다 분계선에서 가로막혔습니다. 통일되면 서울 지하철이 개성까지는 연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충청남도까지 연결한 것을 보면 서울에서 평양까지 연결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저는 몰라도 우리 후대들은 서울에서 평양까지 지하철을 타고 한두 시간 안에 왔다 갔다 하는 날을 꼭 맞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날을 하루 빨리 앞당기기 위해 남과 북에서 모두 노력해야겠죠.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