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수 묘목을 심으며 고향을 생각한다

김춘애-탈북 방송인
2018-04-06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제73회 식목일인 5일 강원 철원군 통일양묘장에서 열린 '통일로 가는 나무심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소나무 묘목을 심고 있다. 이날 심은 나무는 황무지 복원을 위해 북한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제73회 식목일인 5일 강원 철원군 통일양묘장에서 열린 '통일로 가는 나무심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소나무 묘목을 심고 있다. 이날 심은 나무는 황무지 복원을 위해 북한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화창한 봄, 4월이 왔습니다. 앙상하던 나뭇가지에는 파란 녹색을 띤 새 잎이 돋아나고 흰 눈처럼 하얀 목란꽃과 산수유, 그리고 노란 매화꽃과 잘 조화가 되어 가는 곳마다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네요. 웬만한 양지쪽에는 벌써 진달래꽃이 활짝 피어 있고 늦게 피는 철쭉꽃의 꽃망울도 마치 경쟁이라도 하려는 듯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엊그제 만해도 춥다고 두터운 잠바를 입고 다녔고, 아니 요즘도 저녁에는 잠바를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언제부터인지 봄이라는 계절은 없어 진 듯합니다. 춥다는 말 대신 덥다는 말을 해야하는 계절이 너무도 빨리 닥쳐오기 때문이랍니다. 나무를 심는 식수절이 해마다 4월 5일이었지만 기후 변동으로 3월 중순에 나무 묘목들을 심는다고 하네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주말 블루베리 묘목을 심었습니다. 그래도 제 기억에는 나무는 식수절에 심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지난 주말 농장 밭으로 가는 길에 블루베리 나무 묘목을 20그루를 구입했습니다. 나무묘목을 심는데도 정성이 필요하거든요. 우선 구덩이를 파고 물을 먼저 부었습니다. 제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물이 거의 잦아들자 묘목을 구덩이 위에 하나씩 넣고 보드라운 흙으로 꽁꽁 두드려 묻고는 물을 줄 수 있게 옆에 구덩이를 파놓기도 했습니다.

제법 일을 했다고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블루베리나무를 한창 심고 있는데 남편이 다가와 나무를 심는 모습이 손에 익은 솜씨라 합니다. 서슴없이 북한에서 해마다 식수절이면 나무를 너무도 많이 심었다고 답하는 순간 지나간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군복무 시절 대원들과 함께 삽과 곡괭이를 들고 고사포 진지 위장을 위한 어린 소나무묘목을 찾아 온 산판을 헤맸습니다.

햇빛이 잘 드는 따스한 양지쪽에는 삽으로 뜨기 쉬웠지만 그늘이 진 곳에는 꽁꽁 언 땅을 곡괭이로 파야 했거든요. 갓 입대한 대원이 서툰 솜씨로 곡괭이질을 하다가 그만 눈에 작은 흙덩이가 들어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잦은 염증으로 고생을 했던 친구가 생각나는가 하면 때로는 묘목도 주지 않고 당의 관철이라며 봄철 나무 심기를 무조건 해야 한다고 인민반 주민들을 강요했던 추억도 나름대로 떠올랐습니다.

당의 관철이라 무조건 심어야 하지만 부족한 나무 묘목을 찾아 남들이 다 자는 야밤에 다른 인민반 주민들이 이미 심어 놓은 나무를 훔쳐다가 다시 심은 일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 해보면 말이 봄철 나무심기운동이라고 하지만 정성이 없이 마지못해 시키는 일이라는 불평불만이 가득하다 보니 심어 놓은 나무들이 절반은 죽는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때 늦은 후회도 있지만 인민반장 시절, 경제 과업 수행 때문에 때로는 주민들에게 잔디와 나무 심지어는 벽돌과 모래 등 별의별 도적질을 시켰네요. 이런 생각과 함께 어느새 블루베리 나무 묘목 심기가 끝났습니다. 작년 이맘때에 심어 놓은 대추나무의 무질서한 가지도 전정가위로 잘라 주었고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배나무가지들을 대담하게 쑥덕쑥덕 시원하게 잘라주었습니다. 매실나무에는 벌써 빨간 물이 올랐고 금방 튀어 나올듯한 꽃망울이 예뻤습니다.

주변에 무질서하게 뻗어있는 앵두 나뭇가지도 시원하게 잘라 줄 것은 대담하게 잘라 주고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앵두나무와 사과나무, 배나무 그리고 살구나무와 대추나무, 매실나무, 몸에 좋다는 블루베리나무까지 심어 놓으니 마음이 흐뭇하고 마치 금세 부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리 흔한 과일도 마음껏 실컷 제대로 먹일 수 없었던 시절, 명절이 되어야만 귤 한 알과 바나나 한 개를 공급 받아 겨우 맛을 볼 수 있었고 한창 사과, 배를 먹는 여름철과 가을이지만 공급해 주지 않으면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과일 상점에서 어쩌다가 한 번씩 공급 해 주는 배가 잘 익지 않아 딱딱하고 텁텁해 사카린을 넣어 끓여 먹였던 그 시절 추억으로 가슴이 짠해 오기도 하네요.

참 북한에도 식수절이 바뀌었다고 하네요. 1946년 3월 2일 김일성이 모란봉에 올라 산림 조성에 대한 구상을 했다고 해 그날을 기념으로 4월 6일에서 3월 2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지금 북한은 민족의 만년 대계를 위한 사업으로 한사람같이 봄철 나무심기에 떨쳐나서 애국의 땀과 열정으로 김정은 시대를 황금 산의 새 역사를 창조해 나가자고 합니다만 나무 묘목도 공급해 주지 않습니다.

아무리 봄철 나무를 심는다고 해도 주민들에게 식량과 함께 땔감이 해결 되지 않는 한 북한은 민둥산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 있으면 숲이 무성해질 우리 동네 무명산을 바라보며 잠깐 고향생각을 해봅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