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신의 오늘의 미국] 근무 요일 줄였더니 업무 효율성 증가해

매주 한 차례 미국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얘기들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전해 드리는 오늘의 미국. 담당에 미국의 한인언론인이자 ‘미국은 지금’의 저자인 강혜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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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일주일에 나흘 일하는 공무원이 늘어나는 미국의 변화와 도둑을 쫓아간 뒤 쫓겨난 직장인,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에 큰 산불이 나서 한인들도 피해를 본 일을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거의 모든 사람은 다른 선진국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닷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8시간씩 40시간 일을 합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일주일에 나흘, 하루 10시간씩 일하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일주일로 치면 닷새를 일하건 나흘을 일하건 똑같이 40시간입니다.

지금 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는 캘리포니아 주에 있고 캘리포니아 주에서 동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유타라는 주가 있습니다. 유타 주에서는 주 공무원 만 7천 명이 1년 전부터 일주일에 나흘 하루 10시간씩 일을 합니다. 에너지를 줄이려고 시작했는데 1년이 지나고 보니 에너지도 많이 절약됐고 공무원들도 즐거워합니다.

에너지는 일주일에 닷새 일할 때보다 13%가 줄어들었습니다. 더울 때 켜는 에어컨, 추울 때 켜는 히터, 전기사용이 적어졌고, 하루 출근을 덜 하니 자동차 개솔린 때문에 생긴 온실 가스도 줄어들었습니다. 유타 주 정부는 앞으로 6년 뒤면 에너지 사용을 2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환경보호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기뻐하는 건 당연하고, 무엇보다도 공무원들 자신이 닷새가 아닌 나흘 일하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 휴가 날짜는 전과 똑같고 봉급도 같은데 일주일에 하루 일을 덜 하니 그만큼 자유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두 시간씩 일을 더 하더라도 일주일에 나흘만 일하는 게 좋다는 공무원이 82%나 됩니다. 나흘 일하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사흘 동안은 어린 자녀와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합니다. 닷새 일할 때보다 결근하는 사람들도 줄어들었고 일의 성과도 더 좋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운동을 할 시간이 늘어나서 사람들이 건강해졌다는 분석입니다.

공무원들만 좋은 게 아니라 덕을 보는 일반인도 있습니다. 자동차에 관한 일을 보는 차량등록국은 늘 사람이 붐비고 시간이 안 맞아 못 가는 사람이 많았는데 아침에 두 시간 일찍 문을 여니 일반 사람이 회사에 출근하기 전에 가서 일을 볼 수 있어 좋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주 정부도 공무원도 일반인도 좋다 하니 미국 각 지역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타 주로 견학을 가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유타 주 공무원들이 일주일에 하루 더 쉬게 돼서 가장 좋아하는 민간 사업장은 골프장이랍니다. 요즈음 여자이건 남자이건 중요한 골프 대회에서 남한 선수와 미국에 사는 한인이 최고상을 휩쓰는데 한국 사람 못지않게 미국 사람 사이에서도 골프 열기는 뜨겁습니다.

유타 주의 바로 동쪽에는 콜로라도 주가 있습니다. 콜로라도 주는 로키산이 있어서 스키를 타러 가는 사람이 참 많은 곳입니다. 콜로라도 주의 주도가 덴버에 있는 큰 전자제품 가게에서 얼마 전에 직원 두 명이 해고됐습니다. 해고된 이유는 도둑을 직접 잡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 가게는 각 지역에 지점도 많은 가게로 건전지부터 컴퓨터, 라디오, 텔레비전 등 수많은 물건을 파는 곳입니다.

이 가게에서 절도범이 휴대전화 두 대를 훔치려고 하자 직원이 막고 나섰습니다. 이 직원이 휴대전화를 들고 도망치는 절도 용의자를 가게 밖으로 쫓아갔을 때, 자동차 안에서 대기하던 절도 용의자의 공범도 차에서 나왔고 칼을 들이대며 직원을 위협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직원이 위험에 빠진 동료를 돕고 나서면서 시멘트 바닥에서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절도 용의자들은 도망쳤고 직원들은 다행히 다치지 않았습니다.

사건이 정리된 뒤 회사는 절도 용의자들과 몸싸움을 한 두 명의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회사의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입니다. 미국의 큰 회사에는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직원이 물건을 훔치려는 사람을 가게 안에서는 쫓지 않는다거나 아예 쫓지 않고 총을 찬 경비원이나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규정이 있습니다. 손님과 직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회사에서 쫓겨난 두 사람은 각각 20살과 23살인데 자신들이 규정을 어겼으니 쫓겨났어도 불만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자신들이 성급하게 행동해 손님과 다른 직원들을 불안하게 했다면서 오히려 사과를 했습니다. 절도범을 잡으려던 직원을 쫓아내는 회사도 미국적이고 그런 이유로 쫓겨나면서도 오히려 사과하는 직원들도 미국적입니다.

이번에는 한인사회와 관련된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열흘 전부터 로스앤젤레스 시에서 멀지 않은 여러 곳에서 큰 산불이 났습니다. 불이 난 곳은 한인들도 많이 사는 라 케냐다 지역 등인데, 동부의 도시 시카고보다 더 큰 면적이 불에 탔고 불을 끄던 소방관들도 숨졌습니다. 일반인들도 다쳤습니다. 휴가 때 지내는 별장을 포함해 수십 채의 구조물이 불에 탔습니다. 수많은 주민이 집에서 나가야 하는 대피명령을 받아 서둘러 피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급히 대피할 때 챙기는 것들은 가족사진, 보험 증명서, 애완동물 등입니다. 한국 사람도 미국 사람들과 비슷하게 챙깁니다. 산에서 불이 났는데 '어떻게 사진을 챙겨 대피할까?'하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미국은 산동네에 부자가 많이 삽니다.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 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이 산을 깎아 집을 짓게 합니다.

한껏 멋을 부려지었고 정 들어 살던 집이 불에 탈 수도 있는데 몸만 피하기도 쉬운 일은 아닌가 봅니다. 어떤 사람들은 대피 명령을 무시하고 집에 남아 호수로 물을 뿌려 불을 막아보려 하다가 불길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한인 가운데 집이 파손된 사람도 있고 산불로 온 집안에 연기와 재가 가득히 쌓여 호흡기 장애로 병원에 간 사람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산불이 많이 납니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는 여름에 비가 안 오고 늦가을에는 산타 아나라는 이름의 고온 건조한 바람이 불어 매년 산불이 납니다. 어떤 때는 마른 나뭇잎끼리 부딪쳐 불이 붙기도 하고 어떤 때는 산에 놀러 갔던 사람들이 담배꽁초 등을 잘못 버려 불이 나기도 합니다. 분명한 것은 사람들이 자연의 균형을 깨고 산속에 길을 닦아 멋진 집을 많이 지으면 지을수록 생태계의 균형이 깨져 불도 자주 나고, 이민 역사가 길어질수록 산과 바다 가까이에 사는 부자 한인도 늘어갑니다.

이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강혜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