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남아있는 가족에 돈을 보내는 탈북민의 심정

김춘애-탈북 방송인
2018-07-13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성탄절을 맞이해 서울 용산 드래곤힐 스파에 많은 시민들이 몰려 업체가 준비한 다양한 행사를 즐기고 있다.
성탄절을 맞이해 서울 용산 드래곤힐 스파에 많은 시민들이 몰려 업체가 준비한 다양한 행사를 즐기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주말 친구들과 함께 찜질방을 찾았습니다. 찜질방 매표소는 7층이었습니다. 워낙 목소리 톤들이 높은지라 우리의 수다 소리가 엘리베이터를 꽉 채웠습니다. 우선 사우나에서 찜질 옷으로 갈아입고 6층 찜질방으로 내려갔습니다. 저희가 찾아간 시설은 다른 곳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었습니다. 마사지 의자도 여러 개 있었고 음식점과 음료수 매점도 있었습니다.

오후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았네요. 그 중에는 식사하는 사람도 있었고 생맥주를 마시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찜질방에서 웬 술을 마시지?’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 ‘생맥주와 닭똥집’ 이라는 글이 제 눈에 너무도 크게 확 들어 왔습니다. 이곳 남한에 와서 많은 찜질방에 가 보았지만 이번엔 조금 특이 하기도 했네요. 보통은 찜질방에선 술까지는 팔지 않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이 녹차, 매실 등 음료수 한 잔과 옥수수를 시켜 놓고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고 있는 사이 저는 닭똥집과 생맥주를 시켰습니다. 음식을 준비하는 사이 저는 잠깐 뜨거운 한방 참숯으로 만든 불가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뜨끈한 자리에 누워서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방과 참숯불이방 등 여러 개의 방이 연결되어 있어 참 좋았습니다.

발을 디딜 수 없이 뜨거웠지만 저는 수건을 깔고 참숯 불가마 가까이에 앉았습니다. 진한 땀이 철철 쉼 없이 흘러 내렸습니다. 어느새 닭똥집과 생맥주가 저를 불렀습니다. 한 주일 동안의 스트레스가 풀리고, 진한 땀과 함께 시원한 생맥주가 마음 속 깊이 흘러 들어 가는 소리가 나는듯 했을 뿐만 아니라 온몸에 전율이 흐르도록 시원했습니다.

여자 셋이 모이면 먹는 소리로 시작해 남편 흉과 자식 자랑, 그리고 애기 출산하는 소리로 끝난다는 말이 하나도 틀림이 없었습니다. 비록 나서 자란 고향과 학력 그리고 취미는 서로 달랐지만 고향과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한결 같았습니다.

량강도 혜산이 고향인 친구가 생맥주 한 모금과 닭똥집 요리를 입에 넣으며, 중국 생활 10여년을 했더니 중국 요리인 닭똥집요리와 닭발 요리를 자신이 기똥차게 잘한다고 말하네요. 찜질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로 큰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함북도 어랑군이 고향인 친구는 닭똥집 요리와 닭발 요리는 본인만이 아니라 남편도 너무 좋아하는 음식이라 동네 시장에서 구입해 자주 먹는다고 하면서,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생맥주에 본인이 유별나게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니 너무도 즐겁고 행복하다고 덧붙여 또 한 번 웃었습니다.

고향이 개성인 친구는 요리를 잘 하는 남편 덕에 고향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고향 음식을 자주 먹는다고 합니다. 고향 음식을 자주 먹는다는 말에 순간 친구들은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이러는 와중에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친구가 남편의 월급이 250만원이 들어 왔다고. 손전화기의 문자를 보여 주며 자랑과 함께 찜질방과 생맥주 닭똥집 등 이 사우나에서 모든 결제는 본인이 부담하겠다고 큰소리치자 갑자기 박수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60이 넘은 나이에 남편의 월급이 250만원이 된다는 것은 사실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자랑이기도 하기에 친구들은 함께 기쁨과 동시에 즐거워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엄마에게 용돈도 듬뿍 주고 부지런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아들 자랑을 했습니다. 한 친구는 고향에서 오는 전화라고 전화기를 들고 황급히 조용한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한참 만에 나타난 친구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손자가 태어났다고 돈을 보내 달라는 딸의 전화라고 합니다. 300만원을 보내 준지 이제 반년도 안 됐는데 또 돈을 요구한다면서 깨진 항아리에 물 붓기 보다 더 어렵고 힘들다고 했습니다. 옆에 있던 친구들이 한마디씩 합니다. 이곳에서는 만 원짜리 한 장을 벌려고 무지 고생을 하는데 돈을 받아쓰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은 하늘에서 공짜로 떨어지는 돈이라 너무도 쉽게 생각하고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한 친구는 북한에 있는 시누이가 노골적으로 형님은 돈 대주는 돈주라는 말에 화가 나 그 이후에는 돈을 보내 주지 않는다고 하네요. 어쨌든 자식들은 이곳이든 북한이든 돈으로 빚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하는 친구의 말에 동감을 표시하면서 하루빨리 북한이 개혁 개방하여 자유롭게 왕래도 할 수 있고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제발 돈돈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오늘은 찜질방에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 생각지도 않았던 생맥주에 닭똥집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졌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