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김정은에겐 불편할 트럼프 재집권
2024.11.08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미 아실 분들은 알겠지만, 미국 시간으로 5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됐고, 내년 1월 20일부터 4년 임기가 시작됩니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북한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 시간엔 트럼프 대통령 재당선이 북한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한번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고, 어디까지나 이는 제 개인적 견해일 뿐임을 감안하고 들어주십시오.
저는 민주당 후보보다는 트럼프가 된 것이 북한 인민에겐 그나마 약간의 희망을 주는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민에게 희망이면 김정은에겐 불리한 일이기도 할 겁니다.
왜 그렇게 판단하냐면,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은 앞으로 4년 동안 마음 편히 자기 할 것을 할 것입니다. 지난 4년 동안 미국은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해 정치를 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북한에 대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김정은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습니다.
솔직히 미국 입장에서 전쟁은 할 수 없으니 딱히 김정은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이러한 북한에 대한 무시는 김정은에겐 큰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지금 국제적으로 미국이 골치 아픈 일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3년 가까이 전쟁을 하고 있고, 중동에선 이스라엘이 이란 레바논 등과 전쟁을 합니다. 국제 경찰 역할을 자임하는 미국으로선 빨리 전쟁부터 끝내야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면 북한에 눈길을 돌릴 여유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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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으면 김정은은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4년 동안 편히 러시아에 바짝 붙어서 무기도 팔아먹고, 군인들 몇 만 명을 파견해 전쟁의 제물로도 바칠 것입니다. 그래도 민주당은 손 놓고 가만히 있었을 겁니다.
그럼 트럼프 대통령이 되면 달라질까요. 완전히 달라지진 않을 것이겠지만, 그래도 김정은이 골치 아플 문제들은 좀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베트남(윁남)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 회담하고 마치 북핵 문제가 풀릴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은 다시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 김정은은 미국 대신 러시아를 편으로 삼고 완전히 그쪽에 붙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는 지금 전 세계에서 침략자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좋다고 하는 나라는 오직 북한뿐입니다.
비유해서 말하면 김정은은 동네에서 홀로 외톨이로 지내던 중에, 마침 누굴 때려 동네에서 손가락질을 받는 더 힘이 센 깡패에게 붙은 셈입니다. 깡패와 졸개가 힘을 합친 격인데,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도 과거처럼 북한과 정상회담을 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의 김정은은 그냥 홀로 엇나가는 꼬마 깡패였다면, 이제는 조직을 구성한 조직폭력배의 일원이 됐기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회담을 하면 전 세계가 야유할 텐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요. 또 김정은은 지난 4년 동안 핵무기에 엄청난 투자를 했고 미국까지 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완성했다며 협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회담으로 북한의 핵무기 폐기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트럼프도 가서 성과를 낼만한 것을 찾아볼 것이지만, 그럴 희망이 없으면 계산에 능숙한 트럼프가 나설 리가 없습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도 이제 러시아에 바싹 붙어 재미를 보려는데, 굳이 러시아의 적인 미국과 친해 자기 처지를 곤란하게 만들 이유도 없을 겁니다.
그럼 과거처럼 화기애애한 둘 사이의 만남은 없겠죠. 여기까지는 미국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나 공화당이 집권하나 똑같을 겁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업적을 위해선 남들은 엄두를 못 낼 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이 다릅니다.
실례로 트럼프 행정부의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런 회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트럼프가 백악관 회의에서 ‘북한군이 열병식을 할 때 전체를 제거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낸 적도 있다”고 말입니다. 만약 김정은이 정 골칫거리라면 “김정은 일가를 없애버리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은 당장이라도 김정은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물론 이것은 동북아 전체에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일이라 주변 사람들이 다 막겠죠.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한번 만나자고 하면 김정은은 매우 머리가 아플 겁니다.
다시 나가자니 얻을 것이 없어 보이고, 무시하자고 하니 트럼프를 화나게 만들 겁니다. 김정은에게 전 세계 앞에서 무시당한 트럼프는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도 모릅니다.
저는 지금의 북한엔 충격을 주어야 하는데 그걸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 민주당 정권보단 트럼프 공화당 정권이라고 봅니다.
북한을 가만 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김정은은 러시아에 계속 젊은 청년들을 보내 전쟁에서 죽게 할 겁니다. 몇 만 명이 죽어도 북한 인민은 반항을 할 수가 없습니다.
김정은은 전쟁이 끝나야 한꺼번에 전사 통지서를 보내면서 훈장이나 열사증 던져주고 가전집기 몇 개 주고, 죽을 때까지 가족에게 배급 준다고 회유를 할 겁니다.
전선에서 죽은 병사의 시신을 북에 갖고 가지도 않을 겁니다. 전 세계에서 자국 병사의 시신에 관심이 없는 것은 북한 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해외 노동자가 죽어도 시신을 찾아가지 않습니다. 왜냐면 시신은 운송비를 내야 하는데, 그런 돈을 노동당이 지불할 리가 있겠습니까. 결국 불쌍한 것은 왜 죽는지도 모른 채 우크라이나 벌판에서 흙이 될 북한 젊은이들이고, 내 아들이 죽었는지도 모른 채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는 북한 부모들입니다.
트럼프 임기 중에 “저 김정은은 도저히 눈뜨고 두고 볼 수가 없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