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신의 오늘의 미국] "분쟁국을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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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는 6월에 결혼식과 졸업식을 많이 합니다. 미시건 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인 유학생이 졸업생 대표로 대통령과 같은 연단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미국과 분쟁이 있는 나라의 음식 만을 파는 식당이 생겼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012년부터 가게에서 물건을 담아주는 비닐 봉지를 쓸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부터 전해드릴 '오늘의 미국'입니다.

-요즈음 미국에 사는 많은 사람이 관심 있게 지켜보는 식당이 있습니다. 동부 펜실베니아 주에 피츠버그라는 도시에 있는 '논쟁적 부엌(Conflict Kitchen)이라는 식당입니다. 이 식당에서는 한가지 음식만을 팝니다. 미국과 분쟁이 있는 나라의 대표적인 음식인데 핵 문제로 미국과 무척 껄끄러운 관계인 이란의 샌드위치입니다. 샌드위치 이름도 이란 사람들이 쓰는 언어로 적혀있고 식당 간판이나 장식도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오래 전 이란의 문화였던 페르시아 문명을 느낄 수 있게 꾸몄습니다. 앉아서 먹는 자리는 없고 샌드위치를 주문하면 기다렸다가 받아 가는 작은 식당입니다.

이 식당에서 이란 샌드위치는 앞으로 4개월 동안 팔고 그 다음은 미국과 분쟁이 있는 또 다른 나라의 음식을 돌아가면서 팔 예정입니다. 이 식당은 세 사람이 공동으로 문을 열었는데 한 사람은 미국에서 유명한 대학인 카네기 맬룬 미술대학 부 교수이고 다른 두 사람은 20대의 화가입니다. 세 사람이 이 식당의 문을 연 목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미국 사람들이 분쟁국가에 대해서는 뉴스를 통해 아는 것이 거의 전부인데 분쟁국가의 음식을 먹으며 더 관심을 갖고 생각도 나누면서 그 나라에 대해 이해 하자는 뜻입니다. 두 번 째는 세 사람이 모두 미술가인 만큼 공공예술을 시험하자는 뜻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란의 음식을 파는 기간이니 이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색과 모양으로 가게 안과 밖을 페인트로 칠했지만 4개월 뒤에는 미국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프카니스탄 음식을 팔면서 그 나라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식당 모습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같은 미국 대륙에서는 베네주엘라와 미국의 사이가 나쁜데 베네주엘라 나라 음식을 먹으면서 그 나라를 알아갈 수도 있겠지요.

말씀 드린 것처럼 미국과 사이가 나쁜 나라를 이해하는 토론의 장이 되려면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실 분이 많으실 텐데 그 문제를 식당 주인들은 다른 방법으로 해결했습니다. 샌드위치 포장을 열면 그 안에 이란에 대한 여러 가지가 짧게 적혀있습니다. 이란의 문화, 음악, 패션, 또 이란의 핵 능력 등입니다. 이런 말도 적혀있습니다. "이란 사람도 미국 사람과 같지만 다만 미국 정부를 싫어할 뿐이고, 미국 사람도 이란 사람과 같지만 다만 이란의 극단주의 테러그룹을 싫어할 뿐이다"

토요일에는 바로 옆 식당에서-옆의 식당도 동업자 가운데 한 사람이 운영합니다- 실시간으로 이란에 있는 사람들과 같은 이란 음식을 먹으면서 컴퓨터 인터넷으로 토론을 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대체로 새로운 것을 잘 받아 들이고 문제가 있으면 의견 차이를 줄여서 풀어보려고 합니다. 그러니 음식으로나마 이란을 느끼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만족합니다. 샌드위치만 받아서 가는 사람도 있지만 샌드위치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면서 옆에 있는 사람과 이란에 대해 한 마디라도 주고 받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샌드위치 하나를 먹고 이란에 갔다 온 기분이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식당이 문을 열자 마자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북한 음식도 파는 날이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국민의 생활에 관한 법들이 때로는 국민이 투표를 해서 직접 결정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국민이 뽑은 대리인, 정치인이 만듭니다. 얼마 전 캘리포니아 주 의회에서는 한번 쓰고 버리는 비닐봉지는 쓰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가게에서 비닐봉지를 쓰는 것이 거의 금지됩니다.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상원과 하원이 있는데 하원에서 통과된 이 법안이 상원에서도 통과되면 주지사는 서명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법이 되고 법이 되면 2012년부터 집행되는데 그때 사람들은 장을 볼 때 장바구니를 갖고 다니던지 전에 쓰던 봉지를 가져가든지 해야겠지요? 부득이한 경우에는 돈을 주고 사야 합니다. 지금은 모든 가게에서 돈을 안받고 비닐봉지에 산 물건을 담아 줍니다.

캘리포니아 주민이 1년에 쓰는 비밀봉지가 190억 개입니다. 인구 비율로 따지면 한 사람이 1년에 552개의 비닐봉지를 쓴다는 얘기입니다. 저도 미국에 이민 와서 살면서 한번도 장바구니를 들고 다닌 적이 없고 미국 사람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모두 빈 손으로 장을 보러 가면 마켓에서 어떤 때는 10개도 넘는 비닐봉지에 물건을 헐렁하게 담아줍니다. 비닐봉지는 천 년이 되야 분해된다고 하니 제가 미국에서 살면서 써 온 만개도 넘는 비닐봉지는 앞으로도 9백 몇 십 년이 흘러야 분해된다는 결론입니다. 그 비닐봉지가 바다로 흘러 가서 죄 없는 고래가 삼켜 숨지기도 한다는 말을 들을 때는 위기를 느끼지만 편리함에 젖어 가게에서 담아 주는 비닐봉지는 당연한 것처럼 들고 나옵니다.

캘리포니아 주의 북쪽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는 이미 마켓에서 비닐봉지를 쓰지 못합니다. 하지만 인구가 거의 4천 만 명인 주 전체에서 이 같은 법을 만들어서 시행한다는 건 환경을 지키겠다는 대단한 각오가 없이는 시행하기 힘든 법입니다. 또 비닐봉지를 만들어 파는 업계의 반발도 많았지만 환경보존이라는 세계의 거대한 물결에 앞장서려는 캘리포니아 주민의 마음을 꺽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이 만드는 법이지만 정치인이 법을 만들 때는 자신을 뽑아 준 유권자인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법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다음에 또 선출된다는 기본 때문입니다.

-앞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미국의 6월은 졸업식이 많은 달입니다. 미국은 새로운 학기가 9월에 시작되고 여름방학이 길기 때문에 일정을 맞추다 보면 거의 모든 학교가 6월에 졸업식을 합니다. 며칠 전에 치러진 한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한인 유학생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같은 연단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대학교의 졸업식에서는 자주 연설하지만 고등학교 졸업식에서는 특별한 때에만 연설합니다.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한 미시건 주의 캘러머주 센트럴 고등학교는 연방정부에서 시행하는 교육정책이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학생들의 성적이나 졸업률이 높은 학교입니다.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이 학교를 선택했고, 학생들에게 개인의 책임이나 야망, 목표에 대한 확신 등을 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연단에서 졸업연설을 한 한인 학생은 여학생으로 유학생입니다. 이민경이라는 이 여학생은 한국 대구에서 중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가 4년 전에 미국으로 유학을 왔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최고 점수를 받으면서 공부해 졸업생 대표로 연설했습니다. 대통령과 같은 연단에서 연설을 한다는 게 떨린다고 하던 이민경 양은 막상 연설을 할 때는 전혀 떨지 않았습니다. 현실의 어려움도 똑바로 보면서 꿈을 향해 나가자는 연설이었습니다.

이민경 양이 지금 꾸고 있는 꿈은 법의학을 공부하는 겁니다. 이미 시작된 꿈입니다. 등록금과 생활비 전부를 장학금으로 받고 미시건 주 캘러머주 대학에서 법의학을 공부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도 아니고 유학을 온 지 4년 밖에 안된 여학생이 고등학교를 1등으로 졸업하면서 대통령 앞에서 졸업연설을 했다는 건 한국인이 얼마나 머리도 좋고 인내력이 있고 또 꿈을 키우며 이뤄가는 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도 영어를 말하는 나라에 한번도 가보지 않고 영어를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보다 더 잘하는 인재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한민족은 정말 우수한 면이 많은 민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강혜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